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반도는 식물학 관점에서는 외래식물 전성시대라, 이 외래하는 식물이 퍼져서 한반도를 장식해 가는 그 과정, 그 현재는 천상 외래문화가 상륙해 한반도를 점령한 그것과 판박이라, 이를 궁구하는 과정 역시 나로서는 재미지기 짝이 없다.
그 대표 주자로 나는 가을을 온통 보라바다로 만드는 핑크뮬리와 댑싸리 쌍두마차를 거론했지만, 한반도에 새로운 가을풍경을 선사한 이로 빠뜨릴 수 없는 이가 저 팜파스그라스 또한 빼놓을 수 없으니, 이런 양상을 보면 흡사 작금 한반도 식물계는 정윤희 유지인 장미희가 은막을 삼분한 트로이카 시대라 할 만하다.
흔히 말하기를 팜파스그라스는 벼과에 속하는 식물로 뉴질랜드, 뉴기니, 남미 등지에 주로 분포하거니와 남미 지역 초원지대를 뜻하는 ‘팜파스 pampas’ 와 풀을 뜻하는 ‘그라스 grass’가 결합해 이룩한 말이라, 그것이 표상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름에서 유추한다.
갈대 혹은 억새 비스무리하지만, 또 다른 경관을 선물한다는 점에서 급속도로 분포지역을 늘려나간다. 물론 그것이 애초 한반도에서 자생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확장세는 인위에 비롯함을 말할 나위가 없겠다.
저리 정착해 가는 모습을 보면, 식물 그 자체가 스스로 적응해간 결과인지, 아니면 애초 한반도 풍토와 맞아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이른바 토양과 궁합은 잘 맞는 듯하다.
팜파스그라스는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핑크뮬리와 댑싸리는 2급 위해성 식물이라 해서 환경부에서 지정했다는데, 글쎄 식물학 전문가들이 이것저것 따져서 그리했겠지만, 나는 환경 쪽 전반의 저와 같은 분류가 못내 미심쩍은 데가 많아 썩 신뢰가 가지는 않는다는 말은 해둔다.
#팜파스그라스 #외래식물 #위해성식물 #핑크뮬리 #댑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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