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역사가 인드로 몬타넬리 Indro Montanelli (22 April 1909 – 22 July 2001) 는 국제신문편집자협회 the International Press Institute가 2000년에 지명한 지난 50년간의 세계언론자유영웅World Press Freedom Heroes 중 한 명에 포함됐다. 저널리스트로서 괄목할 만한 흔적을 남긴 그는 아울러 역사에 특장을 보여 《그리스 역사History of the Greeks》와 《로마사History of Rome》는 특히 유명하다.
그의 저술은 YES24를 검색하면 아래 두 종이 한국어 번역본으로 보이거니와, 같은 종류인지는 내가 확인하지 못했다.
《벌거벗은 로마사》(전 2권), 풀빛, 1996년 10월(품절)
《로마 제국사》, 까치, 1998년 12월.
이 중에 《로마제국사》가 그의 역사 저술 중에서는 주저로 꼽히어니와, 나 역시 이 판본을 소유한 듯한데, 내 소장본 대부분이 그렇듯이 서재 어디에 쳐박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참고삼아 그 목차를 본다.
1. 로마의 성립
2. 비극의 에트루리아족
3. 농업계층의 왕들
4. 상업계층의 왕들
5. 포르센나
6. 원로원과 로마의 민중
7. 그리스 세계의 영웅 피로스
8. 교육
9. 출세
10. 로마의 신들
11. 도시들
12. 카르타고
13. 아틸리우스 레굴루스
14. 카르타고의 한니발
15. 로마의 장군 스키피오
16. 카토
한데 그의 일생은 논란으로 점철한다. 특히 그의 섹스 행각은 일찍이 문제가 됐다.
1972년,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26세 때 에디오피아에 있을 적에 12살난 어린 여자아이를 한 명 사서 성노예로 부렸다고 고백했으니, 이는 페미니스트이자 작가이며 언론인인 엘비아 바노티 Elvira Banotti 한테서 격렬한 비난을 부르게 된다.
아래 기사가 그것을 다룬 것으로 안다.
당시 문제의 텔레비전 방송 장면은 아래 유튜브로 검색 가능하다.
그런가 하면 무솔리니 파시즘 치하 그의 언론인 경력도 문제가 된다. 그는 파시스트 잡지 치비타 파시스타 Civiltà Fascista (파시즘 문명) 에 근무하면서 파시즘 강령을 선전하고 백인우월주의를 주창한 모양이다.
그가 이룩한 성과들은 이런 오점들을 지우고도 남음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밀라노시는 그의 사후 그의 이름을 딴 몬타넬리 공원 Giardini Pubblici Indro Montanelli 까지 헌정했으니 말이다. 밀라노는 그의 고향이라는 언급이 기사에서 보이거니와, 그의 이력을 보면 태어난 곳은 피렌체 푸체키오Fucecchio라 한다.
아마 태어난 곳은 피렌체지만 주된 활동 근거지는 밀라노였던 게 아닌가 한다.
이 공원에는 이름에 걸맞게 그의 동상이 선 모양이라, 내가 밀라로는 가 본 적이 없어 자세한 현지사정을 알 수가 없다.
한데 시대가 흐르면서 점점 그의 오점들이 성과를 짓뭉개 버리고 부각하는 시대가 온 듯하다. 이른바 과거사청산운동이 이태리라고 예외가 아닌 듯, 이곳에서도 끊임없이 그를 영웅의 자리에서 끌어내려 역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있는 듯하다.
맨앞에 링크한 우리 공장 로마특파 기사가 바로 이를 정리한 것인 바, 반(反)파시스트 운동을 벌이는 현지 사회단체 '밀라노 파수꾼 I Sentinelli di Milano 이라는 데서 몬타넬리의 인종차별적 과거사를 폭로하며 밀라노 저 공원에 있는 그의 동상을 철거해달라고 시 당국에 청원했다는 것이다.
이번 청원은 작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미국사회 기름을 부은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직접 도화선이 된 듯하다. 그에서 비롯된 이탈리아 내 반(反)인종차별 운동이 마침내 동상 철거운동을 촉박한 듯하다. 당연히 그의 이름을 딴 공원 역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운동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작년 작년 3월, 저 공원 그의 동상은 이미 페미니스트 활동가이 뿌린 분홍색 페인트 세계를 받기도 했다는 언급이 저 기사에서도 보인다.
당시 관련 자료들을 찾아 봤더니 잔뜩 보인다.
페인트를 물총으로 쏴서 씻어내는 장면을 포착한 사진이다.
뭐 이랬던 모양이다. 몰골이 좀 사납기는 하나, 그래도 이 페인트는 수성물감이었던 듯하다. 물총에 물감이 벗겨지는 모습을 보니 그렇다.
이 모습은 언뜻 얼마전 사망한 정원식 전 국무총리 계란투척사건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저 장면을 보면서 우리네 삼전도비 훼손 사건을 연상하기도 한다.
삼전도비 사건이란 무엇인가? 2007년 2월 5일 오전에 송파구 석촌동 석촌호숫가로 옮겨진 사적 101호 삼전도비三田渡碑가 뼁끼칠이 되어 훼손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다. 이 비석에는 붉은 페인트로 '철거 370'이라고 글자가 아주 큼지막했다.
이 삼전도비는 병자호란 때 조선이 청나라에 항복하고, 앞으로는 대들지 않고 충성을 다하겠다는 문서로, 병자호란을 증언하는 제1의 실록이며, 제1의 증언자다. 이보다 더 생생하게 병자호란을 증언하는 자료는 이 지구상, 이 은하계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이 짓거리는 어떤 놈이, 무슨 목적으로 했던가? 범인이 같은달 말에 송파경찰서에 붙잡혔는데, 경찰은 문화재보호법 위반을 적용해 백모 씨 다른 당시 서른아홉살 남성을 체포하고는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친구는 3일 저녁 9시 40분쯤 삼전도비 전면에다 붉은색 락카를 이용해 2m 높이로 '철거370'란 문구를 써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생활정보 제공 사이트 운영자인 그는 조사과정에서 여죄도 드러났다. 같은 해 1월 16일 경남 함양읍 역사인물공원에 선 역대 함양군수와 관찰사 공덕비, 동학혁명 시기 고부군수 조병갑의 선정비 등 비석 40여개를 망치 등으로 훼손한 것이다.
왜 그랬느냐는 추궁에 그의 대답이 하도 걸작이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지난해 말 월간지에 동학혁명의 원인제공자인 조병갑의 공덕비가 세워졌다는 기사를 읽고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것이란 생각에 함양에서 공덕비를 훼손한 뒤 치욕스런 삼전도비도 훼손키로 마음먹고 범행했다"고.
그렇다면 '370'은 뭘까? 청나라 청 태종한테 항복하고서 370년이 지난 시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하기야 돌이켜 보면 이런 언어도단 같은 신념에 망가진 문화재와 인멸한 사초史草가 한둘이리오? 역사를 청산한다는 명분으로, 그것을 바로잡는다며 하는 짓거리들이 역사를 인멸湮滅 훼기毁器하는 일이라는 의식이 저런 친구들한테는 없다. 우리는 이런 역사인멸 행위를 반달리즘vandalism이라 한다. 게르만족 일파인 반달족이 하도 약탈을 무참하게 일삼아서 그들에다가 기탁한 용어이니와, 그네들이 환생하면 뭐라 할 지는 모르겠다.
이런 일마다 짐짓 그 역사를 지킨다며 등장하는 구호, 곧 부끄러운 역사라서 남겨야 한다는 그 논리도 나는 거부한다.
역사는 부끄러워서 남기는 오점이 아니다. 자랑스러워 남기는 역사가 파시즘 폭력이듯이 부끄러워서 남기는 역사도 나치즘 광기다.
역사 앞에서는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 그것이 자랑스러워서? 혹은 부끄러워서? 그래서 남기는 것이 사초가 아니며, 그래서 건져 놓은 것이 역사는 더더구나 아니다. 그것은 흔적인 까닭이다. 지울 수 없는 흔적인 까닭이지 그것이 자랑스러워서도 아니요, 부끄러워서도 아니다.
그건 그렇고 여담이나, 비슷한 사안인데 저짝 이태리는 역시나 예술의 나라라서 그런지 수성페인트를 썼는데, 우리는 지워지지도 아니해서 특수처리를 해야 하는 락카를 썼으니, 무식하기가 하늘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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