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관음千手觀音은 팔이 천 개나 달린 관음보살이란 뜻이다. 그의 팔은 가제트의 그것이다. 팔이 그만큼 많으니, 그 팔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데 이 천수관음을 흔히 영어로는 Thousand-armed and Thousand-eyed Avalokiteshvara라고 하거니와, 아발로키테슈바라가 관음보살에 대한 산스크리트어에 가까원 소리 표기다. 이를 보면 이는 천수천안관음千手千眼觀音인 셈이다. 두 개의 싸우전드 중 어디에서 방점을 두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나는 후자에다가 방점을 더 짙게 찍고 싶다. 관음보살을 흔히 지혜의 상징으로 간주하거니와, 그의 이런 특징은 arm보다는 eye에 나타나지 않을까 해서다.
천수천안관음은 불교의 여러 갈래를 말할 적에 흔히 밀교 전통이 강한 것으로 본다. 이른바 초기 불경에서는 보이지 않다가 나중에 관음이 득세를 구가하고, 이윽고 보살 신분으로 때로는 그 권능이 실은 부다의 그것을 능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거니와, 이런 위력 만땅한 변종으로 후대에 등장한 것이 천수천안관음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개막한 '대고려전'을 통해 간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 금동십일면천수관음상金銅十一面千手觀音菩薩坐像은 우선 이름부터 풀어야겠다. 이는 금동/십일면/천수/관음상으로 끊어 읽는다. 이 긴 명명법에서 core는 관음이 아니라 '像'이다. 적어도 구문상으로 그렇다는 뜻이거니와, 이는 우리네 미술사 명명법이 얼마나 패착 투성인인 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像이 중요한가? 관음이 중요한가? 당연히 후자다. 그럼에도 무게 중심은 像으로 가 있으니, 이런 어처구니는 단군조선 이래 없다.
그러니 저런 길다란 명명법은 像을 주축에 세워놓고, 그 앞 수식어들을 이해해야 한다. 금동이란 그 상의 재질을 말함이요, 십일면이란 얼굴이 11개라는 뜻이며, 천수란 팔이 천 개요, 관음이란 그 상의 정체를 말함이다. 따라서 저 말은 금동으로 만들었으며, 얼굴은 11개요, 팔은 천 개인 관음의 조각이라는 뜻이다.
이 천수관음은 현장 설명문과 그 도록 원고에 의하면, 14세기 고려말 작품으로 간주하거니와, 높이는 81.8cm라 하고, 그 소장품 내역을 '덕수4046'이라 적었으니, 애초에는 대한제국에서 수집 소장한 것임을 미루어 안다. '덕수'란 덕수궁을 말한다. 문화재관리국에서 관리하다가 박물관이 받아간 유물 중 하나다. 그 설명을 이 특별전 도록은 다음과 같이 적었다.
천수는 천 개의 손이라는 의미로 이 보살의 능력과 그 표현 방법이 매우 다양함을 상징한다. 천수관음 신앙은 밀교가 발달했던 일본은 물론 순수밀교적 전통이 거의 없는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도 관음신앙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고려 후기에 국가적인 재난을 물리치기 위해 천수관음을 모신 법석法席이 열리기도 했기 때문에 천수관음상과 천수관음도가 상당수 제작되었을 것이나 고려시대 조각상으로는 이 상과 프랑스 기메박물관에 소장된 상 2점만 전하고 있다. 천수관음 조각상으로 표현할 때에는 이 상처럼 천수를 대표하여 40수나 42수로 조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손에 전부 다른 지물을 들고 있는데, 두 팔로 머리 위 높이 받친 화불을 비롯해서 왼손에 해(日精摩尼), 삼고저(抜折羅), 인장(寶印), 금륜(金輪), 촉루장(髑髏杖), 궁전(宮殿), 경책(寶經), 그릇(寶鉢), 활(寶弓), 소라(寶螺), 포도(葡萄), 보병(寶甁), 견사(羂索), 오른손에 달(月精摩尼), 금강령(寶鐸), 보석으로 장식된 보협(寶筴), 여의주(如意珠), 거울(寶鏡), 군지(軍遲), 염주(數珠)가 확인된다. 모두 대비심다라니(大悲心陀羅尼), 천수경(千手經) 등 천수관음 계통 경전에서 규정하는 바와 일치한다. 선정인을 규정한 경전은 섭무의대비심보타락해회궤(攝無礙大悲心補陀落海會軌)(T1067) 외에 드문데 선정인과 십일면, 그리고 지물의 구성에 있어 이 상과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천수관음도>가 도상적·양식적으로 유사하여 주목된다. 각 지물과 이를 든 손의 손목까지 별도로 주조한 뒤 각 팔에 조립하고 고정을 위해 철못을 가로질러 박은 모습이 확인된다.(양희정)
양희정은 이 원고 집필자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근무 중인 학예직으로 미술사 전공이려니와, 도록 원고들을 일별하니, 비교적 젊은 친구들한테 품빠이를 한 모양이다.
양희정의 저 원고에서도 말했듯이 고려시대 천수관음으로 전하는 실물은 거의 없다. 이런 것으로 압권은 프랑스 기메박물관 소장품이 압권으로 꼽히나, 국박이라고 그걸 왜 빌려오고 싶지 않았겠는가? 사정이 여의치 않았을 것이라고 상상해 본다.
불교 갈래 중에서도 밀교가 무엇이냐 하는 논란은 간단치는 않다고 본다. 뭐, 나는 간단히 생각한다. 푸닥거리 중심이라고 말이다. 양희정이 말했듯이, 이런 밀교 전통이 동북아 삼국 중에서는 특히 일본에서 매우 강하거니와, 이런 면모는 실은 동아시아 3국 박물관을 돌다 보면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일본 박물관을 돌다보면 우리가 부럽게 바라보는 점 중 하나가, 그 불교조각의 다양성이거니와, 그 다양성은 실은 밀교가 남긴 것이 절대다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수관음은 액면 그대로 구현하자면 팔 천개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무엇보다 팔 천개를 붙이려면, 그것을 만드는 장인이 못할 짓이다. 천개를 어떻게 만들어 꽂는다는 말인가? 더불어 이걸 주문하는 측에서도 문제다. 돈이 졸라 문제다. 천수관음이라 해서 팔 천개 만들어붙였다간 그 발주자 파산하기 십상이다. 천수라고 하고는 대개 40개, 혹은 42개 만들어 붙인 까닭은 뭐 거창하게 생각할 거 없다. 돈 때문이다. 금강산 1만2천봉이라 하지만, 무슨 봉우리가 만개가 넘겠는가? 사기다. 하지만 이게 순전히 사기가 아닌 까닭은 '약속'이 동반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진짜로 팔 천개를 붙인 천수관음은 없을까? 천개까진 안 되는데, 내가 일전에 기메박물관 소장품을 돌아보니, 진짜로 천개 가까운 팔을 붙인 관음을 봤다. 무식하기 짝이 없어, 이건 뭐 말미잘도 아니요, 산초도 아닌 것이, 온몸에 화살박힌 고슴도치 같았다.
그렇다면 팔 마흔개, 혹은 마흔두개라고 어디 쉬운 일인가? 이 천수관음 뒤를 돌아보면, 그것을 어찌 박음질했는지가 대략 드러나거니와, 뭐 이런 박음질 혹은 이음질에 지나치게 미술사가니 고고학도들이니 하는 친구들이 매몰되어 그것이 무슨 거창한 발견인양 대서특필하는 일을 자주 보거니와, 사기다. 뭐 몸통 하나에다가 이리저리 말뚝 박듯이 박았다 하면 그뿐이지, 그게 무슨 대수란 말인가?
이 분은 관음 중에서도 얼굴이 11개다. 그래서 11면이라 하는데, 메두사도 아닌 분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 팔 마흔개보다 실은 얼굴 11개 만들어 붙이는 일이 더 보통이 넘는다. 뒤에서 바라보니, 이 천수관음 가제트 팔을 자랑하신다. 두팔 머리 위로 치켜올리고는 또 하나의 얼굴을 들고 계신다. 한데 그 손목을 보니 팔찌를 차셨다. 그 폼새 보아하니 천상 수갑 같기만 하다. 언뜻 보아 포박당한 듯한 손목 모양새다.
천수천안관음....손이 천개요, 눈이 천개라는 이 분. 그렇다면 실제 팔이 천개요 눈이 천개인가? 말할 것도 없이 이는 마음을 말한 것이다. 마음의 손, 마음의 눈을 말한다. 그 마음이 어찌 실제 팔로, 눈으로 나타날 수 있겠는가?
바로 이에서 언설의 역설을 마주한다. 추상을 구상으로 해체하고야 말겠다는 그 원력 또한 간단치는 않아, 마음의 관음을 사람들은 내가 실제로 보고 말을 걸고, 만지는 관음으로 해체하라고 아우성을 치게 된다. 저 조각은 그런 염원이 발동한 결과다. 마음? 마음? 이게 무슨 필요가 있는가? 그걸 구상으로 해체하니, 저런 모양이 되었다.
한데 이 천수관음 역시 다른 불교조각이나 마찬가지로, 그 구상의 양태는 문화권별로 많이 달라, 우리는 저런 천수관음을 선호했지만, 다른 문화권으로 가면, 좀 이상야시꾸리하다.
기메박물관 고려 천수관음과 실제 팔 천 개를 꼬나박은 다른 문화권 천수관음은 기회를 엿보아 소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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