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대, 전공이 고대 이집트긴 하지만 피라미드와 미라는 제가 밤잠을 설칠 정도로 좋아하는 주제는 아닙니다. 그래도 워낙 자주 언급되고 또 대중으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주제들이기 때문에 꾸준히 공부는 합니다. 오늘(23. 3. 3)도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그래서 업데이트 포스팅을 올립니다.^^
과거 페이스북을 통해 한 번 설명 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2016-2017년 ‘스캔 피라미드'(ScanPyramids)라는 이름의 국제 탐사 프로젝트 팀이 ‘뮤온’(muon)이라는 우주선(宇宙線: cosmic ray) 소립자를 이용하여 고왕국시대 제4 왕조 쿠푸(Khufu: 기원전 2589-2566년) 왕 大피라미드(Great Pyramid) 내부를 스캔한 결과,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빈 공간 존재를 확인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우주에서 지구로 무수히 쏟아지는 우주선 소립자 중 하나인 뮤온은 우주선이 지구 대기권과 충돌할 때 발생합니다. 질량이 전자의 200배에 불과하고 수명도 100만 분의 2초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크기가 작은 뮤온은 두꺼운 돌이나 콘크리트를 쉽게 통과합니다.
투과하는 물질 밀도에 따라 검출되는 입자 수와 에너지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런 측정값을 역추적하면 해당 물질의 밀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어떤 구조물 내부에 빈 공간이 있다면 밀도차에 의해 뮤온의 입자 수가 더 많이 검출되기 때문에 구조물을 해체하지 않고서도 측정값만을 가지고 내부 공간을 추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스캔 피라미드 탐사팀은 뮤온의 이런 원리를 이용한 뮤오그래피(muography) 분석기를 大피라미드 내부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소위 ‘왕비의 묘실’(Queen’s Chamber)에 설치하여 내부 빈 공간을 측정해왔습니다.
한데 최근 大피라미드 북쪽 면 이른바 ‘셰브론 지역’(Chevron zone)에서 새로운 통로가 발견되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폭이 2.1미터, 길이가 9미터인 이 통로는 출입구에서 7미터 위쪽에 위치해 있으며 전체 구조는 원래 출입구(original entrance) 혹은 ‘왕비의 묘실’ 천정과 유사하게 V자를 뒤집어 놓은 모습(셰브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大피라미드에는 이 출입구 이외에도 도굴꾼들이 파놓은 출입구가 하나 더 있습니다.)
탐사팀은 이 통로 작은 틈으로 6밀리미터짜리 내시경을 넣어 내부 공간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만 끝이 거대한 석회암 블록에 가로막혀 있어 더 이상 탐사는 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통로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쿠푸 왕 새로운 묘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지만 그것보다는 '왕의 묘실'(King's Chamber) 상부에 설치된 5겹 이른바 '중력경감의 방'(stress-relieving chambers)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추정됩니다. 이것이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앞으로 예정된 탐사를 통해 밝혀지겠지요.
오늘 이와 관련된 내용이 한국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되었습니다. 보도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뮤온을 이용한 정밀측정 및 탐사결과가 전문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지에 게재되었습니다.
이 소논문에 첨부된 그림자료를 보시면 뮤오그래피를 통해 파악된 大피라미드 내부 구조를 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 보도 https://k-odyssey.com/news/newsview.php?ncode=179578081636010
관련 논문 :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36351-0?fbclid=IwAR1bhRwg4oDf6LmvsBuByHSjMdp3VdwKCZW82LBC6ptNDUwyYQ2TrzXQPsA
동영상
1) https://www.youtube.com/watch?v=bQ4As7wGILU&t=229s
https://www.youtube.com/watch?v=_1lCWK6Cm1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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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畏友 유성환 박사 지난 3월 3일자 글이다. 도판은 내가 찾아서 적절히 첨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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