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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인격신으로서의 상제上帝, 다산에 대한 反배교의 욕망

by 한량 taeshik.kim 2020. 1. 27.

“위대하신 상제上帝께서는, 모습[形]도 없고 본체[質]도 없지만. 매일 이곳을 굽어보시고 천지를 통제하시며 만물의 조상이 되시고, 뭇신[百神]의 으뜸이 되시어, 환하고 밝게 위에서 임하시는 까닭에 성인은 이에 조심조심 밝게 섬기셨으니, 이것이 교제郊祭의 유래다.” (惟其皇皇上帝, 無形無質, 日監在玆, 統御天地, 爲萬物之祖, 爲百神之宗, 赫赫明明, 臨之在上, 故聖人於此, 小心昭事, 此郊祭之所由起也. 《춘추고이春秋考徵》 卷1)  

 

 

 

절대자는 있는가?

 

 

종교사상사를 한다는 사람들은 매양 정약용이 천주교 배교 이후에 말한 저런 상제上帝가 인격신의 면모가 있다면서 이는 그가 한때 심취한 기독신의 여전한 흔적이며 따라서 이는 다산이 겉으로만 배교했음을 말해주는 증좌라 주장한다.

인격신이란 무엇인가?

보통 사람이랑 매양 마찬가지로 성내고 지랄하고 기뻐하며 폴짝폴짝 뛰는 존재라는 뜻이다. 다산이 말한 저런 상제는 종래의 동아시아에선 있을 수 없는 발상이며, 그런 까닭에 그가 말한 상제는 기독신의 그것, 야훼라 한다.

기독 침투 이전 동아시아 최고 신이라는 상제가 의지가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그 자신은 아무런 움직임이나 말이 없는 천하자연의 주인인가에 대해선 오랜 논쟁이 있었다.

 

 

절대자의 조화인가? 

 

 

순자는 엿먹으라주의 신봉자라 하늘을 향해 삿대질하면서 하늘이 말이 있느냐 일갈했다. 그에 따라 일식이 일어나면 우연의 소산일뿐 하늘의 소행이 아니라 했다. 이는 분명 묵자에 대한 반발이었다. 묵자는 하늘을 살아있는 생물체의 절대지존이라 봤으며 사사건건 하늘의 뜻을 들먹였다.

뒤에 나타난 동중서는 인격이 있다 해서 순자가 말한 자연상태로의 하늘에 반발하면서 묵자로 돌아가 삼라만상을 하늘의 뜻으로 돌렸다. 그런 점에서 동중서는 천지天志, 곧 툭하면 하늘의 의지를 팔아먹은 묵자와 매우 흡사하다.

나는 동중서가 대표하는 춘추공양학을 묵자의 일파로 본다. 동중서는 묵자를 표절했다.

 

 

순자는 묻는다. 저 하늘이 말을 하는가?

 

이 두 가지 흐름 중 다산은 후자에 손을 들어 상제를 해석한 데 지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다산이 말한 인격신으로서의 상제는 기독 신앙 도입 이후 등장한 개념이 아니라 동아시아 고래의 유구한 상제관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다산은 전근대 비합리 심성주의자였다. 그에게서 절대자 저 너머 작동하는 자연법칙을 탐구하고자 하는 근대 합리주의는 눈꼽만큼도 없었다.

함에도 기독교도들은 다산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다산은 배교 선언 이후 기독신은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그는 가차없이 효용을 다한 기독신을 버렸다.

하지만 다산이 일약 근대를 선각한 예지자로 떠오르자 그 위대한 선각을 여전히 기독신의 품안에 가두고자 하는 욕망 또한 높아졌으니 그만큼 조선의 기독교도들한테 다산은 포기할 수 없는 자산이었다.

 

 

저 밤하늘에 의지가 있는가?

 

배교한 천주교도를 로욜라예수회가 창건한 서강대가 기리고자 그 건물 중 하나에다가 다산관이란 이름을 붙인 까닭을 동의하긴 힘들다. 덧붙이건대 서강대의 다산 비즈니스는 다산관으로도 모자라, 다른 건물에는 정하상관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니, 정하상은 다산의 조카로 1801년 이른바 신유박해로 순교한 이를 말한다. 

 

다산이 겉으로만 배교했을 뿐이요 속내는 여전히 그 신앙을 버리지 아니했다는 그 욕망의 표상으로 저 상제를 부여잡는 것이며, 그 미련이 저와 같은 기묘한 공생을 불렀다고 나는 본다.

댓글15

  • 동사황약사 2020.01.28 02:14

    "배교한 천주교도 로욜라예수회가"가 무슨 뜻입니까? "배교한 천주교도(인 다산을)"의 오타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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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이 꼬였습니다

    • 동사황약사 2020.01.28 10:04

      서강대는 왜 다산관을 세웠을까요? 아마 외국선교사가 쓴 글에 그렇게 소개되서 오해한 것이 아닐까요?

    • 동사황약사 2020.01.28 10:28

      정약종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는데, 형제들이 다 독실하지는 않았고, 약용이는 진짜 별루였다고.

    • 동사황약사 2020.01.28 10:29

      그러나 상제 개념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양반들이 천주교를 받아들이기에 용이했다고는 가르키지요. 즉, 조선양반들이 천주교 받아들인 이유: 1. 서학에 관심, 2. 유학에도 상제의 개념 있음.

    • 그게 묘하죠. 보통 과학이 대표하는 서학은 실은 천주교와 아무런 상관이 없고 외려 많은 곳에서 반천주학적인데 그것이 그 표상으로써 도입되었으니깐요. 지동설만 해도 반기독적이 아니던가요? 암튼 희한하죠

    • 서학=과학=천주학...이런 단순 등식이 성립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건 제 보기엔 동반 전교를 위한 선교사들 방식이 통용한 것이겠죠? 천주교 교리 자체가 파고 들었다고는 보기 힘들죠. 요새도 용한 점쟁이는 특별한 기술을 갖춰야 하는 것과 비슷한 발상인 듯합니다.

  • 연건거사 2020.01.28 09:31

    영향은 확실히 받은거 같네요. 제가 아는 한 상제=천 이란 성리학에서 개념은 분명히 있지만 성인까지 주재하는 주체로서 설명이 저렇게 디테일 하지는 않습니다. 말하자면 원래 존재했던 상제의 분량을 늘려쓴 부분은 분명히 있는거 같은데요. 다산의 배교여부와는 상관없이 천주학의 영향은 분명히 남아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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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죠. 내가 널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 해서, 그 순간부터 쏵 지어버릴 수는 없는 것처럼...저와 같은 상제에 대한 해석 중에서도 하늘이 백신의 우두머리는 표현도 이미 동중서한테서 보이는 것이죠 ㅋㅋㅋ

  • 연건거사 2020.01.28 12:46

    신학으로서의 천주교가 성리학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성리학자들이 천주교리에 이질감없이 들어갈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문제점을 들자면.. 제사의 문제를 흔히 이야기 합니다만 저는 기독교의 겸애설이 가장 크게 걸렸을 거라고도 봅니다. 양주묵적하면 맹자가 노리는 가장 큰 유교의 이단, 사문난적이 되는데 안타깝게도 기독교는 묵자의 겸애설과 매우 비슷하거든요. 맹자님 말씀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직감적으로 그렇게 느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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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것도 좀 웃기는게, 불교가 처음 상륙했을 적에도 그 비스무리한 문화충격을 겪었는데, 이내 앉은 딱지 굳은살처럼 무덤덤해지더라는 거죠 ㅋㅋㅋㅋ 겪어 보니 암 것도 아니거덜랑요

  • 연건거사 2020.01.28 15:59

    과거에 개인적인 관심으로 성리학을 좀 파본적이 있었는데.. 성리철학의 구조가 워낙 서양 철학-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와 유사하다 보니 그 동네의 철학논쟁이 성리철학에서 그대로 재현된 경우도 제법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인물성동이논쟁-소위 호락논쟁 같은 것은 성리철학 고유의 것이 아니라 보다 세계사적 보편성이 강하여 서구철학에서도 재현되었던 논쟁입니다. 이런 것들이 제법 있어요.. 성리철학이라는게 흔히 말하는 동양철학보다 훨씬 서구철학에 가까운 일종의 변종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성리철학 성립기에 서양철학의 영향이 있었던 것 아닌가.. 의심했던 적도 있습니다. 넓게 보면 다산을 비롯한 조선 선비들의 천주학에 대한 관심도 당시 천주교 철학이 플라톤 철학의 외피를 입고 있던 터라 상당히 유사하다고 당신들이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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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건거사 2020.01.28 16:01

    인물성동이논쟁도 우리나라에서는 호락논쟁이라 부릅니다만 원래 같은 논쟁이 중국에서 먼저 있었죠. 그쪽에서는 당연히 호락논쟁이라 부를리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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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사황약사 2020.01.28 21:43

    동양에서 유교를 통해서 천주교에 호감을 느끼고 접근하였듯이 서구에서도 유교를 천주교에 접목시켜볼까하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들었습니다. 때는 청나라 초기로 중국사회가 잘 돌아갈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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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로 2020.02.03 15:43

    기독교는 신이 아니라 신의 아들 예수를 믿는 종교인지라 신앙논리가 더럽게 어렵더군요.. 삼위일체는 아직도 이해가 안감.. 예수를 신으로만 봐도 이단 그냥 신의 아들로만 봐도 이단.. 성모 마리아도 마찬가지.. 여튼 이해하기 어려운 종교인데도 용케 세계를 장악한게 신기합니다.. 전지전능하여 재미없는 신 대신 인간의 삶을 경험하고 원죄를 대신한 신의 아들이라는 있음직한 스토리와 슈퍼스타가 더 세상에 먹히는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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