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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온양민속박물관 이야기

줄줄이 유물 이야기-비오는 날 패션의 완성, 유삼

유삼油衫을 아시나요?

유의油衣라고도합니다.

비나 눈을 막기위해 옷 위에 덧입는 기름에 결은 옷입니다.

쉽게 말하면 기름으로 코팅한 비옷입니다.

 

저 유삼을 어떻게 입었을지 상상이 가시지요? 

step 1. 유삼을 촤락 펼친다.

step 2. 위쪽의 좁은 부분을 어깨에 두른다.

step 3. 끈을 목이 졸리지 않을 만큼 동여맨다.

 

유삼의 정의 만큼이나 사용법도 간단합니다.

그런데, 유삼을 찬찬히 뜯어보면 절대 간단하고 녹록하지 않은 아이란걸 알 수 있습니다.

 

유삼  20세기  256.0x134.0(가로x세로)  장지

아래쪽으로 갈수록 색이 어두워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유삼을 걸어두어 사용하였기에 기름이 아래쪽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수많은 주름이 보이시나요?

자글자글 주름들 사이로 기름때와 세월의 때가 같이 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유삼은 닥종이로 만듭니다. 

종이로 어떻게 비를 막는 옷을 만들 수 있을까요?

닥종이로 만든 두겹 한지를 겹친 다음 물에 넣습니다.

그렇게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밀착시킨 다음 물에 담가 주무르고 치대고, 주무르고 치대고를 반복합니다.

그렇게 팔이 내 팔인지 남의 팔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때 까지 하다보면 저런 주름이 생긴다고 합니다.

혹여 찢어지지 않나요 여쭙니 절대 찢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닥종이를 저리 물에 담가 치대면 광목처럼 반들반들해지고, 소 힘줄처럼 질겨진다고 합니다.

수많은 치덕치덕 치댐으로 한몸이 된 한지를 서늘한 그늘에 잘 펴서 말려줍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줌치기법'이라고 합니다.


위쪽 살짝 터진 부분으로 두 장의 줌치를 이용해 만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유삼의 가장자리 부분은 명주로 마감하였다. 고정하는 끈은 지끈을 두가닥으로 꼬아 만들었는데 기름에 절고 수분이 빠져나가 매우 딱딱해 졌다.  시간이 갈 수록 상태는 더욱 악화될텐데, 보존처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렇게 잘 말린 종이에 드디어 기름을 발라 줍니다.

어떤 기름을 바를까요?

여러가지 기름이 있겠지만 콩기름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잘 증유해 불순물을 제거한 콩기름을 찹찹찹 발라줍니다.

바르고 서늘한 그늘에 잘 말려주고, 찹찹찹 바르고 말려주고, 찹찹찹 바르고 말려주고.

이렇게 기름을 먹이고 말리는 작업이 무려 6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아!

바느질을 하고, 기름칠을 했을까요?

기름칠을 하고, 바느질을 했을까요?

당연히 바느질을 하고, 기름칠을 했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바느질 할 때 미끄덩 미끄덩 어려웠을 겁니다.

(이런 바보같은 질문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렵사리 정성들여 만든 유삼은 농사일이나 막일 할 때 입지는 않았겠지요.

높은 지위에 있는 관리들이나 양반가에서 사용했을겁니다.

비오는날 옷 위에 걸쳐 입고, 잘 말려 귀하게 보관하였을 겁니다.  

 

박물관 소장 유삼은 상태가 좋지 않아 몇 년전에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던 것을 수장고로 이동하여 보관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따라 기름이며 수분이며 계속 빠져나가 어느 부분은 바스락 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물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웬만하면 공개를 하지 않는데,

올해 한국문화재재단에서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 때 수문장들이 입을 유삼을 제작하기 위해 유물 실견을 요청해 왔습니다.

전국에 유삼이 남아있는 사례가 거의 없어 영영 사라지는것이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또 우리 유물을 보고 제작한다고 하니 뜻깊은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갈모  20세기  25.5×33.0  한지

비가 올 때 우산 대신 갓 위에 덮어 썼던 모자이다. 한지 위에 콩기름이나 들기름을 여러 번 발라 비에  젖지 않도록 마감하였다. 주름 하나하나에 대오리로 살을 붙여 펼치면 고깔 모양이 되고, 접으면 부채처럼 접혀 휴대하기 편리하게 만들었다.

 

조만간 수문장 교대의식때 유삼을 입고, 갈모를 쓴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물론 비오는 날이어야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