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22 15:30:54
<조선왕실의 마지막 운명과 이구씨의 삶>(1)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조선왕조는 언제 멸망했을까?
무슨 가당치도 않은 질문인가 반문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소위 경술 국치일인 1910년 8월 29일인데 무슨 생뚱맞은 질문인가 되묻기도 할 것이다.
이른바 '한일합방' 조약으로써 대한제국(조선)은 내치와 외치의 모든 면에서 자주성이 말살되었으므로 이런 일반적인 견해가 반드시 틀리다고만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좀 더 엄밀한 의미에서 조선왕조가 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종적을 고한 것은 1945년 8월 15일로 보아야 한다. 이때가 되어서야 적어도 이 조선 땅에서 조선왕조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45년 8월 15일이라는 시점도 문제가 있다. 그것은 이 조선 땅에서 조선왕조는 완전히 축출되었으나, 여전히 지구 어느 곳에서는 엄연히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지구 어느 곳이 바로 일본이다. 조선에서 멸종된 조선왕조는 일본 땅에서 모진 생명을 지속하다가 대일본제국 헌법을 대체한 일본국 헌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1947년 5월 3일에 공식적인 소멸을 보았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소멸'일 뿐이요 진정한 조선왕조의 종말은 5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1952년 4월 28일, 2차 세계대전 전후 처리를 위한 연합국과 일본 간에 체결된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이 발효됨에 따라 일본 국적을 유지하던 마지막 조선왕실의 '왕세자'(王世子)가 일본 국적을 상실하고, 비로소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함으로써, 어떠한 특권도 배제된 대한민국 '국민'으로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왕조는 실질적인 힘이라는 측면에서는 1910년 8월 29일에 멸망했으나, 그럼에도 1952년 4월 28일까지 그 형태가 무엇이건 엄연히 존재했던 셈이 된다.
이에 조선왕조 그 마지막 궤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한일합방' 조약이 도대체 무엇일까? 이런 질문은 학계에서도 그다지 진지한 고민에서 접근하지는 않는 듯하다. 하지만 그 핵심은 대일본제국 황제(천황)에 의한 대한제국 황제의 이왕(李王) 책봉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우리가 너무나 잘 알 것 같은 '한일합방 조약'이란 적어도 그 조문에 의하면 대일본제국 천황이 종래에는 대등한 지위로 간주됐던 대한제국 황제를 격하시켜 왕(王)으로 책봉한 일을 가리킨다.
병합조약 제3조는 "일본국 황제 폐하는 한국 황제 폐하와 태황제 폐하와 황태자 폐하 전하와 그 후(后)와 비(妃) 및 그 후예로 하여금 각각 그 지위에 상응하는 존칭과 권위와 명예를 향유케 하며 또 그것을 보지(保持)하는데 충분한 세비를 공급할 것을 약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日本國皇帝陛下ハ 韓國皇帝陛下太皇帝陛下皇太子殿下 幷其ノ后妃 及後裔ヲシテ 各 其ノ地位ニ 應シ相當ナル 尊稱威嚴及名譽ヲ享有セシメ 且之ヲ 保持スルニ 十分ナル歲費ヲ 供給スヘキコトヲ約ス)
이 조문에 의거해 일본은 왕공족(王公族) 제도를 창설했다. 왕공족이란 한국 병합 이후 옛 대한제국 황족과 그 일족에게 수여한 일종의 신분 제도로써 그 대우는 일본 황족(皇族)에 준한다고 간주됐다.
이 제도에 의해 순종과 그 가족, 나아가 그 아버지이자 전 황제인 고종은 '왕족'(王族)이 되었으며 다른 방계 조선왕가 인물들은 '공족'(公族)이 되었다.
결국 일본은 대한제국 황제를 왕으로 격하시키는 방법으로 조선을 병합하는 한편, 조선왕실과 그 일족은 '왕공족'(王公族)이라는 신분으로 편입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싫건 좋건 1910년 이후 조선왕실은 일본 황실의 일원이 되었다.
(계속)
'역사문화 이모저모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왕실의 마지막> (3) 천황의 형제 아들로 대우받은 영친왕 (0) | 2021.02.08 |
---|---|
<조선왕실의 마지막> (2) 황족령皇族令에 따른 각종 특혜를 받은 이왕가 (0) | 2021.02.07 |
Ceremonial Attire of Korean Empire 대한제국 대례복 (0) | 2021.02.06 |
누나란 누구인가? (0) | 2021.02.05 |
돌탱이 신라사 연구자들, 수가인隨駕人의 환상을 깨뜨려라! (0) | 2021.02.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