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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당탕 서현이의 문화유산 답사기

지자체에 “국가”유산을 강요하지 말라

by 서현99 2024.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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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지정 문화재도 “문화재”이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보호 관리를 한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동안 법적으로는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지정문화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보호 관리 체계 안에 들어있지 않았다.

 
그럼 그동안 지자체의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문화재가 아닌 “비지정 문화재”를 왜 관리하고 보존하기 위해 책임을 다한 것일까?
 

그 이유는 지방자치법에 의한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해당하기 때문인데,
 
지방자치법 시행령 「별표 1」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별 사무 중 시‧군‧자치구 사무에 “비지정문화재(향토유적 등)의 보존‧관리” 사무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 시행령 별표 1의 시.군.자치구 고유사무 중 비지정문화재의 보존.관리 업무가 해당된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동안 기초지자체에서 이른바 “○○시․군 향토문화재 보호 조례”를 제정하고 향토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관리해온 일은 문화재청의 문화재보호법이 아니라 지방자치법에 의한 사무였던 셈이다.

 
그렇지만 “문화재”라는 특성 때문에 대부분 지자체에서는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분류체계, 보수정비 규정을 따라 보존‧관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이 향토문화재는 국비나 도비 등의 예산 지원이 없다.

따라서 안내판 설치 이상의 보수‧정비를 하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지역의 문화자산이 멸실되거나 훼손되지 않고 최소한 보존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지자체에서 향토문화재로 지정해서 관리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2024년 5월 17일, 드디어 국가유산기본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제 “문화재”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국가유산”이란 용어로 대체하며, “국가유산”은 “문화유산․자연유산․무형유산”으로 분류하는 것이 이 법의 주요 내용이다.
 
그리고 또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바로 그동안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지정된 문화재가 아니란 이유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이른바 “비지정 문화재”도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국가유산기본법 제14조(포괄적 보호체계의 마련)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13조에 따라 지정ㆍ등록되지 아니한 국가유산의 현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미래에 국가유산이 될 잠재성이 있는 자원을 선제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렇듯 그동안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관리되지 않던 “비지정 문화재”도 국가유산기본법 제14조에 의해 엄연히 “국가유산”으로서 관리‧보호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관련 업무도 늘어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래도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로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제 문화재청은 국가유산기본법 시행에 맞춰 5월에 “국가유산청”으로 기관 명칭도 변경될 예정이므로, 언뜻보기에는 국가유산기본법 체제에 맞춰서 여러 가지 변경 사항이 잘 진행되는 듯이 보인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전국에 산재한 “문화재”를 “국가유산”으로 변경하는 일은 문화재청의 역할이 아니고 지자체의 역할이다.

 
그런데 문화재청은 국가유산체제 전환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과 정책, 예산 등을 준비해서 지자체와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일방적으로 국가유산체제로의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
 
(“문화재” 용어가 들어간 전국 지자체의 부서 명칭을 변경하고 “문화재” 용어가 들어간 조례 역시 “문화재” 용어를 변경하여 “유산”이 들어가도록 개정하라고 “압박”에 가까운 수준으로 매월 월별로 추진실적까지 받고 있는 중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한 번 포스팅한 적이 있다.
 

 

국가유산기본법 시행이 지자체만의 업무인가

국가유산기본법 : 제정 2023. 5. 16. / 시행 2024. 5. 17. 하도 많이 써서 이젠 제정 날짜와 시행 날짜도 외울 지경이다. 작년 5월 국가유산기본법이 제정된 후, “문화재”가 아니라 “국가유산”으로

historylibrary.net

 
 
그런데, 좀 이상하다.
 
그동안 지자체에서 지정‧관리해 온 “향토문화재” 혹은 “향토유적” 등의 문화재는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의한 지자체 고유의 사무로서 문화재청에서는 관리, 보수정비, 예산 지원 등은 관여하지 않았으면서,
 
이 향토문화재 보호 조례에 들어간 “문화재” 용어는 5월 전까지 어떻게든 개정하여 “문화재” 흔적이 남지 않도록 거의 일방적으로 국가유산체제로의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
 
국가유산기본법이 시행되는 5월이 다가올수록, 국가유산체제 전환 관련 워크숍, 설명회 등이 줄지어 개최되고 있는데, 문화재청 내부는 물론이고 현재 관련 조례를 개정중인 지자체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자체와 소통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느껴진다.

 
예를 들면 국가유산체제 전환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그동안 5월 17일 전까지 “향토문화재 보호 조례”를 “향토유산 보호 조례”처럼 “문화재” 용어 정비만이라도 우선적으로 개정해달라고 해왔다.

 
반면, 다른 부서에서는 기존 향토유산조례의 ‘향토’는 일본식 표현이므로 ‘지역유산조례’ 표준안을 연말에 배포할테니, 다시 지역유산조례로 변경하라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부서에서는 같은 표준조례안을 설명하면서 “역사문화자원 보호 조례”가 될지 “지역유산조례”가 될지 아직 미정이니, 국가유산기본법 개정 먼저 하고 추진하겠다고 한다.
 

지난 3월 6일 대전에서 열린 지자체 국가유산 보존관리 담당자 워크숍에 다녀왔다.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5월에 맞춰 “향토유산 보호 조례”로 개정을 해놓고, 연말에 또 “지역유산 보호 조례”로 개정을 하라는 것인가?

 
더구나 이렇듯 표준조례안을 배포할 예정이라면, 국가유산기본법 시행에 따른 조례 개정을 압박만 하지 말고 표준조례안을 미리 배포해 줄 수는 없었단 말인가?

 
5월에 맞춰 개정을 추진하기 위해 입법예고, 자치법규 심사 등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중인데, 조례 표준안을 연말에 배포하겠다는 것은 지금 추진하고 있는 조례 개정은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지자체도 엄연히 조례 개정을 위한 여러 절차가 있다.

 
그동안 지자체는 국가유산체제 전환 정책에 따라 부서 명칭 변경, 조례 개정, 안내판 정비 등 업무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 정책 추진에 충분히 협조해왔다.
 
그렇지만 제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지자체에 “국가”유산을 강요하지 말라.
 
문화재청은 국가유산체제 전환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과 정책, 예산 등을 준비해서 지자체와 충분히 소통하고 협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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