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녀 : 아니, 이 밤중에 어인일로...
김유신 : (술에서 깸) 여기가 어디지? 잉? 이노무 말이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한게야?? 에잇!
댕강...!
천관녀 : 꺄!!
김유신 : 잘있으시오. 다신 오지 않겠소!
천관녀 : 흑흑ㅜㅜ 매정한 사람... ㅜㅜ 안장은 가져가세요! (분리수거 귀찮단 말이에요!)
말 : 다음 생은 멍청한 말로 태어나길...
경주 천관사지 / 팔각삼층석탑
황량한 들판에 탑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주에 있는 천관사지에는 이러한 매정한 청년 김유신과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그려진 천관녀,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말의 이야기가 전해 온다.
사료를 보면 '김유신은 말의 목을 베고 안장을 버리고 갔다.' 라고 쓰여 있다.
굳이 굳이 안장을 버리고 갔다는 것을 적어준 걸 보면, "나 사나이 김유신이, 애마의 목도 베고, 안장까지 버리고 갔다아이가?!! 절대 흔들리지 않고 큰 뜻을 향해 갈기라!" 같은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안장鞍裝은 나귀나 말의 등에 얹어 사람이 타기 편하도록 만든 것으로, 오늘날로 치면 카시트(car seat) 정도가 아닐까싶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가치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말할 것도 없이 안장이 엄청 비싸다.
안장은 꼭, 말 위에 타는 사람에게만 좋은 것은 아니다. 말 위에 올라 타는 사람은 엉덩이가 베기지 않고 편하에 앉을 수 있고, 안장을 등에 얹은 말은 타는 사람의 무게를 균등하게 등에 분배 할 수 있어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또한 안장은 이렇게 기능적인 역할 뿐 아니라, 말을 타는 사람의 사회적 위치와 부를 나타내는 역할도 하였다. 다시 말하면, 위치가 높을 수록 고급스럽고 화려하게 장식하여 만들었다.
온양민속박물관에는 이러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자개로 장식한 안장이 있다.
나전안장螺鈿鞍裝
18세기 36.0×57.0×39.0 소나무, 놋쇠, 자개, 옻칠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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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탈 때 몸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편하게 고정해 주는 안장이다. 소나무로 몸체를 만들고 앞가리개에는 놋쇠로 손잡이를 붙였다. 같이 사용하던 가죽은 거의 다 삭아 없어지고 일부만 남아있다. 나무 틀 앞면(앞가리개)과 뒷면(뒷가리개)에는 자개를 가늘고 길게 오려낸 후 끊어가며 장식하는 끊음질기법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놋쇠로 둥그렇게 손잡이 모양으로 만든 부분이 앞쪽이 된다. 안장의 앞쪽 면을 '앞가리개' 라고 하고, 자개 하나하나를 끊음질 기법으로 장식 한 것을 볼 수 있다. 앞면만 신경썼겠는가! 멋쟁이는 뒤태까지 멋있어야 리얼 멋쟁이인데!
안장의 앞면을 앞가리개, 그럼 뒷면은? 뒷가리개!
뒷면을 삭 돌려보면 뒷가리개에도 자개로 화려하게 장식 하였다.
안장 뒷면에 해당하는 뒷가리개에도 자개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가까이 보면, 장식한 자개 조각 하나하나가 크기가 제각각인 것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이정도의 안장을 턱 하고 타고 다니려면 부와 권력,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쥔 고위 관직에 있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화려하게 장식을 한 안장을 타고 전쟁터에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간 따스한 볕에 자개들이 영롱한 빛을 반사하여 적들에게 아름다운 방식으로 아군의 위치를 알려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한땀 한땀 소중한 자개들이 떨어지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는가!!
뽐내기용, 의장용 안장이었을 것이다.
조선시대 자개로 만든 안장이 있었다면, 삼국시대 경주에서는 비단벌레날개로 만든 안장 가리개가 있었다.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말안장 가리개 복원품
황남대총 출토, 국립경주박물관소장, 국립경주박물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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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대총에서 출토된 말안장 가리개로 녹색영롱한 빛을 띠는 비단벌레 날개로 한땀한땀 장식하였다. 출토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라시대 최상위 계층에서 사용하던 것임을 알 수 있다. 말안장 가리개 외에도, 말걸이, 허리띠 꾸미개 등에서도 비단벌레 날개를 이용해 만든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비단벌레는 그 당시 최고급 장식 재료(?)였나보다.
비단벌레 천연기념물 제496호
당시 말은 매우 귀한 운송 수단이었을 것이고, 더불어 안장 또한 매우 귀했을 것이다. 하물며 한땀 한땀 자개로, 그것도 끊음질 기법으로 장식한 안장은 얼마나 비쌀까. 이런 고급 안장을 얹은 말은 오늘날 차로 비유하면 포르쉐 정도 되려나? (너무 갔나...)
아무튼 김유신은 그렇게 여자도 버리고, 최고급 세단과 고급 시트를 버리고, 박차고 자리를 떠났다.
원망에 가득 찬 천관녀는 자살하였고, 후에 김유신은 옛여인을 위하여 절을 지어줬다고 한다.
그럼 말은? 똑똑하다는 이유로 주인에게 목이 베인 말은 누가 위로해주나.
천관사지에 덩그러니 있는 탑에 앉아 버림받은 말을 잠깐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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