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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조선시대에 고을 세 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조선 태종 16년(1416) 제주목濟州牧·대정현大靜縣·정의현旌義縣 이렇게 고을 세 곳으로 제주 땅을 새롭게 편제한 것이다. 이를 제주 삼읍三邑이라 한다.
개중 정의현 중심지 읍성은 본래 성산 일출봉 근처에 두었다. 하지만 너무 치우쳐 백성들이 불편해하고, 또 왜구라든지 뭐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 7년 만에 자리를 옮기니 지금의 성읍민속마을이 바로 정의현 읍성 자리다.
그렇다고 옛 읍성을 당장 헐어버리거나 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지금도 성산 고성리古城里에 고古정의현 읍성 자취가 남아있다고 해서 (올해 박물관에서 낼 책에 사진을 실을 겸) 답사를 와 보았다.
보고서에는 북쪽 벽이 꽤 뚜렷하게, 높고 길게 남아있다고 했는데 내가 초행이라 그런지 찾아가기가 너무 어려웠다. 나중에 길잡이와 함께 와야 그 성벽을 볼 수 있을까.
그나마 찾기 쉬운 쪽은 동쪽 성벽 기단이라고 해서 와 봤는데, 세상에 여기는 아파트 정원이 되어 있었다.
꽤 오래 전 만주 답사를 갔을 때, 고구려 수도였던 집안 국내성이 딱 이런 식으로 아파트 화단이 되어있던 기억이 떠올랐다(지금은 또 어떻게 되었을는지).
폭 패인 웅덩이에 야트막하게 남은 저 돌담이 600년 전 위세 당당하던 읍성이었다니 무정한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다.
아니, 아파트를 지으면서 슬쩍 묻어버리거나 없앨 수도 있었을 텐데 이나마 남겨준 건설사 아량을 차라리 고마워해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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