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문제부터 엄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이 타당한 것이냐, 임시정부가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지고 있었느냐 이런 것이 아니다.
필자도 임시정부의 대의, 그리고 해방전 가장 중요한 독립운동단체의 하나로 가장 오래 버티고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한다.
해방 이후 한국의 성립에도 임시정부의 기여가 가장 큰 부분의 하나였다는 점도 수긍한다.
그런데-.
임시정부는 '정부'인가?
이게 뭐가 중요하냐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문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임시정부에게 미국독립전쟁 당시 'Continental Congress'와 같은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가?
임시정부와 대륙회의는 둘 다 독립전쟁 중 출현했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는 여지도 있겠지만-.
문제는 미국독립전쟁 당시 'Continental Congress'는 독립을 원하는 식민지를 '실효지배'하고 있었고 이 현지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영국군이 파견되는 상태였다는 점이 다르다.
한국의 경우 임시정부는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과는 유리되어 있었고, 이러한 상태는 해방 후 제헌국회 총선이 실시되면서 비로소 해소된다 할 것이다.
임시정부가 아무리 대의가 옳고 그 활동이 눈부셨다고 해도
총선 이후 성립된 대한민국 정부와는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다.
임시정부와 대한민국 정부는 각각에 대한 별도의 기술 없이 하나의 연결된 맥으로 이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는 말이다.
어떤 면에서는 임시정부와 대한민국 정부 사이에 일정 정도 단절성을 획기한 남한의 경우가,
일제시대 항일무장독립 단체와 해방이후 정권을 단절 없이 하나의 역사로 이해한 북한의 경우보다도 훨씬 당시의 현실을 반영한 역사라는 뜻이다.
아무리 대단한 독립운동을 일제말 벌였다고 하더라도 2차대전 종전이 연합군 승전으로 마무리가 되었고 일정기간 군정을 거쳐 신정부가 수립되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독립운동 단체와 해방이후 정권을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이처럼 양자 사이에 획기하는 것이 마땅한 부분을 자꾸 하나로 단절 없이 묶으려 하니 여러 가지 문제가 파생하는 것이다.
나라의 역사건 개인의 인생사이건 간에
솔직한 것처럼 좋은 것은 없다.
독립운동사 역시 있는 그대로 보고 평가할 것은 평가해야지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이리 저리 자꾸 분식하는 것은 조상님이 창피하다고 족보를 사들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해방 이후 크게 성공하여 선진국이 된 것은 개인사로 말하자면 지금 재벌 집을 이룬 자수성가한 사람쯤 된다고 할 수 있는데,
설령 그 조상이 시원치 않다고 해서 그 사람이 못나게 되겠는가?
그가 천애고아로 자라났다고 해도 자수성가해서 이만큼 이루었다면,
한국의 시작이 독립투사였건 아니건 이런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못난 역사였건 잘난 역사였건 분식할 생각 말고 있는 그대로 보고 기념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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