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 어떤 기관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다 해서 두어군데 전화를 돌려 자초지종을 물어봤다.
종합하니 팩트 자체는 틀림이 없는 대신, 그 원인에 대한 설명은 양측이 전연 달랐다.
두어 시간 지나자 천지사방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너 그거 기사 쓸 거냐?
쓰마 안댄데이.
조금만 참아주레이.
좀 바주레이..
난 궁금해서 알아봤을 뿐인데 비상이 걸린 모양이다.
암튼 내가 복귀했다는 사실이 이 사건으로 그 업계는 온통 알려진 모양이다.
난 지금 근무 부서가 전국부다.
기사를 직접 쓰는 일은 거의 없고 관련 취재 지원과 취재 지시, 그리고 일부 데스킹 기능이 있다.
예서 관건은 두 가지.
첫째 전국부..안 걸치는 데 없다. 문화재 관련 일도 맘만 먹으면 한다.
둘째 취재 지시..내가 기사 직접 안 써도 쓰게 할 수는 있다.
그 업계가 전화 한 통으로 비상 걸린 걸 보니, 나는 진짜 구악舊惡인가 보다.
(2017. 8. 25)
***
같은 날 나는 또 이렇게 썼다.
하는 일 없이 바쁜 한 주가 갔다.
2년만에 복귀하니 시스템부터가 영 낯설기만 하다.
이제 겨우 하나씩 옛날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풍찬노숙한 생활을 마무리하고, 데스크에 하루 죙일 앉으니 좀이 쑤시지 않을 수 있겠는가?
유럽 3개국 싸질러 다니느라 홀쭉해진 뱃가죽이 사나흘만에 도로아미타불이 되어 버렸다.
***
해고무효소송이 진행되던 무렵 몇몇 고고학도가 김태식은 복직케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
암튼 문서상으로는 2015년 11월 공식해고, 실질로는 그해 7월 1일 해고된 나는 2년 만인 2017년 8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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