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초창기 발굴현장을 다니던 무렵.
그러니까 2006년경이던가.
산을 깎아 관공서로 들어설 부지에 발굴조사를 하던 곳에 나가
그곳 현장에서 작업하던 분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가 그곳에 갔을 때, 이미 현장은 몇만 평인지도 모를 부지를
모두 나무를 쳐 내고 그야말로 일대 장관이었는데,
그 넓은 부지에 수도 없는 조선시대 묘지가 있었다.
아마도 조선시대에는 동네 야산으로 여러 문중의 선산이었는지,
과장 좀 보태서 발도 못 디딜 정도로 빽빽하게 무덤이 사방에 있었다.
그런데 현장 발굴 책임자 분 이야기는 더 충격적이었다.
이 모든 무덤 거의 전부가 무연고묘, 즉 주인없는 무덤이라는 것이다.
누군가가 죽었을 때 후손들이 무덤을 만들었겠지만,
어느 시기인가부터 무덤을 잊어 버리고 지금은 후손 있는 무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좁은 땅덩이에 수천년을 서로 부대끼며 살던 나라라
발굴조사 한번 하면 무덤이 안 나오는 데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그 후에도 여러 군데 발굴 현장 나갈 때마다 거의 비슷한 모습이었고,
비슷한 정도로 무연고 묘 천지였다.
대부분 조선시대 무덤이었는데
조선시대 어느시기인가에 후손들은 조상 무덤을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필자가 느낀 것은,
무덤을 만들고 지키고 하는 것 자체가 사람 욕심이라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묘지 투장 관련하여 문중간 싸움이 나서 살인사건도 수도 없이 났다.
조선시대 살인 사건 중 1, 2위를 다투는 것이 바로 산송이었다.
그렇게 목숨을 걸고 만들고 지킨 무덤이었을 것 같지만
실제로 산 하나 조사해 보면 거기에는 조선시대 무연고 묘 투성이다.
내가 죽은 다음 내 무덤은 누군가가 관리해주고, 또 기억해줬으면 하는 것도 욕심이고 부질없는 바람이다.
조상 무덤도 후손들이 지켜줄 것 같지만 그것도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 무덤처럼 대부분 잊어버리게 되고,
그렇게 사라진다.
내가 단언컨데 지금 20-30대 시대에 우리나라 대부분의 어른들 무덤은 관리 안하게 된다.
그나마 조상 무덤에 대해 애착이 있는 분들이 뭔가 정리를 하고 가시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제사?
지금 20대 친구들에게 물어봐라. 제사 나중에 지낼건지.
만약 20대 친구가 그의 시대에도 죽을 때까지 조상 제사와 묘 관리를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면
단언컨데 그 친구는 그가 죽기 전에 대한민국 인간문화재가 될 거다.
제사를 간소하게 하고 어쩌고 하는 소리도 한가한 소리다.
제사 대신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신 분을 기억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우리 사회는 지금 그 방법도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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