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문화 이모저모

“김유신, 당신이 밉소” 천관녀의 원망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2. 27.
반응형

자율주행 미숙에 음주운전에 걸려 목이 달아난 포르쉐



고려 무신정권 때 문사 이인로李仁老(1152~1220) 시화집인 《파한집(破閑集)》 상·중·하 전 3권 중 中卷에 다음과 같이 일렀다.

 

김유신金庾信은 계림인鷄林人이다. 사업事業 혁혁赫赫하니, (그런 사업 내용은) 국사國史에 펼쳐져 있다. 아이 때 모부인母夫人이 매일 엄훈嚴訓하면서 망령되게 교유交遊하지 못하게 했다. 하루는 우연히 여예女隸 집에 투숙하게 되었는데 그 어미가 그를 면수面數(면책)하여 이르기를 ‘나는 이미 늙었으니 주야로 네가 성장하여 공명功名을 세워 임금과 부모에게 영화가 있기를 바랐더니, 지금 너는 술파는[屠沽] 애들과 음방淫房과 주사酒肆에서 유희遊戱하느냐’ 라고 하고는 호읍號泣하기를 그치지 않으니, 즉시 어미 앞에서 스스로 맹서하기를 다시는 그 집 문을 지나지 않겠다고 했다. 하루는 술에 취하여[被酒] 집에 돌아오는데 말이 옛길[舊路]을 따라 잘못하여 창가倡家에 이르니, (창기가) 한편으로는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원망하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맞아들이는지라, 公이 그제야 깨닫고 타고온 말을 참斬하고 안장을 버리고는 돌아오니 그 여자가 원사怨詞 한 곡조를 지어 그에게 전했다. 동도東都에 천관사天官寺가 있으니 바로 그 집이다. 이상국李相國 공승公升이 일찍이 東都의 관기管記로 부임하여 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자율주행 사고로 폐차된 김유신의 포르쉐


 

절 이름 천관이라 옛 인연이 있었던 걸(寺號天官昔有緣)

문득 경시(經始)한 연유를 듣고 한번 처연(悽然)하였네.(忽聞經始一悽然)

다정한 공자님은 꽃 아래서 놀았고(多情公子遊花下)

원한 품은 가인(佳人)은 말 앞에서 울었네(含怨佳人泣馬前)

붉은 말은 정이 있어 옛 길 알았으니(紅有情還識路)

종(蒼頭)은 무슨 죄로 부질없이 채찍만 휘둘렀던가(蒼頭何罪加鞭)

오직 한 곡조 미묘한 가사만 남아(惟餘一曲歌詞妙)

달빛과 함께 잠들었단 말 만고에 전하네(蟾兎同眠萬古傳)

 

천관은 바로 그 여자 이름이다.

 

(金庾信鷄林人 事業赫赫布在國史中 爲兒時母夫人日加嚴訓 不妄交遊 一日偶宿女隸家 其母面數之曰我已老 日夜望汝成長 立功名爲君親榮 今乃爾與屠沽小兒 遊戱淫 房酒肆耶 號泣不已 卽於母前自誓不復過其門 一日被酒還家 馬遵舊路 誤至倡家 且欣且怨 垂泣出迎 公旣悟 斬所乘馬棄鞍而返 女作怨詞一曲傳之 東都有天官寺 卽其家也 李相國公升嘗赴東都 管記作詩云 寺號天官昔有緣 忽聞經始一悽然 多情公子遊花下 含怨佳人泣馬前 紅鬣有情還識路 蒼頭何罪謾加鞭 惟餘一曲歌詞妙 蟾兎同眠萬古傳 天官卽其女號)


 

열받은 김유신, 아까비 외치는 천관녀



주석 :


*도고屠沽 : 개나 양을 잡고 또 술과 밥을 파는 사람. 전의되어 천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가르킨다. 유향의 《신서新書》 ‘흉노’匈奴에 이르기를 “屠沽者 賣飯食者”(도고란 음식을 파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동도東都 : 지금의 경주를 말한다. 고려는 옛 신라 서울 경주를 동도라고 했다. 


*이공승李公升 : 자는 달부達夫, 시호는 문정文貞. 태조 때 공신 이겸의李謙宜 5세손이다. 인종 때 급제해 한림원에 들어갔고 우정언右正言을 지냈다. 의종 초에는 전중시어사殿中侍御史로 사신이 되어 금나라에 다녀와 우승선좌간의대부右承宣左諫議大夫를 거쳐 지어사대사知御史臺事로 정함鄭을 권지합문지후權知閤門祗侯로 임명할 때 서경署經을 끝까지 거부했다. 형부상서刑部尙書, 동지추밀원사同知樞密院事, 이부상서吏部尙書로 은퇴를 주청해 참지정사參知政事로 은퇴하여 시와 술로 지내다가 명종 3년 이의방李義方이 문신들을 학살할 때 문극겸文克謙의 힘을 입어 면했고 그 뒤 중서시랑평장사中書侍郞平章事가 되었다. 

*관기管記 :벼슬이름, 서기書記. 7품관이다. 《남사南史》 육개전(陸傳)에 이르기를 “弘雅識度 好學能屬文 後主在東宮 徵爲管記”라고 했다. 《고려사高麗史》 권 제77 백관지百官志에 이르기를 “東京留守官 成宗以慶州爲東京 置留守使一人 三品二上…司錄參軍事一人 掌書記一人 幷七品以上”이라고 했다. 


*섬토蟾兎 : 달 속 검은 그림자. 전의해서 달을 가리킴. 섬여蟾蜍, 섬계蟾桂, 섬반蟾盤, 섬백蟾魄, 섬륜蟾輪이라고도 한다. 모두 달 속에는 두꺼비가 계수나무 아래서 불사의 약을 빻는다는 전설에서 비롯된 말들이다. 고시古詩에 이르기를 “三五明月滿 四五蟾兎缺”이라 했다.



경주 천관사지


 

이상 번역과 주석은 류재영柳在泳 譯 《파한집》(일지사, 1978.11)에 의거했다. (2005.04.02 14:19:46)  


*** 관련 글 ***


자율주행의 비극은 폐차!


줄줄이 유물 이야기-김유신에게 버림받은 말 그리고 안장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