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재현장

창덕궁 대조전 장판 뜯다가 발견한 꿩무늬 옷본 적의본(翟衣本)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1. 30.
반응형

세종대학교박물관 소장 적의.




사라진 옛 문헌이 배접지(褙接紙)에서 발견되는 일이 간혹 있다. 배접지란 간단히 말해 땜질용 종이다. 


한지韓紙가 생명력이 길다 하지만, 이 역시 세월 앞에는 장사 없어, 시간이 오래되거나, 혹은 많이 사용하다 보면 너덜너덜해지기 마련이라, 땜질을 하게 되는데, 글자나 그림이 없는 뒷면에다가 다른 한지를 대어 풀로 붙이는 일이 많으니, 이런 일을 배접(褙接)이라 하고, 그에 사용한 땜질용 종이를 배접지라 한다. 


배접지라고 해서 새 종이를 사용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은 이 역시 고물 딱지 옛날 책으로 이제는 쓰임이 다한 책을 갈갈이 찢어발겨 사용하는 일이 많으니, 그래서 이런 배접지에서 용케 보물을 건지는 일이 드물지만 간혹 있다.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독립신문인가 창간호는 비름박에서 발견된 것으로 안다. 요즘 MBN인가 하는 방송에서 방영 중인 '나는 자연인이다' 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산중에 홀로 사는 사람들이 비름박이나 바닥, 혹은 천장에다가 신문을 잔뜩 풀로 붙여 방풍과 방온 효과를 노리는 장면을 많이 보는데, 식민지시대 이런 건축물에서 더러 사라져 버린 신문 혹은 잡지 결호缺號가 발견되기도 한다. 독립신문인지 하는 근대기 중요한 신문 창간호가 바로 이런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안다. 


아래 소개하는 내 기사는 2013년 연구결과인데, 창덕궁 대조전이라는 건물채 바닥 장판지를 뜯다가 적의본을 발견한 일을 증언한다. 적의가 무엇이고, 또 적의본은 무슨 개뼉다귀인지는 아래 기사 본문에 있으므로, 그를 참조하기 바란다.  


참고로, 아래 기사에 적의를 제사에 썼다 한 부분은 오류이며, 좋은 일이 있을 행할 때 입는 예복으로 바로잡는다. 



창덕궁 적의. 현재 소장처는 국립중앙박물관




<창덕궁 대조전 장판을 뜯었더니 황후의 옷이?>

국립고궁박물관, 꿩무늬 넣은 적의본(翟衣本) 공개


송고시간 | 2013-01-29 09:57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2011년 11월 문화재 수리보수업체인 ㈜흥만건설은 창덕궁관리사무소 의뢰로 보물 816호인 이곳 대조전 내부 시설공사를 하다가 바닥 장판지를 뜯어냈다.


이 과정에서 장판지 밑에 깔린 미색 한지가 발견되고 거기에는 오색 물감으로 그린 꿩 무늬가 잔뜩 있었다.


심상치 않은 유물임을 안 창덕궁관리소에서는 조선왕실 전문박물관인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를 이관하고 보존처리를 의뢰했다.

 


대조전 장판지로 쓴 적의본



그 결과 이 그림은 동아시아 전통 왕조국가에서는 대비나 왕비, 세자빈, 혹은 세손빈 등의 왕실 적통을 잇는 최고 여성들이 입는 최고의 예복인 적의(翟衣)를 만들기 위한 사전 설계도인 적의본(翟衣本)이라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박물관은 최근 기관지인 '고궁문화' 제5호를 통해 이 유물의 보존처리과정, 특징, 중요성 등을 기존에 이미 알려진 비슷한 유물과 비교해 그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논문은 이 박물관 안보연 학예연구사와 유지은 연구원이 집필했다.


아울러 박물관은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전연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옛 창덕궁 소장 적의본 관련 유물 2점도 아울러 소개했다.


박물관은 "적의란 꿩(翟) 무늬를 새겨넣은 전통 복식으로 제사를 지낼 때 왕가의 최고 여성만이 입던 예복"이라면서 "이런 실물로 현재 보고된 것은 세종대박물관 소장 순정효황후 12등 적의와 고궁박물관 소장 영친왕비 9등 적의,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운현궁 9등 적의의 3점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조전 장판지 적의본



그리고 이런 적의를 만들어 내기 위한 옷본인 적의본으로는 원래 창덕궁 소장품으로 1979년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관리가 이관된 유물이 유일하다고 박물관은 덧붙였다.


따라서 "이번에 대조전에서 발견된 적의본과 새로 공개하는 옛 창덕궁 소장 적의본은 적의가 왕실 복식에서 핵심 자료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것을 발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발견된 적의본은 조사 결과 쪽물을 들이지 않고 미색 한지 위에 직접 꿩 무늬를 직접 채색으로 그려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적의는 촘촘히 그린 꿩 무늬 줄 숫자에 따라 12줄이면 12등 전의, 9줄이면 9등 적의 등으로 구분한다. 이번에 발견된 적의는 12등으로 밝혀졌다고 박물관은 말했다.


박물관은 "훼손 상태가 심하지만 원래 적의 크기는 148-153㎝ 정도로 추정된다"면서 "이것이 발견된 지점이 왕비가 거처하는 내전 중에서도 가장 으뜸인 창덕궁 대조전에서 발견된 사실도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대조전 장판지 적의본의 꿩무늬



이 적의본이 제작된 시기는 함께 발견된 장판 종이에서 일본어 표기가 발견되고, 치수로 보이는 아라비아 숫자가 발견되며, 무엇보다 현재의 대조전이 1917년 창덕궁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920년에 새로 지은 점 등을 고려할 때 1920년 무렵으로 박물관은 추정했다.


박물관은 "이 적의본이 비록 대한제국 멸망 이후 자료이기는 하나, 조선시대 왕비나 대한제국시대 황후의 복식 연구에 매우 귀중하다"면서 "지금까지 12등 적의의 실물자료는 세종대박물관 소장 적의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적의본 두 가지 뿐이었다"고 말했다.



대조전 장판지 적의본의 다른 문양. 어떤 꽃인가? 오얏이란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3/01/29 09:57 송고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