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양력 12월 2일은 음력 11월 9일이라 선친 23주기였다. 갓 제대하고 탱자탱자 중인 아들놈 대동하고는 제사 지내려 고향을 찾았으니 그 고향집 직선 백미터도 안 되는 지점이 경상북도 지정문화재인 섬계서원이고 다시 그 경내는 국가지정 문화재 천연기념물인 김천 섬계서원 은행나무가 있으니 이 은행나무 인근에 어머니가 작은 문중 밭뙤기를 소작하며 배추니 하는 채소밭으로 쓴다.
누님들도 내려오고 내친 김에 다시 그 배추 뽑아 김장해서 누님들한테 보낸다 해서 주말에 좀 부산을 떨었다.
욕심이 났는지, 차를 몰고 오지 아니한 남편을 원망하던 마눌님 다마네기 망태기에 배추 네 포기씩 세 자루를 만들더니 서울로 이송한단 엄명 내린다.
각기 한 자루씩 들고서 기어어 남영동으로 이송했으니 21세기 캐러밴이다.
이 신작로가 저와 같은 시멘트길로 포장되기는 내가 이미 고향을 떠난 다음이니, 그러고서 하루 세 번인가 시내버스도 들어오지만 손님은 장날 제외하곤 없다. 예서 장날이란 오일장을 말한다.
그 오일장도 그 옛날엔 대덕면 인근 지례에서 섰으니 요새는 김천 황금시장을 엄니가 들락거리신다.
저 신작로도 지금은 우리 동네를 지나 봉곡사까지 연결되지만 것도 태풍 매미며 하는 홍수에 걸핏하면 날아가 새로 짓고 쌓기를 반복해 오늘에 이른다.
지금은 갈수기라 낙동강 지류 감천으로 흘러드는 이 조룡천은 요실금 뇐네 오줌발 수준이나 홍수가 치면 노도와 같은 물길이 동네를 위협한다.
저 물을 끌어대어 식수로 쓰고 농수로 쓰기 위해서는 보가 있어야 하며 그것이 구축하는 저수지 연못이 있어야 한다.
보가 없으면 농사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며 매일매일 두서없이 냇가로 나가 물동이로 물을 길러 날라야 한다.
보가 떠내려 가면 실제 나도 물을 져다 날랐다.
그 보를 해체한 혁명이 콘크리트 옹벽 보다.
나무로 쌓고 바위를 져다 눌러 만든 보는 1년을 못넘긴다.
보에 대한 이런저런 한심한 구호가 난무하고 요새는 그것을 없애는 일이 정의인양 치부되는 시대를 살지만, 그런 운동을 하는 자들도 팔당댐이라는 보가 주는 혜택에 매일매일 이 엄동설한에도 하루 두 번 뜨신 물로 샤워하는 놈들이다.
이 얘기 다시 하려 꺼낸 건 아니나 하도 울화통이 터져 또 하고 말았다.
이 저주받은 한반도는 자연을 개조해야 하며 그 개조 핵심은 오직 물관리가 있을 뿐이다.
지금 남부지방 가뭄이 극심을 넘어 처참이다.
여러번 말했듯이 나는 이명박이 사대강운하를 해부쳤어야 한다고 본다.
그 골자는 상대적으로 수량이 풍부한 한강물을 그를 통해 한반도 곳곳으로 농구었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서울 도심을 관통해 쓰고도 넘치는 물이 서해로 흘러들어간다. 저 강물을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으로 돌려야 한다.
애초 하려던 이야기는 이게 아니라 아버지 추념이었다.
어쩌다 가뭄 물 이야기로 흘렀는지 모르나 저 물로 한탄하며 생평 밭뙤기다운 밭뙤기 논다운 논 하나 부쳐보지 못한 아버지가 참말로 불쌍하다.
그날 자정 한국과 포르투갈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고려해 아버지 제사를 좀 앞당기며 막연히 이런 생각을 했다.
아부지가 도와주시면 우리가 16강에 오를지도 모르겠다.
신명과 통했는지 그날 밤은 우루과이 제삿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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