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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학력 뻥튀기에 가려진 일제시대의 실상

by 초야잠필 2023.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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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전술한 바와 같이 일제시대의 가장 큰 문제의 하나는 조선인들의 교육수준이 전반적으로 낮고 이것이 제도적으로 재생산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측면이 종전의 연구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데 왜일까. 

해방직후 한국의 문맹률이 70-80프로에 달했다는 이야기를 하면 이는 엄연한 팩트임에도 불구하고 믿지 않는 사람이 많다. 

누구라도 물어보면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가 문맹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학교 문턱에도 못 가본 사람들도 "한학"을 배웠다고 한다. 

한학이라.. 일제시대에 한학이라면 무학이고, 문맹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니 우리나라 일제시대에는 글자 읽은 지식인이 천지인 세상이 되는 것이다. 

조선바닥에는 고등학교라고는 경성제대 예과 하나 밖에 없었는데도 일제시대 학력을 보면 고등하교 졸업한 사람 천지다.

중등과정인 "고보"를 고등학교로 슬쩍 올려 쓰는 바람에 나온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과정이었던 (그것도 제대로 된 고등학교 과정이 아니라 고등학교 학력인정기관이었던) 전문학교는 죄다 대학 졸업생이 되었다. 

이를 해방이후 "전문대학"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다.

전문대학은 전문학사를 받았지만 일제시대 전문학교는 디플롬을 받거나 아니면 그마저도 없었다.

전문학교 졸업장은 학위기가 아니다. 우리는 대학 졸업장과 학위기가 하나로 붙어 있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이에 둔감하기 쉬운데 일제시대는 대학졸업장과 학위는 붙어 다니는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끝판왕은 해방이후 교수가 된 사람들이다.

대학에서 연구생활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해방 이후 일본인 교수들이 돌아가자 하루아침에 그 자리를 차지하였는데도 해방이전부터 그 분야의 대가였던 것처럼 포장한다. 

이렇게 "학력에 분칠"을 해 놓으니 해방이전부터 조선인들은 교육수준이 높았고 중등, 고등, 대학 교육 다 받고 이미 해방 이전부터 많은 학자들이 있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착각을 하니 일제시대에 이미 근대교육이 완성되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상은 해방이 되던 시점, 조선은 인구 태반이 문맹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학교 졸업도 못하고 중학교 과정을 간신히 졸업하거나 그야말로 잘 나갔던 일부가 고등학교 과정인 전문학교 졸업, 그리고 대학에는 조선인 교수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던 것이 실상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해방 직후, 학력이 필요한 사회가 되면서 일제시대 받은 중등교육은 고졸로, 고등교육은 대절로 미화되고 해방이후 적산가옥이나 다름없던 대학에 자리를 잡았던 사람들은 모두 학문의 대가로 스스로를 포장하면서 일제시대 조선인의 실상은 한국인들 스스로가 감추어 버렸다는 말이다. 

일제시대 한국인들이 얼마나 못배우고 살았는가를 한국인들 스스로가 제대로 파헤치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해방이전 고보를 고등학교, 전문학교를 대학으로 미화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있는 그대로 썼어도 일제시대 당시 그 양반들이 조선인 전체에서 볼 때 매우 고학력자군에 들어간다는 사실은 틀림 없는데 그렇다고 해도 해방 후 학력인플레 사회에서 중졸, 고졸이라는 이야기를 해방이후 내 걸기에는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일제시대 고보가 고등학교가 되고 전문학교가 대학으로 승격이 되었기 때문에 딱히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일제시대 일본 본토의 교육과 합쳐 보게 되면 비로소 조선 교육의 문제점이 드러나게 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한국인들 스스로 자신의 학력을 그렇게 미화한 것이 식민지 근대화론을 키운 이유 중 하나라는 점은 틀림없다. 


구 양정고 교지에 세운 손기정 기념관. 양정은 "고등학교"가 아니라 "중등교육기관"이었다. 그나마 양정은 정식인가 받은 "고보"였지만 일제시대 잘 알려진 사학교육기관 중에는 정식 교보가 아닌 경우도 많았다. 이런 경우는 그 학교 졸업자체만으로는 중등교육을 이수한 것도 아니었고 오늘날 검정고시에 해당하는 시험을 봐야 학력을 인정받고 상급학교 진학이 가능했다. 조선 교육의 이해는 일제시대 교육경력의 제대로 된 이해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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