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신동훈 교수께서 삼국지와 그 배송지 주를 논하면서
개중 한 장면으로 위만의 쿠데타에 왕국을 통째로 강탈당한 조선 마지막 군주 준왕准이 그를 따르는 사람들과 더불어 바다로 도망가 한韓 땅에 정착하는 과정을 기술하는 구절이 있으니,
그것을 다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진수의 삼국지 기술은 다음과 같다.
將其左右宮人走入海,居韓地,自號韓王。(그 좌위 궁인을 거느리고 바다로 들어가 한 땅에 살면서 한왕이라 칭했다)
이에서 우리가 무심히 넘겼지만 세심히 볼 대목이 있다.
좌우 궁인들을 데리고 바다로 들어가서[入海], 한韓 땅[韓地]을 점거하면서, 자칭 한왕韓王이라 했다는데, 이를 그간 많은 이가 준왕이 위만한테 넘어간 왕검성을 탈출해(탈출보다는 나는 위만과 준왕 사이에 협상이 있었다고 본다. 내가 조선을 포기할 테니, 대신 나는 조용히 나가 주겠다. 그러니 퇴로를 열어 달라 이렇게 말이다), 바다를 건넌 다음 한韓 영역에 속한 육지로 상륙해 그쪽에서 자칭 왕 노릇했다
이런 식으로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해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첫째, 바다로 들어가 한 땅에 들어갔다는 것이 반드시 바다를 통해 탈출해 뭍으로 한 땅에 들어갔다는 것인가가 당장 문제로 대두하거니와,
둘째, 설혹 그렇다 해서 그가 상륙한 땅은 아무나 들어가서 내 땅이라 선언해도 되는 무주공산이라는 뜻이지만, 이는 언어도단이다.
분명히 준왕이 들어간 데는 韓 땅이라 해서, 한의 영역에 속한 지역임을 알 수 있다.
그런 자기 영역에 느닷없이, 그것도 별 볼일 없는 패잔 부대가 들어왔는데 그걸 韓에서 용납했다고?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다.
이는 韓이 무주공산이라는 뜻이지만, 분명히 저에는 韓이 이미 있었던 것으로 나온다.
더불어 그가 바다로 들어갔다는 말이 어찌 모름지기 바다를 통해 달아나서 뭍으로 상륙했다는 의미이겠는가?
이런 모든 의문은 저 구절에 대한 다음과 같은 배송지 주석에서 명쾌히 풀린다.
《魏略》曰:其子及親留在國者,因冒姓韓氏。准王海中,不與朝鮮相往來。〉(위략에 이르기를 그 아들과 친척으로 그 나라에 남은 이들은 한씨라 칭하고, 준왕은 바다로 들어가서 조선과는 서로 왕래하지 않았다.)
위략이라는 문헌을 인용한 이 구절에 의하면
준왕은 뭍으로 상륙한 적이 없다. 바다로 도망가서 바다속 곧 해중海中에서 웅거하면서 거기서 지 맘대로 내가 오늘부터 한왕韓王이라 칭한 것이다.
이것이 무슨 뜻인가? 바다로 도망가서 섬으로 숨어 기어들어갔다는 뜻이다. 그 섬은 韓에 속한 땅이다. 그 섬에 들어가서 지 맘대로 동네 꼬마 대장 노릇하면서 살았다는 뜻이다.
나아가 그렇게 도망가서는 섬에 웅거한 다음에는 모국과는 왕래하지 않았다는 뜻이 무엇인가?
간단하다. 나는 앞서 그가 왕검성을 탈출하는 과정이 탈출이 아니라 강화 회담에 따른 딜이라 했거니와, 그 협상에는 다른 지역에 가서는 모국과 어떠한 접촉도 하지 않는다는 강화 조약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모든 의문이 명쾌히 해결된다.
그렇다면 준왕이 바다로 도망쳐가서 정착한 섬은 어디인가? 혹자는 강화도를 생각할 수도 있겠고, 다른 서해 어느 도서일 수도 있다.
이로써 본다면 준왕이 익산에 정착했네 마네 하는 소리는 다 개소리임을 안다.
아무튼 왕검성 함락 당시 모식도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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