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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부원多富院에서 by 조지훈
한 달 농성 끝에 나와 보는 다부원은
얇은 가을 구름이 산마루에 뿌려져 있다.
피아 공방의 포화가
한 달을 내리 울부짖던 곳
아아 다부원은 이렇게도
대구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고나.
조그만 마을 하나를
자유의 국토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
한 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제 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
사람들아 묻지를 말아라
이 황폐한 풍경이
무엇 때문의 희생인가를
고개 들어 하늘에 외치던 그 자세대로
머리만 남아 있는 군마의 시체
스스로의 뉘우침에 흐느껴 우는 듯
길 옆에 쓰러진 괴뢰군 전사
일찍이 한 하늘 아래 목숨 받아
움직이던 생령生靈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 바람에 오히려
간 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진실로 운명의 말미암음이 없고
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
이 가련한 주검에 무슨 안식이 있느냐.
살아서 다시 보는 다부원은
죽은 자도 산 자도 다 함께
안주安住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
***
한국 전근대 전쟁종군시로는 천하 절창이며
20세기 잠삼이다.
동탁이 찾은 1950년 싸늘한 가을 바람이 부는 다부원은 간고등어 냄새로 주검들이 썩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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