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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온양민속박물관 이야기

링링과 함께 밀린 숙제를

링링 태풍 북상으로 혹시모를 안전사고를 대비해 9월 7일 토요일 하루, 휴관하기로 결정하였다. 땅땅땅!

 

어제 갑작스럽게 휴관 결정을 내렸기에 부랴부랴 휴관공지를 올리고, 오늘 잡힌 교육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전화를 돌려 양해 말씀을 드렸다. 태풍 뚫고 오시겠다는 분도 더러 계셨는데, 자연재해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라... 집에서 쉬시라고 했다.

 

박물관 문 닫는다고, 아쉽게도(?) 직원들까지 모두 쉬는 것은 아니다.  

 

당직 개념으로 직원들이 돌아가며 나오는데, 학예직은 내가 당직이라 관람객이 없는 박물관에 나와있다.

 

물론 관리직 직원분들도 나와 혹시 태풍에 시설물 피해가 없을까 비상 대기 중이다.

 

 

 

사실 이렇게 직원들이 다 나와서 비상대기하는 이유는

 

과거 태풍때문에 야외정원에 있는 나무가 뽑히고, 물레방아가 폭삭 주저 앉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듣기로는 2010년 무렵 콘파스라는 태풍 때였다고 한다.

 

100년 이상된 좋은 물레방아였는데, 자연재해 앞에 무참히 사라졌다.

 

 

2010년 태풍 콘파스로 사라진 구정아트센터 앞에 있던 물레방아 / 사진 서헌강

 

 

 

바람소리는 매우 요란하고, 무서운데 아직까지 박물관에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없다.

 

온양에 온 링링은 무시무시한 바람만 내뿜는다.

 

 

 

 

 


아... 잠깐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바람에 리어카가 날려 막 따라오길래 전력질주해서 도망쳤다.

 

처참히 엎어진 꼴.

 

리어카 귀신한테 당한 후로 무서워 밖에는 못나가고, 또 밖 사정은 궁금하기에 건물 안에서 밖 상황만 주시하고 있다.

 

 

본관 정문 안에서 밖을 내다본 모습.

평화로워 보이지만 사실 링링이 가져온 바람에 문 한짝이 주저앉았다.

 

 

비겁하게 안에 숨어 태풍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문인석들을 보고 있다... 미안해...

 

 

아무튼 링링 북상으로 관람객이 가장 많을 토요일 오후시간에 박물관 문을 닫고, 조용히 안에 있으려니 어색하다.

 

어색할 때는 몸쓰는 게 제격이다! 

 

사실 평소에는 관람객으로, 사무실에 찾아오는 손님으로, 만날 만들어달라는 서류로 수장고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렇게 시간 날 때마다, 아니면 억지로 시간을 내서라도 수장고 관리를 하려고 한다.

 

국·공립 박물관이야 유물관리부서가 따로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사립박물관은 올인원이다. 

 

유물관리부, 전시부, 교육부, 홍보부가 따로 있을 리 만무하다. 

 

 

박물관에서 유물관리가 가장 중요한 역할인 줄 알면서도 일을 하다 보면 당장 해결해야 하는 일이 아니기에 2순위, 3순위로 밀리게 된다.

 

유물관리는 온양민속박물관을 다니면서 항상 마음의 짐이고 밀린 숙제다.

 

내가 몸이 열 개였으면 하는 바람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서론이 정말 길었다.

 

각설하고, 오늘은 링링이 만들어준 시간으로 밀린 숙제를 하는 날이다!!

 

비장한 각오로 숙제 마치고 오겠다.

 

수장고 들어가면 날씨가 어떤지,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다.

 

유물을 보고 정리하고 있자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할 일이 줄줄이 소시지로 엮인다.

 

숙제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링링 성질이 좀 잠잠해 졌으면 좋겠다.

 

글쓰는 이 시각 다시 무시무시하게 바람이 세어졌다. 모두들 태풍 피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럼 이만 숙제하러 총총총...  

 

손가락 두 개 브이 하는 촌스러운 버릇은 못고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