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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절개를 지키다 간을 내준 하공진, 강조의 재림

by taeshik.kim 2024.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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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 고려에 끝까지 절개를 지키며 산화한 하공진河拱辰은 행적을 보면 문관이 아니라 무관이다. 고려사가 정리한 그의 열전에 의하면 그는 

진주晋州 사람으로, 성종成宗 때 압강도구당사鴨江渡勾當使가 되었으며, 목종穆宗 때는 중랑장中郞將에 임명되었다. 왕이 병으로 자리에 눕자 하공진은 친종장군親從將軍 유방庾方·중랑장 탁사정卓思政 등과 함께 침전 문 가까이에서 당직을 섰다가 얼마 뒤 상서좌사낭중尙書左司郞中으로 옮겼다.

고 했거니와, 목종이 앓아눕는 비상계엄사태 때는 왕실 호위를 담당하는 군대를 관장했음을 본다.  

성종 시대에 그가 맡았다는 압강도구당사鴨江渡勾當使가 무엇인지 나는 실체가 아리송송하기만 하다. 어떻게 끊어읽어야할지도 종잡기 힘들다. 다만 압강이 압록강을 말함은 분명하거니와 /압강도/인지, /압강/도구/인지 모르겠다.

암튼 명칭으로 보아 압록강 일대 군사 업무를 관장했던 듯하다. 저때는 관직이 높지는 않았을 터이니, 전방부대 위관급 장교 정도로 보면 좋지 않을까 한다. 
 

고려거란전쟁 하공진. 저 말은 사실이었던 듯하다.

 
그는 고려에 끝까지 절의를 지킨 충신으로 간주되지만, 이상한 점도 없지는 않다. 강조의 변이 일어나 그가 서북면 병사들을 이끌로 쿠데타를 일으켜 개경을 침범하자, 하공진은 탁사정과 함께 잽싸게 강조한테로 붙어버린다. 목종을 배신한 것이다. 

현종이 즉위하자 지금의 평안도와 함경도 변경 지대 동·서계東西界에 있으면서 지 맘대로 군대를 출동해 동여진東女眞 부락에 쳤다가 패배하기도 했으니 이 일로 탄핵되어 먼 섬으로 유배를 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1010년 연말 전쟁 시대가 돌입하니 사면 받고는 복직한 듯한데, 현종이 파천할 때 호종한다. 

이때 조정 중신들은 다 도망친 상태였고, 현종은 하공진과 같은 무신들한테 휩싸였다.

고려사 열전이 정리한 그의 행적에 의하면, 하공진은 화친을 주장하며 이미 지금의 경기도 양주 일대인 창화현昌化縣에 어가 행렬이 이르렀을 적에 표문들 들고는 그곳 턱밑까지 진격한 거란군 진영에 들어가 철군을 요청하기도 한다. 

나아가 앞서 봤듯이 개경에 진주한 거란 진영으로 고영기와 함께 가서 철군을 요청했다가 그 자리서 포로 신세가 되어 거란으로 압송된다. 

이처럼 그의 행적은 실은 묘한 구석이 많다. 충직함과는 거리가 멀어 전세가 불리해지자, 혹은 목종한테 불만이 많았던지, 잽싸게 반란군에 붙어버리고, 전방사령관 시절에는 제 마음대로 군대를 발동했다가 패배를 맛보기도 했다. 

거란 억류 생활을 그는 지금의 북경 연경에서 했다. 하지만 고려로 돌아갈 생각뿐이라 그의 열전에 이르기를 

“하공진은 좋은 말을 많이 사서 고려로 가는 길[東路]에 차례로 배치해 두었는데, 어떤 자가 그 계획을 보고하였다. 거란 임금이 그를 국문하자 하공진은 상세히 사실대로 대답하고, 또 말하기를, “저는 우리나라를 감히 배반할 수 없습니다. 죄는 만 번 죽어도 마땅하나 살아서 대국을 섬기기를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하였다. 거란 임금이 의롭게 여기고 그를 풀어주면서 절개를 바꿔 충성을 다할 것을 설득하였으나, 하공진의 말투가 더욱 강경하고 불손해지니, 마침내 그를 죽이고 앞 다투어 심장과 간을 꺼내 먹었다”

고 했다. 

드라마 역시 살아있는 하공진 간을 꺼내는 것으로 설정했거니와, 죽임을 이렇게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먹을 것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거란 황제가 사람 심장과 간을 먹었겠는가? 

아무튼 그의 죽음을 보면 여러 모로 그 직전 강조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강조가 비록 반란자이기는 해도,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끝까지 어지럽히지 않고 장렬하게 죽었듯이 하공진 역시 그와 비슷한 사선을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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