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천막 병실에 병원 페리까지…의료 붕괴 직면한 이탈리아(종합)
송고시간 2020-03-19 06:30
전성훈 기자
북부지역 병실·의료진·장비 부족 '삼중고'…"신규 환자 치료 힘들어"
의료진 2천629명 바이러스 확진 판정…전체 누적 확진자의 8.3% 규모
어째 갈수록 이태리 사정은 최악을 치닫는 듯하다. 이태리가 후진국도 아니요 이른바 OECD 국가인데 재앙 앞에선 속수무책이라, 한켠만 돌이켜 보면 저것이 결코 남의 나라 먼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지 않나 한다.
덧붙여 중세시대 흑사병을 비롯한 전연병이 과연 전연병 그 자체의 파급력에서 비롯하는지, 아니면 그와 더불어 그것을 제어할 만한 사회적 시스템의 부재가 더욱 조장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그 심대한 성찰을 이 시대에 요구한다 하겠다. 혹자는 공포를 논하지만, 공포가 전부가 아님은 명백하다.
저런 사태가 언제 올 줄 알고 의료시스템을 갖추겠는가? 언제 올지도 모르고, 뭐가 올지도 모를 저런 시절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병상과 의료진을 한없이 늘일 수는 없는 실정 아닌가?
임진왜란을 논할 적에 한때는 언제나 이이의 십만양병설을 우리는 언제가 아쉽다고 하며 왜 조선조정이 그러지 못했느냐 질타하기도 했으니, 이런 심리 바탕에는 이이 말대로 했더래면 그런 국가적 재난을 막을 수 있었다는 그런 논리가 깔려있다. 나 역시 저 얘기를 처음 듣던 그 어린 시절에 그리 생각했으니, 조금 눈을 떠 보니,
그 많은 군사를 먹여살릴 재간이 없고, 설혹 십만이 있다 한들 나무몽둥이, 화살로 조총으로 무장한 저들을 어찌 막는다는 것이냐는 반론 앞에 허무하게 신념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거니와, 저런 사태가 대한민국에서도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아니 코앞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저런 사태가 극심으로 치달을 때 그때 우리는 정말로 바리바리 짐싸들고 나는 자연인이다를 외치며 산속으로, 무인도로 꾸역꾸역 찾아 들어가, 그리해서 몇 사람 우연히 만나 열흘 밤낮을 하루에 하나씩 이야기 봇따리를 풀어야 하는 데카메론 시대를 맞지 말라는 법이 없다.
또 하나 생각할 점은 이번 사태가 집중 희생으로 삼는 계층이 기존 고질을 앓는 노년층이라는 점인데, 저들이 이번 사태를 이기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가거니와, 이 사태가 끝날 즈음, 그리고 그 직후 어떤 국면이 따를지 추적하는 혜안도 필요하리라 본다. 신진대사라는 측면에서 무척이나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날 법한 그런 막연한 느낌도 있다.
피사의 탑은 기울기를 멈췄다지만, 지금의 이탈리아 탑이라는 건축물은 붕괴 직전이다.
***
이번 보건사태는 나로서는 역사를 성찰하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거니와 그 발생과 전개과정, 그리고 그 뒤의 수습과정까지 하나하나 주옥 같기만 하다. 내가 막연히 짐작한 것들을 새삼 확인시켜 주는 것도 있고 그것을 교정하는 것도 없지 않다. 신천지 사냥을 보면서는 마녀사냥이 무엇인지도 절감한다.
가짜뉴스? 언제인들 가짜뉴스가 없었는가? 유언비어가 가짜뉴스다. 그 가짜뉴스는 결코 주된 생산층이 기성언론이 아니다. 이건 내가 본 역사, 그에서 추린 내 추정과 한치 어긋남이 없다.
이 이태리 사례 역시 무척이나 흥미롭기만 하다.
인류는 진보했는가? 극한 회의감을 지녔거니와, 그 회의가 어느 정도 타당했음을 보인다고 나는 본다.
'NEWS & THES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뭐가 그리 급한가? 미사 복귀 선언한 천주교 (2) | 2020.03.20 |
---|---|
칸영화제도 쓰러졌다, COVID19에 결국 연기 (1) | 2020.03.20 |
36세에 타계 소식을 전한 자주 보던 배우 문지윤 (3) | 2020.03.19 |
부처님도, 예수님도 밀어제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0) | 2020.03.19 |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역사학도 이이화 (2) | 2020.03.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