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춘동 강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알다시피 1979년에 발매된 버글스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는 TV와 같은 신新 영상매체의 등장으로, 라디오가 조만간 일상에서 없어지리란 우려와 아쉬움을 표현한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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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던 라디오는 이 시대에도 굳건히, 그리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아 많은 사람에게 삶의 위안과 희망을 주는 친구가 되고 있다.
요즘 텔레비전을 방영 시간에 맞춰 보는 이른바 본방 사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운전을 하다가 라디오를 듣거나, 직업상 24시간 내내 라디오를 켜 놓고 살아가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다. 이를 본다면 라디오는 사라질 매체가 아니라, 계속해서 존속할 우리 곁에 있을 미디어일 것이다.
1970년 전후로 태어난 이들은 일명 ‘라디오 키즈Radio Kids 세대’였다. 특별히 이들이 중고등학생일 때에는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하는 것이 유행이던 시기였다. 그때 이들과 함께한 라디오 프로그램은 김기덕, 김광한, 이수만, 이종환, 이문세, 전영혁, 유열, 오미향, 김현주, 정은임과 같은 기라성 같은 DJ가 진행하던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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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들은 20대가 되었을 때에는 배철수, 신해철, 한동준, 황정민, 신지혜, 배미향, 김형준과 같은 당시로서는 신세대 DJ들을 라디오에서 만났다. '귀가 누릴 수 있는 호사'를 가장 많이 누린 세대 중의 하나가 바로 현재 40~50대에 해당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이처럼 90년대 라디오 천국 시대를 활짝 열어제낀 인기 DJ들을 이젠 라디오 방송에서는 쉽게 볼 수 없게 되었다. 배철수, 신지혜, 김형준 등 몇 명만 남아있다. 현재의 중장년층에게 ‘젊은 날을 소환해주는 슈가맨Sugar Man’과 존재인 이들이지만, 이들도 곧 단행될 라디오 봄철 개편으로 아쉽게 라디오를 떠나게 된다고 한다.
그 중 한분이 CBS 레인보우스트리트 진행자 김형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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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2시부터 2시까지 진행되는 이 방송의 매력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가장 압권은 당일 프로그램 참여자 모두의 이름을 한 명 씩 호명해준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 번이라도 방송에 사연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이 방송을 기억하게 된다. ‘청취자 모두를 방송의 참여자로 만든 것이 바로 김형준'이 진행하던 방송이었다.
라디오 청취자들은 밤 시간의 고요함과 새 날을 맞이하는 기대감 속에서, 라디오를 통해서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서 과거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호사를 누렸다. 그러나 그런 안내자가 이번 봄 개편을 통해서 당분간 방송에서 못 만나게 되었다.
개인을 행복한 추억으로 실어 보낸 소중한 일을 하던 ‘김형준’ 그는 라디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라디오로 화려하게 복귀하게 될 그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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