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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하정우 vs. 그레고리 펙, 그리고 모비딕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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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와 이선균이 주연한 요상한 영화 'PMC: 더 벙커'가 26일 개봉하는 모양이라, 어제인가 아마 언론 상대 시사회를 한 듯, 오늘 아침자로 우리 공장에서도 조재영 차장의 다음 기사를 내보냈다. 


고립생존 액션의 진화·게임 같은 비주얼…영화 'PMC:더 벙커'   





내가 시사회를 갔을 리 만무하거니와, 내가 이 영화에 대해 무슨 일언반구 언급할 것이 있으리오. 다만, 이에서 주연 하정우가 '캡틴 에이햅'으로 분(扮)한다 하니, 이 주인공 직책과 이름을 왜 이리 이름했을까에 대해서는 짚이는 바가 있어 한마디 덧보태고자 한다. 


이에서 캡틴(Captain)은 예고 내용이나 광고 포스터를 보면 틀림없이 미 육군(해군과 공군은 또 다르다) 계급 체계에서 말하는 그 캡틴을 말할 것니와, 대위를 지칭한다. 장교(officer) 중 가장 초급장교인 소위를 second lieutenant(세컨 루테넌트), 그 위 중위를 first lieutenant(퍼스트 루테넌트)라 하고 이 둘을 구별하지 않을 때는 그냥 루테넌트라 한다. 대위는 말한대로 캡틴이다. 


영관급으로 가서는 소령을 major(메이저)라 하고, 중령을 lieutenant colonel(루테넌트 커널), 대령을 colonel(커널)이라 하거니와 중령과 대령을 그냥 커널이라 하는 일이 많다. 장군으로 넘어가서는 별 하나 준장을 brigadier general(브러게이더 제너럴), 소장을 major general, 중장을 lieutenant general, 대장을 general이라 하거니와 이들을 통칭해서 제너럴이라 한다. 뭐 우리처럼 원스타 투스타 쓰리스타 포스타 등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모비딕의 캡틴 에이허브 그레고리 펙




그렇다면 하필 캡틴 에이햅인가? 이는 'Captain Ahab'의 한국어 표기인데, 영화 원작자 혹은 감독이 일부러 이 이름을 따왔으니, 캡틴 에이허브는 말할 것도 없이 19세기 미국 소설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Moby Dick, or, The Whale》 주인공 이름이다. 이를 모비딕이라 옮기기도 하고, 때로는 백경(白鯨)이라 옮기기도 하는데, 캡틴 에이허브가 필사로 때려잡고자 하는 고래가 바로 흰고래인 까닭이다. 


이 소설은 “Call me Ishmael”이라는 유명한 대사로 본문을 시작한다. 이쉬마엘은 내레이터다. 이 내레이터가 자신이 직접 본 것을 증언하는 형식으로 캡틴 에이허브의 백경 사냥과 그 비참한 최후를 장대한 서사시로 전한다. 선상 생활에서 캡틴은 바로 선장이다. 배에서는 절대의 군주다. 선원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쥔 절대 권력자이면서 절대의 폭군이다. 캡틴 에이허브는 그런 성향이 너무나 강해서 사소한 이의 제기도 용납하지 아니한다. 그는 오직 자신의 다리를 잘라간 백경을 추격해 그것을 때려죽이는 목표 하나로만 사는 사람이다. 


하정우를 내세운 영화감독이나 그 영화 원작자가 무슨 목적으로 그 주인공 이름으로 캡틴 에이허브를 내세웠는지는 내가 작품을 보지 않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대학에서 잠깐 영문학을 전공했다는 인연만으로도 캡틴 에이허브라는 주인공 이름이 나 자신이 무척이나 회고적인 감정에 잠깐이나마 젖어더는 일은 어쩔 수 없다. 


내게 캡틴 에이허브는 그 잘생긴 미국 배우 그레고리 펙으로 각인한다. 이 백경이 헐리우드 영화로 제작되었거니와, 그 주인공 에이허브 역할을 그레고리 펙이 한 것이다. 로마에서 휴일을 보내면서는 기뤠기로 어느 나라 공주를 꼬드기는 그레고리 펙이 바다로 갈 때는 의족에 기댄 채 분노로 이글거린 눈빛을 하고는 선장이 되어 고래기름 짜겠다고 난리를 피워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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