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탁본을 보며>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청구제영靑丘題詠>이라는 탁본첩이 있습니다.
19세기 초 문인 관료인 관암冠巖 홍경모洪敬謨(1774-1851)가 전국의 누정에 걸린 제영시 현판 420여 개를 골라 뜬 탁본을 엮어 만든 첩이지요.
말이 420여 개지 범위는 함경도부터 제주도까지 전국에 걸쳐있고, 시대는 고려 중기부터 19세기 초까지 상하 600여 년에 잇닿습니다(물론, 이분들의 친필이냐는 둘째 문제지만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얼마 전 촬영, 탈초번역과 발간을 마쳐서, 누리집에서 다운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담당 연구사가 고생 많이 했지요.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보다 보니 은근히 부여 쪽 시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역대의 문인 묵객들이 스러진 나라의 왕도에서 느낀 감회가 컸겠지요.
그중 제가 눈에 확 꽂힌 탁본이 있습니다.
한국 한시 중에서 제가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 절창인데, 석벽石壁 홍춘경洪春卿(1497-1548)이라는 분이 남긴 <고란사에 제하며題高蘭寺>란 시입니다.
예전엔 <낙화암>이라고 알려져있었는데 말이지요.
나라 망하니 산하도 예와 달라 國破山河異昔時
홀로 남은 강달 얼마나 기울었나 獨留江月幾盈虧
낙화암엔 꽃 여전히 남아 落花巖畔花猶在
비바람 그때라고 불지 않았으랴 風雨當年不盡吹
*** Editor's Note ***
강군이 말한 pdf 서비스는 아래에서 만난다.
https://www.museum.go.kr/site/main/archive/post/article_17979
문젠 이 많은 제영시를 어케 탁본했겠는가? 본인이 했겠는가? 홍경모는 탁본할 줄도 몰랐다고 나는 본다.
모조리 해당 지방정부 시켜서 했다. 저걸 탁본하는 사람들 죽을 맛이었으리라 본다.
요새는 돈 받아 탁본해도 죽을 맛인데 술 한잔 대접하지 아니했을 저때는 달리 물을 필요도 없다.
지금 보니 탈초 번역 pdf는 다음이다.
https://www.museum.go.kr/site/main/archive/report/article_18872
'探古의 일필휘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무로 스이운小室翠雲(1874-1945)의 대나무 (0) | 2023.05.04 |
---|---|
유쾌하기 힘든 다이쇼大正 노스탤지아Nostalgia (0) | 2023.04.29 |
간재 전우와 창강 김택영, 근대가 만든 '전통' (0) | 2023.04.26 |
이규보 선생을 개무시한 오주 선생 이규경 (0) | 2023.04.23 |
제주인인가 뭍사람인가? 이중국적으로 고통받은 어떤 사람 이귀제 (1) | 2023.04.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