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협회장과 특수관계인 업체에다가 일감을 몰아주기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KBS 《추적 60분》 2018년 9월 방송 '그들만의 왕국, 정 가(家)네 축구협회'가 허위 방송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김병철 부장판사)가 이 방송이 허위에 기반하는 까닭에 축협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손해배상금 1억원을 지급하고 정정보도문과 반론보도문을 보도하라"고 KBS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축협을 향해 헛소리 말라고 판시한 것이다.
물론 이것이 1심 판결이기에 축협이 이번 판결을 즉각 수용할 것인지는 미지수이나, 보통 이런 재판은 끝까지 가는 일이 많다는 점을 주목해도 좋을 성 싶다.
보도를 보면 《추적 60분》 이 문제 삼은 사건으로는 여러 건이 있는 모양이라, 예컨대 축구회관 인테리어 공사에 축협회장 정몽규 HDC그룹 회장 여동생 관련한 회사가 참여한 일이 있는 모양이라, 그에 대해 축협은 정 회장 여동생 회사가 관련 공사에 물품을 댔을 뿐 공사를 수주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마케팅 대행사 선정 문제도 지적한 모양이라, 그에 대해 축협은 이런 문제제기에 언제나 하는 그런 말로 반박했으니 "경쟁 입찰로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했거니와, 이 대행사 선정도 정 회장과 특정한 인연이 있는 업체가 선정된 모양이다. 이 마케팅사가 어떤 특수관곈지는 저 보도에선 드러나지 않는다.
이번 재판을 통해 드러난 사실 중 주목할 대목이 2회로 한정한 협회장 연임을 3회로 늘리도록 협회가 정관을 개정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협회는 허위보도라 주장했다가 사실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이 대목은 개망신일 텐데, 그렇다고 나는 협회가 개망신이라 생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협회를 운영하려면 때론, 아니 아주 자주 뻔뻔해야 하는 까닭이다.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요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다. 매사 특수관계는 조심 또 조심하며, 그런 기미가 있는 데는 얼씬도 못하게 해야 하거니와, 하고 많은 업체 중에 여동생이 관여하는 회사가 인테리어 물품을 댄 일이 어찌 의심을 사지 아니하겠는가?
살피면 이번 축협 사안이 이 조계종 해고사건과는 많이 다르다. 축협 관련 의혹보도에서 《추적 60분》 이 주로 팩트에 기반했다는 판단에 따라 혐의없음 판정을 받은 데 견주어, 조계종 납품 생수업체가 (전임) 총무원장과 특수관계라 특혜의혹이 있다는 저 조계종 사안은 비록 조합원들의 문제제기가 사실로 뒷받침되거나, 그럴 만한 아주 유력한 증거는 대지 못했지만, 충분히 그렇게 의심할 만한 대목들이 있으므로, 그런 문제제기를 한 조합원들에 대한 조계종의 해고와 정직 조치를 부당하다고 판단하면서 원상복구를 명령한 것이다.
하지만 하나로 관통하는 분모가 있다. 공익적 차원에서 그렇게 충분히 의심할 만한 증거를 토대로 하는 문제제기는 법원이 아주 폭넓게, 그래도 된다는 쪽으로 수용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들 사안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은 언론이나 노조는 수사권도 없고, 압수수색권도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언론을 두고 팩트에 기반한 보도를 부르짖으나, 수사권도 없고 영장을 받아 집행할 수도 없는 언론은 각종 직간접적인 증거를 수집해서 '합리적 의혹'을 제기하곤 하는 데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무수한 마찰이 있고(심지어 내부압박도 많다.) 협박이 있다. 툭하면 명예훼손이라는 반박을 마주한다.
그래도 이 사회가 그런 대로 건전한 까닭은 그와 같은 합리적 의심 제기를 법원과 판사들이 받아들일 줄은 알기 때문이다. 언론이 썩었다, 법원이 문드러졌다 해도, 그래도 이 사회가 그런대로 정의를 향해 달려가는 방향타를 잃지 않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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