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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책 없는 홍문관弘文館

by 버블티짱 2022.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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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을 읽다가>
시독관侍讀官 홍경모(洪敬謨, 1774-1851), 검토관檢討官 강세륜(姜世綸, 1761-1842) 등이 아뢰기를, "홍문관은 바로 경적經籍을 비치하여 강연講筵에 대비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경서經書 가운데 《예기禮記》가 한 질도 없어서 연전 소대召對 때에 《예기》를 가지고 들어오라는 명이 있었으나 드리지 못하였으니, 강연의 사체가 전혀 말이 아닙니다. 외간에도 판본板本이 있는 곳이 없으니, 이때 활자活字로 인쇄하여 홍문관에 간직해 두고 홍문관에서 또 몇 질을 인쇄하여 외간에 널리 반포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주역》으로 말하면 홍문관에 있는 것이 안책案冊과 상하번上下番의 책뿐이니, 판본이 있는 곳에 공문을 보내어 인쇄해서 가지고 오도록 하고, 선정신先正臣 이황李滉의 문집도 인쇄해서 가지고 오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니, 그대로 따랐다.
 
 
《순조실록》 권19, 순조 16년(1816) 8월 24일자 기사이다.


책 좋아하기로 유명했던 정조 시절의 잔영이 그래도 남아 있을 만한 시기인데, 궐내각사闕內各司 중에서도 책하고 가까워야 마땅한 홍문관弘文館에 책이, 그것도 기본 중의 기본인 사서오경이 듬성듬성 이 빠진 채로 남아있었단다.
 
 
 
 
급한대로 활자로 인쇄하고 판목이 있는 곳에 얘기해서 인출해오도록 하는 김에, 겸사겸사 《퇴계선생문집》도 인쇄해오도록 하는 걸로 일단락되지만 "이거 참..."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고보니 그 유명한 내각판內閣版 사서오경 판목은 경진년(1820)에 만들어지고 경상감영판 사서오경은 임오년(1822)에 새긴다.
 
 
순조가 이런 일을 겪고 부끄러웠던 나머지, 아예 새로 판을 만들어 책을 펴내게 한 것일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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