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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뮤지엄톡톡

줄줄이 유물 이야기-핀란드 유물들의 헤어진 쌍둥이 형제 찾기

by 여송은 2020.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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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머나먼 핀란드에서 헤어진 쌍둥이 형제를 찾기위해 유물들이 한국에 방문하였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는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획전시로 유명해져 텔레비전에 나온다면, 그 모습을 보고 자신들을 찾아와 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 핀란드 디자인 10 000년】 전시실 전경

 

 

핀란드 오징어 다리 모양 스툴

 

나뭇가지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스툴의 다리를 만들고, 위는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만한 크기의 나무를 잘라 끼웠다.

 

 

 

"휘바휘바!

시차적응 너무 힘들다! 관람객들 오는 낮에는 병든 닭마냥 비실비실 졸고, 다 가고 나면 쌩쌩해지니 이거 원 쌍둥이 형제가 와도 조느라 못 알아 보겠군! 옆 장에 있는 사다리씨는 일어났나? 사다리씨는 헤어진 쌍둥이 형제 찾았소?"

 

 

핀란드 통나무 사다리

통나무를 무심하게 툭툭 조각하여 만든 사다리다. 그리 높지 않은 위치에 사다리를 기대어 놓고 파인 면을 밟고 조심 조심 올라가는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형님!! 저는 찾은 것 같아요!! 아까 저를 유심히 보던 한 관람객이 '어?? 우리 박물관에도 똑같이 생긴 사다리 있는데...' 하고 지갔어요. 사진 보여줬는데, 정말 저랑 똑같이 생겼어요!"

 

"오~~ 정말 잘됐다, 사다리씨!! 정말 축하해!! 그래서 어디에 있대?"

 

"온양..? 온양민속박물관 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아까 구글로 찾아보니깐 충청남도 아산시라는 지역에 있더라고요!"

 

"그래? 사진 있어? 사진 한 번 보자!"

 

 

나무 사다리 _ 온양민속박물관

-핀란드 쌍둥이 형제 사다리보다 형태가 날씬하고, 발을 디딜 수 있는 너비가 좁다. 이러한 형태를 미루어 보아 주로 아녀자가 다락에 올려 두었던 살림을 꺼낼 때 사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정말 비슷하게 생겼네! 그런데, 사다리씨보다 온양 동생이 좀 더 잘생긴 것 같은데? 휘바휘바!"

 사다리씨 말고, 또 찾은 이들은 없는건가?"

 

 

"저도 찾았어요! 옆에 쌍둥이 오빠랑 오빠친구도 같이 와있어요!"

 

 

핀란드 설금설금 설피

향나무를 타원형 모양으로 구부린 다음, 발을 디딜 수 있는 부분을 덧대어 만들었다. 핀란드에서는 주로 봄과 겨울에 신었는데, 봄에는 늪지대를 통과하거나 습지에서 건초를 수확할 때 사용하였다.

 

 

 

 

 

 쌍둥이 오빠 설피와 오빠친구 둥구니신 _ 온양민속박물관

둥구니신은 짚으로 종아리까지 오도록 엮어 만든 신으로 '먹신'이라고도 하며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 신었다. 노간주나무로 만든 설피도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 눈에 빠지거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 바닥에 덧대어 신었다.

 

 

 

 

"오빠 친구까지? 정말 잘됐다, 설피야~~!"  

 

"네!ㅎㅎ 한국까지 와서 오빠 못찾고 그냥 가면 어떡하나 했는데, 정말 기뻐요! 근데 스툴님은 아직 소식 없나요?"

 

"응 나는 아직... 나도 곧 나타나겠지! 그런데 저기 이국적인 백팩은 누구지?"

 

 

 

 

주루막 _ 온양민속박물관

 강원도 산골에서 삼마니나 약초꾼들이 메고다녔던 망태기이다. 가는 새끼줄과 칡줄기로 엮었으며 주둥이를 여밀 수 있도록 여러 개의 코를 만들고, 코에는 삼 껍질을 감았다. 양 끝에는 어깨에 멜 수 있도록 끈을 달아 물건을 나르는데 요긴하게 사용했다.

 

 

 

"안녕하세유~~온양에서 온 주루막이어유. 여기 저랑 비슷하게 생긴 백팩이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일사후퇴 때 헤어진 지 형이 아닌가 해서유."

 

"백팩이요? 저기 자작자작 가족들한테 한 번 가보실래요? 거기 중에 백팩군이 있기는한데... 제가 보기에는 찾는 분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 번 가보세요. "

 

"아이구 감사하구먼유."

 

 

 

 

핀란드 자작자작 백팩

자작나무의 껍질을 벗긴 다음 엮어 가방을 만들었다. 핀란드는 기후상 자작나무가 잘 자라고 쉽게 접근할 수 있기에 이 나무를 활용하여 의자, 그릇, 신발, 바구니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아~~~~~~~~~ 우리 형이 아닌가벼~~"

 

"네, 많이 다르네요. 그래도 이왕 박물관 오신김이 천천히 둘러보고 가세요."

 

"그럼 그럴까유? 아니~~ 잉? 저기 온양에 있어야할 숯다리미랑 인두가 왜 저기 들어가 앉아있대~~?? 저것들은 여기서도 연애질이여~~"

 

"네?? 저랑 핀란드에서 온 친구들인데요?"

 

"그럴 리가유~~~ 우리 온양에 있는 숯다리미랑 인두랑 또~~옥같이 생겼슈. 이봐유 사진 좀 봐봐유."

 

인두 _ 온양민속박물관

바느질할 때 불에 달구어 솔기 같은 곳의 구김살을 눌러 펴는 도구이다. 인두 머리 끝부분이 버선코 모양이고, 볼이 납작하다.

 

재래식 숯 다리미 _ 온양민속박물관

오목학게 들어간 곳에 달궈진 숯을 넣고, 구겨진 천을 다릴 때 사용하였다. 이 숯다리미는 다림질판에 천을 올려놓고 바로 다리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천을 마주 잡아당기면서 그 위를 뜨겁게 달궈진 다리미로 슥슥 문질러 단 번에 다렸다.

 

 

핀란드 다리미와 인두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 저 멀리 핀란드나 옷을 다리는데 최적화된 디자인은 같았나 보다.

 

 

"오 정말 똑같이 생겼네요?"

 

"그츄? 오징어다리양반. 여기 가만 보니 온양에 있는 우리 동네 사람들하고 비슷~~하게 생긴 냥반들이 많구먼유~~ 저짝에 주둥이 내밀고 있는 저냥반도 온양에 있는 분하고 닮았슈~~"

 

"오징어다리요?? 아니 이 엘레강스한 다리 선을 오징어다리라고요?"

 

"아니아니 화내지말고 이것좀 봐봐유"

 

 

 

핀란드에서 온 자작나무로 만든 우유통

 

 

 

 

새갓통 _ 온양민속박물관

똥이나 오줌을 담아 나를 때 사용하였다. 나뭇가지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손잡이를 만들었고, 새 부리같은 형태의 주둥이에 내용물을 흘려 부었다.  

 

 

 

"주루막선생님, 핀란드 친구는 우유통이고, 온양 선생님은 똥....똥...오줌...을 푸고 나르던 거잖아요. 어떻게 비교가 됩니까?"

 

"아니~~~새갓통 저 냥반이 우유를 담으면 우유통 되는거지 뭐~~안그려유?"


"아....아니 그래도 그렇죠....! 우유랑 똥이랑..."

 

"으휴 다리는 아주 융통성있게 생겼는데, 머리는 안그러는구먼? 저 우유통냥반이 물 담으면 물통이고, 오줌 담으면 오줌통이고, 술 담으면 술통 아니것슈??"

 

"아.... 그래도 좀...."

 

"가만 있어보자~~~ 저 자유분방한 다리 어디서 많이 봤는데~~아주 오래전에 헤어진 형이 있다고 한것 같기도 하구~~"

 

"정말요???  혹시 헤어진 제 쌍둥이 동생 아닐까요??"

 

"생각났네 그려~~~! 가만있어봐유~~ 영상통화 걸어볼게유."

 

 

 

뚜뚜뚜뚜

뚜뚜뚜뚜

 

 

 

 

"주루막 이장님~~~ 웬일이어유? 영상통화도 걸구?"

 

"거거 동상, 동상 예~~전에 헤어진 형이 있다고 했지? 찾은것 같혀~~~ 거 화면좀 다리쪽으로 좀 내려봐~~ 다리가 비슷한가 한 번 보여주게~~~"

 

 

 

 

 

 

"오징어다리 냥반, 찾는 동상이 맞는것 같쥬??"

 

 

 

 

 

 

 

"어렸을 적에도 동생이 저보다 키가 컸었어요. 나뭇줄기 난 형태 그대로 하며,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저 엘레강스 하며, 제 동생 맞는 것 같아요! 휘바휘바!!! "

 

 

"온양 동상 들었지? 형 찾은 것 같으니깐 내일 KTX 타고 후딱 서울 올라와!!"

 

 

"형~~~~~~ㅠㅠ 네 알겠어유~~!"

 

 

 

 

"훈훈하구먼, 저는 온 김에 서울 구경 좀 하고 내려갈게유. 핀란드로 가기 전에 동생 찾아서 다행이어유. 다른 분들도 헤어진 형제들 꼭 찾았으면 좋겠어유."

 

 

"주루막 선생님, 감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제가 있는 핀란드에서 동생이랑 같이 뵈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에 오지 못한 다른 친구들도 소개시켜드릴 겸, 주루막 선생님도 소개해 드릴 겸요."

 

"그려유 알겠어유~~그럼 건강히 잘 지내유~~"

 

 

 

 

 

 

 

 

 

 

 

 

 

 

 

 

 

 

 

 

 

 

 

 

 

 

 

 

 

 

 

● 나무의 형태를 최대한 살린 스툴, 무심하게 툭툭 조각하여 만든 통나무 사다리, 자작나무의 거친 껍질을 그대로 사용한 용기, 그립감을 살린 바가지 손잡이, 어깨의 굴곡에 맞게 만든 초간단 지게, 툭툭툭 몇 번의 조립만으로 만들 수 있는 테이블 등을 보면 그 쓰임에 맞는 가장 기능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

 

어쩌면 생존의 디자인이 아니었을까.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물건들이기에, 일주일 내내 혹은 한 달, 몇 달 내내 만들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빨리 만들어서 시의 적절하게 사용했어야 했다. 그럴려면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불필요한 작업은 최소한으로 하고, 쓰기에 가장 편한 모양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혹은 후딱 만들고, 사용하면서 좀 더 다듬었을 것이다.

 

몇 달, 몇 년에 걸려 만드는 생활 물건이 있을까? 이 쪽은 일상 물건이 아니라 '작품'. '예술'에 가깝지 않을까? 때론, 일상 물건을 장시간 동안 만들 수는 있겠지만 주위에서 한 소리 주는 건 면하지 못할 것이다.

 

"여보!!!! 지금 바가지 하나 만드는데, 몇 달이 걸리는거야!! 굶어죽겠네 진짜!!"

 

비단 [핀란드 디자인 10000년]에 소개된 유물 만이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일상에 사용된 물건은 형태가 비슷 비슷 할 것이다. 왜냐면 만들어보니깐 이 모양이 가장 간단하고, 사용해보니깐 이 모양이 가장 편하니깐!

 

 

 

● 온양민속박물관에 소장중인 오징어 다리 형태(?)의 유물은 아직 용도가 정확하기 확인되지 않았다. '디딤대'라 부르기는 하는데, 무엇을 디딜 때 사용하였는데, 아니면 어떤 물건을 올려 놓았는지, 아니면 정말 의자로 사용되었는지 확인 중이다. 그런데, 필자가 직접 앉아보니 의자로 앉기에는 살짝 높은 감이 있어 의자는 아니었을 거라 생각한다.

 

아직 용도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나뭇가지의 형태를 살려 그대로 다리로 만든것이 [핀란드 디자인 10000년]에 전시 중인 스툴과 형태가 비슷하여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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