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과 회한>
업무시간에 사적 페이스북 많이 한다 해서 기자질을 떠난 마당에 나라고 회한이 없을 수는 없다.
나는 기자 생활 23년 중 17년을 문화재와 학술분야 전담기자로 보냈다.
개중에서 특히 지금 당장 기억에 남는 일로 나는 두 가지를 꼽는다. 이건 제 자랑이라 해도 좋다. 그만큼 나한테는 의미 있는 일로 남았다.
1. 고고학 발굴현장 인부의 문화유산상 수상
문화재청이 연례로 선정 수상하는 문화유산상에 나는 늘 불만이 있어, 왜 맨날 정년퇴직한 관련 분야 교수라든가 무형문화재 분야 종사자들이 독점하느냐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그들이 이런 대접을 받지 않아야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혜택조차 누리지 못하는 묵묵한 일꾼들이 있다.
그런 불만을 나는 1960년대 이래 고고학 발굴현장에서 오로지 발굴현장 인부로 보낸 분을 추천함으로써 풀고자 했고, 마침 이 분이 수상을 했다.
2. 고생물 화석 기증
이건 아직 관련 당국이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아 조심스럽기만 하다. 해외 교포가 귀중한 고생물 화석을 기증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를 기증받기로 한 기관과 함께 내가 그 기증 인수반에 포함되어 이 분이 계시는 외국으로 갔다.
애초엔 이를 내가 이를 독점 보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발 직전, 계획이 약간 틀어져 당분간 이 일은 비밀로 부쳐달라는 연락이 왔다.
나는 받아들였다. 문제는 관련 기사를 쓰야 내가 회사 공식 출장이 가능한데, 이렇게 되니 심히 곤란해져 내가 고민 끝에 내 개인 휴가를 내고 출장을 갔다.
휴가로 가는 출장....
한데 막상 현지에 가 보니 기증하기로 했다는 분이 기증 의사가 없다거나, 절차를 문제삼아 기증에 대단히 미온적이었다.
내가 기자일 것인가? 아니면 기증 인수반원일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후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사흘 연속 이 분을 다른 분들과 더불어 나는 설득했다. 하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귀국하기 직전....나로서는 마지막 카드를 썼다.
이것이 주효했는지는 모른다. 애초에 기증할 마음이 있었는데, 결국 이리됐는지도 모른다.
우여곡절 끝에 이 분이 기증서에 도장을 찍고 기념촬영을 했다. 기증식이 끝나고 이 분이 나한테 그랬다.
"김 기자...자네 말 참 잘한다"
이 기증건을 나는 내 손으로 마무리짓지 못하고 문화재 분야를 떠나게 되고,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이 기증건이 나로서는 몹시도 회한으로 남는다.
(2015. 11. 29)
***
내가 연합뉴스에서 공식 해직된 시점이 2015년 11월 28일 아닌가 하는데 그렇다면 저 긁적임은 그 이튿날 작성이다.
고고학 발굴현장 인부의 문화유산상 수상이란 주로 경주를 무대로 생평 고고학 발굴에 인부로 종사한 이른바 용만 반장 김용만 선생을 말하니, 2011년 12월 그 공로로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한다.
그의 뒤를 이어 같은 일에 종사한 최태환 반장은 2015년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용만 반장을 추천한 이가 나다.
두번째 일화로 든 고생물 화석 표본 기증 건은 재일교포 박희원 회장이 기증한 매머드뼈를 말한다. 그는 이 공로로 2016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한다.
풍광이 아름답기 짝이 없는 일본 나가노에서 나는 사흘 내내 그를 졸졸 따라 다니다, 마지막 날 온천탕에서 벌개벗고 같이 온천하면서 "회장님 돌아가시면 생평 모은 저 매머드 뼈다귀들 뿔뿔히 흩어집니다. 자식들이 안 지킵니다. 다 쪼가리 내서 팔아치웁니다. 그러고 싶으세요?" 라는 요지로 설득했다.
그 뼈가 지금 대전 천연기념물센터에 복원 전시 중이다. 한국에선 유일한 매머드 개체 뼈다.
지금은 문화재청 천기센터장인 당시 임종덕 연구관, 조운연 천기센터장이 같이 고생했다. 공달용 박사도 동행하지 않았나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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