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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우리는 전통의 노예가 될 것인가

by 초야잠필 2023.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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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조선시대 미라를 공부하면서 
 
미라가 주로 만들어지는 회곽묘의 연원을 따라 올라갔는데, 
 
주자가례에 기록된 회곽이라는 게 과연 중국에서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보니, 
 
주자도 자기가 기록했다는 회곽에나 묻히기나 했을까 싶은 무덤에 묻혀 있는 거 같고, 
 
주자가 떠들거나 말거나 정작 중국에서는 회곽묘는 잠깐 양자강 주변에서 만들다 만 거를 가지고, 
 
조선은 수백년간 주자가례의 회곽묘를 그대로 베껴 만들면서 
 
이걸 가지고 내가 주자가례의 오리지날 무덤이네
 
아니다 내가 오리지널이다 저쪽은 주자가례를 잘못해석했네 싸움까지 해가면서 
 
전국의 사대부들이 모양도 똑같은 회곽묘를 수백년간 산이면 산 골짜기면 골짜기마다 만들다가
 
그 안에서 미라가 되어 버린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다시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전통에의 교조주의가 조선왕조 수백년간 성리학에서 한 발자욱도 이탈하지 못하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인데, 
 
지금 우리에게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역사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속박하고자 하는 시도는 없는지, 
 
이를 빙자하여 창출된 권력을 우리에게 강요하고자 하는 분위기는 없는지, 
 
항상 의심하고 의심하며 살아야 한다. 
 
 

문화재는 한국사회에서 지금까지 항상 보호의 대상이었다. 이제는 문화재가 권력이 되어 전통을 스스로 창출하고 분식하며 그 권력의 힘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상상까지 통제하려 하는 분위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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