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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철의 잡동산이雜同散異

천고마비天高馬肥의 본디 뜻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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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고마비를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하늘이 맑고 모든 것이 풍성함을 이르는 말로 사용한다. 비슷한 말로 추고마비(秋高馬肥)가 있다.




이 말은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라는, 당나라 두심언(杜審言)의 시구에서 나왔다. 그는 참군(參軍)으로 북녘에 가 있는 친구 소미도가 하루빨리 장안(長安)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구름은 깨끗한데 요사스런 별이 떨어지고[雲淨妖星落]
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秋高塞馬肥]
말 안장에 의지하여 영웅의 칼을 움직이고[馬鞍雄劍動]
붓을 휘두르니 격문이 날아온다[搖筆羽書飛]


이 시에서는 변방의 정경과 당나라 군대의 승리를 가을날에 비유한 것이다. 따라서 '추고마비'는 아주 좋은 가을 날씨를 표현하는 말로 쓰였다.




그러나《한서(漢書)》 〈흉노전(匈奴傳)〉이나 이후 송나라 때 글을 보면, 이 말은 중국 북방에서 일어난 유목민족 흉노가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해마다 가을철에 중국 북방 변경의 농경지대를 약탈하여 기나긴 겨울 동안의 양식을 마련했으므로, 북방 변경의 중국인들은 '추고마비'의 가을이면 언제 흉노가 쳐들어올지 걱정하였다.




천고마비가 애초 좋은 말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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