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6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석주선박물관과 공동으로 조선시대 무덤 출토복식 전인 '다시 태어난 우리옷, 환생'을 개막했으니, 이에는 사도세자 딸이자 정조의 누이인 청연군주淸衍郡主 무덤에서 나온 당의를 비롯한 유물 200여 점과 함께 '소년 미라'가 선을 보였다.
문제는 소년 미라. 이 미라는 2001년 11월 15일 경기 양주군 해평윤씨 무덤을 이장하던 중에 거의 온전한 형태로 발견됐다. 그동안 의학, 민속학, 복식학 등 각 분야 전공자들에 의한 분석 결과 소년은 6살이 되던 해에 다섯달 만에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미라를 어찌 전시할 것인지를 당시 박물관에서는 무척이나 고민했다. 그 방식은 이랬다. 미라는 26일부터 그달 30일까지 5일 동안만 한시적으로 공개됐다. 관람 동선은 따로 만들어 원하는 사람들만 관람케 하는 한편, 어린이는 관람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내 미라 전시는 국내에서는 유례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무리 미라라 해도, 사람 시신을 구경거기로 드러내놓는 일이 윤리로 보아 타당한가 하는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이 소년 미라는 비록 신원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파평윤씨 일가부치임이 분명한 이상, 그 가문에 지금도 존속한 까닭에 더욱 조심해야 했다.
멕시코, 미라박물관 논쟁…"미라 상업화" vs "독특한 경험 제공"
이재림 / 2022-08-22 08:39:10
과나후아토市, 정부 반대에 사업계획 중단 선언…분쟁 불씨 남아
이런 윤리 논란이 멕시코에서 터져나왔다. 멕시코 과나후아토 시가 이 지역 출토 미라들을 전문으로 전시하기 위한 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이지만, 중앙정부에서 반대하고 나섰다는 것이 골자다.
이곳에 산타 파울라 판데온 지하 무덤이라는 데가 있는 모양이라, 이곳에서 미라 117구가 대량으로 발견되고 그것을 과나후아토 시가 1997년 이래 관리 중인 모양이라, 이 아까운 걸 하면서, 이를 이용해 관광객도 좀 끌어볼 요량으로 시가 박물관 건립을 추진키로 한 듯하다.
인간 시신을 상업 목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내외부에서 제기된 모양이라, 특히 고고학계나 고인류학계에서는 그에 대한 반대가 꽤 심한 모양이다.
언뜻 이런 논란 혹은 반론은 도덕 윤리 관점에서 지극히 그럴 법하게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그렇게만 치부할 일이냐 하는 데는 반론 역시 가능하다.
다른 무엇보다 저 그럴 듯한 구호 아래, 그 일반 공개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만이 정작 그 정보를 독점한다는 비판에 직면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래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하지만,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지들이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그 접근성과 정보를 독점한다는 병폐가 있다.
미라가 지나친 상업 목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에 이렇다 할 이론이 없는 나는 실은 이 독점을 우려한다. 이 독점을 까부셔야 한다.
지극히 한정된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들만이 정보를 독점할 수는 없다. 이 정보 독점에 대한 심사숙고도 아울러 있어야 한다.
비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접근성을 완전 봉쇄한 다음, 전문가라는 이유만으로 그에서 얻은 정보를 특정한 기관, 혹은 특정한 전문가라는 집단이 독점하는 일 또한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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