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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뮤지엄톡톡

은행나무 아래, 온주와 대식오라버니(1)

by 여송은 2019.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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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 온양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온양, 마을 곳곳마다 가을 추수로 한창입니다.

누런 금빛으로 일렁이던 논들은 조금씩 머리를 깎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집은 이미 가을 걷이가 끝났고, 어느 집은 아직도 벼를 베느라 일꾼들 허리가 손에든 낫처럼 피질 못합니다.

부짓깽이도 덤벼댄다는 그 바쁜 가을, 이 마을 최고 큰집이 최참판댁도 당연 예외는 아닙니다.

최참판댁 마당에서는 쉴 새 없이 일꾼들은 수확한 벼를 타작하고, 한 켠에서는 섬에 나락을 넣고, 아낙들은 삼삼오오 모여 디딜방아를 찧습니다.

 

경직도(耕織圖) 일부-타작(打作)하는 풍정

총 10폭 중 타작하는 풍정을 담은 폭이다. 장정 두명이 넓직한 나무 혹은 돌 같아 보이는 곳에 볏단을 내리 쳐서 곡식의 낟알을 거두고 있다. 곡식을 내리치는 이 넓직한 것을 '개상'이라고 하는데, 여려가지 형태가 있다. 서까래와 같은 통나무 서너개를 새끼줄로 나란히 엮은 뒤 네 귀퉁이에 높이50-70㎝의 다리를 붙인 것이 가장 흔한데, 위 그림상에서는 다리가 보이지 않아 넓직하고 긴 돌에 내리치는 것으로 추정한다. 

 

《단원 풍속도첩》 벼타작  김홍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김홍도의 《단원 풍속도첩》에서도 '개상'을 확인 할 수 있다.  

팔을 번쩍 들었다가 내리쳐 타작하는 일꾼들 뒤로 타작하기 한 움금씩 볏단을 묶고 있고, 그 뒤로는 타작한 벼알들을 낑낑거리며 에 넣고 있다.  '개상'은 지역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르겠지만 『해동농서()』에는 ‘가상[’, 「농가월령가()」에는 ‘개샹’이라고 적혀 있다. 지역에 따라 ‘챗상(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태상(강원도 강릉)’ 또는 ‘공상’이라고도 한다.

 

탯돌  20세기  참나무, 돌

많지 않은 양의 곡식의 알갱이를 털어낼 때 사용하는 도구로, 윗면이 넓적한 돌을 'Y'자 모양의 받침대 위에 비스듬히 놓고 여기에다 작은 곡식의 단을 손으로 들고 내리쳐서 알곡을 털어내었다. 어느 집은 탯돌을 절구 한 짝으로 대신해 사용하기도 하였다.

 

섬  20세기  짚

곡식을 보관하던 자루로 짚을 엮은 뒤, 반으로 접고 양옆을 꿰매어 만들었다. 한 섬은 두 가마의 용량을 말한다. 용량은 가마니의 두 배이지만 빈틈이 많아 곡식이 잘 새고 무거워 가마니가 등장하면서 섬의 사용이 줄었다

 

"오라버니~~ 아직도 멀었어? 나랑 언제 놀아줘?"

 

"......"

 

"오라버니~~ 내 말 안들려? 언제 끝나~~? 반딧불이 잡아 준다고 했잖아~~"

 

"......"

 

"대식이 오라버니~~~~"

 

어른들 뒤에서 열심히 보릿단을 엮던 대식이는 더이상은 안되겠다 생각했는지 조용히 온주를 데리고 담밑으로 갔습니다.

 

"휴... 아가씨 제가 저번에 말씀 드렸잖아요. 저희 이제 어린아이 아니라서 이렇게 친하게 지내면 안돼요. 마님한테 저 혼나요... 그리고 오라버니라고도 부르시면 안돼요. 그냥 대식아, 아니...그냥 부르시지 마세요."

 

"이것도 하지말라! 저것도 하지말라! 오라버니 너무해요."

 

"...어쩔 수 없어요. 죄송해요 아가씨."

 

"나 그럼 소리질러 버릴거야!!"

"대식이오라!!읍!!"

 

순간 너무 놀라 대식이는 온주의 입을 손으로 막아버렸습니다.

 

"아이구 아이구! 쉿쉿! 저 진짜 쫓겨나는거 보실려고 이러시는거죠?"

 

"헤헤헤 아니야~~그러니깐 나랑 잠깐만 놀아줘~~ 나 심심하단 말이야."

 

"누가말려요 아가씨를...ㅎㅎ 알겠어요. 그럼 이따 해질 때 즘 마을 언덕 은행나무 밑에서 기다리고 계셔요. 저 나무하고, 소 꼴 좀 베서 그리로 갈게요."

 

"우와! 알았어 알았어!! 신난다~~"

 

"쉿! 햇님이 이마만 남았을때 제가 갈게요."  

 

"쉿! 응응ㅎㅎ"

 

올해 10살인 온주는 자꾸 자기를 멀리하려고하는 대식오라버니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1년 전만해도 봄이면 꽃반지도 만들어주고, 여름이면 매미도 잡아주고, 가을밤에는 반짝반짝 반딧불이도 잡아주고, 겨울에는 몰래 군밤도 가져다 주던 오라버니였는데 말이죠. 

대식오라버니가 어느날부터인가 더욱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고, 깍듯하게 아가씨 아가씨 하며 자꾸만 대면대면하려고 하는게 온주는 퍽 서운한가 봅니다.

그래도 이렇게 최후의 수단으로 땡깡을 쓰면, 대식오라버니가 못이기는 척 한 번씩은 놀아주니 땡깡을 안피울 수 없습니다.

 

붉은 해가 뉘엿뉘엿 산 너머로 넘어갑니다.

오라버니가 말한 햇님이 이마만 나올때즘이되면 햇님 주위로 스멀스멀 어두운 하늘이 나타나고, 햇님과 하늘과 산의 경계가 어슴푸레해집니다.

그리고 저 멀리 소를 끌고오는 오라버니 그림자가 보입니다. 

 

"대식이 오라버니~~~~~!!"

 

온주는 신이나서 저 멀리 오는 오라버니를 향해 힘껏 손을 흔듭니다. 

대식이는 나무에 소를 묶고, 잔뜩 베어온 소 꼴을 발채에서 좀 빼어 소에게 먹였습니다.

배가 고팠는지 소는 낼름 낼름 잘도 먹었습니다.

발채  20세기  소나무, 짚

소 등에 벼나 보릿단과 같이 큰 부피의 짐을 얹어 나르는 데 사용했던 운반도구이다. Ⅱ자 모양의 나무뼈대에 짚으로 새끼줄을 엮어 짐을 싣기 쉽게 만들었다. 지역에 따라 ‘돔발채’(경기도 화성), ‘베걸채’(경기도 안성), ‘발구’(충청남도 서산), ‘발기’(전라북도 남원)로도 달리 불린다.

 

"뭐하면서 놀고 계셨어요?"

 

"응 그냥 은행도 줍고, 반딧불이도 찾아봤어. 그런데 못찾겠어. 다 죽었나?"

 

"아직은 안나타나요. 햇님 얼굴이 완전히 사라지고, 우리 그림자도 사라질 때 그 때 나타나요."

 

"에이... 그럼 아직 멀었잖아."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어둑해져요. 아.. 그리고 이거요. 나무하다가 예뻐서 가져왔어요."

 

"우와 정말 예쁜 꽃이다! 이거 나 주는거야? 고마워 오라버니~~!!"

 

"뭐 그냥 있어서 꺾어온거에요.  그리고 이제 정말 사람들 앞에서 오라버니라고 부르지말고, 놀아 달라고 따라다니면 안돼요. 알겠죠 아가씨? 안그러면 정말 영영 못 볼 수도 있어요."

 

"정말? 왜? 그럼 나 그냥 오라버니한테 시집가면 안돼?"

 

"......"

"아가씨 우리 이제 내려가요. 어둑어둑해져서 위험 할 것 같아요."

 

"앗! 반딧불이다!  와 정말 예쁘다 그치 오라버니~!"

 

"그러게요. 참 예쁘네요..."

 

 

그 뒤로 대식이는 더욱 온주를 대면대면하게 대하려고 하였고, 그런 대식이를 보면서 온주도 행동을 조심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영영 대식오라버니를 못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그 둘은 한 지붕 아래에서 웃기지만 대면대면 지냈습니다. 하지만 온주의 눈과 귀는 늘 대식이에게 가있었고 아닌척 하였습니다. 그에 반해 대식이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듯 보였습니다. 늘 똑같이 묵묵히 참판댁 일만 하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온주가 어느덧 17세가 되었고, 온양 최참판댁 참한 규수로 소문이 나 여기저기서 혼담이 들어왔습니다. 그 때마다 온주의 반응이 뜨뜻미지근 하였고, 온주의 부모도 하나밖에 없는 딸을 빨리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거절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혼기가 꽉차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생각했거니와 혼담이 들어온 곳 신랑될 사람의 부모의 인덕이 높기로 정평이 나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모님은 마음의 결정을 내렸고, 이제 온주의 결정만이 남았습니다.

 

"온주 아직 안자느냐?"

 

"네, 어머니 들어오세요." 

 

"수 놓고 있었구나" 

 

"네..." 

 

자수틀  20세기  소나무, 실

수 놓을 천의 바탕이 팽팽하게 펴지도록 가장자리를 잡아당겨주는 틀이다. 사용자의 앉은키에 따라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다리가 분리된다. 섬세한 자수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능적인 용도로 만들어졌다. 틀 위에 놓여진 사기조각은 실을 끊을 때 사용하였다.


 

실첩상자  20세기  한지

여러 종류의 색실과 천조각을 칸칸마다 구분하여 보관하던 실첩상자는 여성들의 필수 생활용품 중 하나다. 종이를 여러 겹으로 겹쳐 만든 합지合紙로 형태를 잡고 색지를 붙여 꾸몄다. 내부 상단에는 열두 개의 실첩을, 아래 칸에는 실타래를 넣을 수 있는 두 개의 서랍을 달았다 

 

 

"온주야..."

 

"네 어머니, 편하게 말씀하세요. 아까 낮에 어머니랑 아버지 말씀하시는거 얼핏 들었어요. 혼담이 들어왔다면서요."

 

"그래, 신랑될 사람도 아주 훌륭하고, 시부모님 될 분들도 인품이 좋기로 소문이 났단다. 대신 양주라서 온양하고는 꽤 멀리 떨어져 있단다."

 

"양주요? 정말 머네요..."

 

"그래, 우리 자주 못 볼 생각에 그러느냐? 우리 온주 아직도 애기구나.ㅎㅎ"

 

"아니에요 어머니. 저...며칠만 생각할 시간을 좀 가져도 괜찮을까요?"

 

"그래, 그렇게 하려무나.ㅎㅎ"

 

"네 감사합니다."

 

온주는 마음이 싱숭생숭하였습니다.

혼담이 들어와도 늘 미온적이었던거에는 마음에 이상하게 걸리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몇년째 대면대면하게 지내고 있는 대식이 오라버니입니다.

오라버니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데, 온주는 늘 신경이 쓰였습니다. 궁금했습니다.

대식이 오라버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야 겠다는 생각에 서신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오라버니...안녕하세요?

이제 말을 편하게 하는게 어색하네요.

저 할 말이 있는데, 내일 마을 언덕 은행나무 밑에서 만나요. 햇님 이마만 남았을때.

기다릴게요.

 

 

내일 약속장소에서 저 둘은 만날 수 있을까요?

최종회로 찾아 오겠습니다.

 

 

등장하는 소장품은 온양민속박물관 소장입니다.

등장인물은 특정인물과 관계 없습니다.


은행나무 아래, 온주와 대식오라버니(최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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