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중국에는 제국주의 시대, 상해가 열강의 조차지가 되었을 무렵,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이른바 "Pidgin English"라는 것이 생겨났었다.
영어는 영어인데, 네이티브가 보면 제대로 된 문법도, 어휘도 아닌것인데,
이 Pidgin English를 창제 한 사람들은 상해로 들어온 서구 열강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현지 중국인들이었다. Pidgin이라는 용어 자체가 "Business"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위키에 있는 예를 들어보자. 앞에 있는 말이 Pidgin English이고 뒤의 말이 제대로 된 영어이다.
Chinese man very great rogue truly, but have fashion, no can help: Chinese men are real rogues but that's how it is, can't help it'
Thisee chop tea what name: "What is the name of this tea?
이 영어는 기본적으로 문법 체계는 중국어에 기반하며 어휘도 중국어 발상에서 새로 만들어 낸것이 많다. 하지만 효율성 면에서 탁월 했던 모양으로 당시 영어권 네이티브 들은 이 Pidgin English를 쓰는 중국인들과 자유로이 비즈니스를 협상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뜻이 통하면 된 것 아니겠는가?
우리의 "이두식 문장"라는 것도 어쩌면 Pidgin English처럼 출발한것일지도 모르겠다. 한자를 고유어 문장에 뒤섞어 말하기 시작했다면 최초에는 그 말을 누가 들으라고 하기 시작했겠는가? 토착인들끼리 말을 하기 위해 그렇게 쓰기 시작했을까? 물론 시대가 내려오면 "이두식 문장"은 분명 한반도의 토착민들끼리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었겠지만 최초의 도입은 말하는 사람은 한반도의 토착민이겠지만 듣는 사람은 한문 문화권의 네이티브 들이었을 수도 있겠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의 아래 부분의 글도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진한인들이 쓰던것은 과연 "Pidgin Chinese"였을까? 왜 "이두"는 신라에서만 전승이 내려올까? 최초에 "Pidgin Chinese"로 시작했던 이두체 문장이 어느 순간부터 신라인들의 공적 문서에 통용되기 시작했던 것일까? 신라인들의 조상인 "진한" 사람들이 원거지인 조선-낙랑 지역에서 남하했다면 이들은 한반도 남부에 출현했을 때 이미 이 시기에 "이두"의 조상 격인 일종의 "Pidgin Chinese"의 구사가 가능했으며 이를 통해 군현의 관리들과 소통이 가능한 사람들이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기원전 영남 지역에 출현한 "진한인"들은 원시신라어를 자신들의 모어로 구사하면서 "Pidgin Chinese"를 군현 관리나 상인과 소통용으로 장착한 이중언어 사용자 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辰韓>在<馬韓>之東, 其耆老傳世, 自言古之亡人避<秦>役來適<韓國>, <馬韓>割其東界地與之. 有城柵. 其言語不與<馬韓>同, 名國爲邦, 弓爲弧, 賊爲寇, 行酒爲行觴. 相呼皆爲徒, 有似秦人, 非但<燕>·<齊>之名物也. 名<樂浪>人爲阿殘; 東方人名我爲阿, 謂<樂浪>人本其殘餘人. (삼국지 위지 동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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