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정원일기를 읽다가>
정우량이 아뢰기를,
“선정(先正) 이이(李珥)가 《대학연의(大學衍義)》는 좋기는 하지만 기사체(記事體)에 가깝다고 하였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승지가 영락(永樂) 원년(1403, 태종3)의 서(序)를 읽으라.”
하니, 신치운이 읽었다.
......
상이 이르기를,
“이 책 발문(跋文)에 들어 있는 사람은 자손이 있는가?”
하니, 윤광익이 아뢰기를,
“길창군(吉昌君, 권근(權近))의 자손이 많은데 벼슬하는 자가 있습니다.”
하고, 신치운이 아뢰기를,
“세조조의 공신 권람(權擥)과 권제(權踶)가 대제학이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변계량(卞季良)도 자손이 있는가?”
하자, 윤광익이 아뢰기를,
“변은 기이한 성이라 지금은 사대부가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하였습니다.”
하였다. 정우량이 아뢰기를,
“학문으로는 길창군을 추중(推重)하고, 문장으로는 변계량을 일컬었는데 호가 춘정(春亭)입니다.”
하니, 윤광익이 아뢰기를,
“바로 국초의 대제학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김빈(金鑌)은 어떤 사람인가?”
하니, 신치운이 아뢰기를,
“우리나라 명신록(名臣錄)에 실려 있지 않아 그 행적이 자세하지 않습니다. 홍문관에 또 《치평요람(治平要覽)》이라는 책이 있는데 국조의 고사를 기록한 것이 제법 많습니다.”
하니 ......
- <승정원일기> 영조 5년 기유(1729) 윤7월 4일(병자)
이날 영조는 아마도 갑인자로 찍은 <대학연의>를 경연 교재로 썼었다.
그런데 대화를 읽다보니 조선 초기와 후기의 간극이 이렇게 잘 느껴질 수가 없다.
조선 초기 명신들이 "자손은 있던가?"라고 묻는 영조나, 권근(1352-1409)은 알면서 변계량(1369-1430)은 "기이한 성이라" 후손이 사대부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신하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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