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우리나라의 본격적 연구작업은 이제 태동기를 벗어나 본격적인 단계에 진입하려 하고 있었을 무렵이다.
그 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 우리 학문 풍토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연구비가 많은 쪽으로 몰려다니고, 소위 최신 기법에 열광하다 보니 모든 사람이 똑같은 연구를 한다.
이런 현상은 학계에만 그런것이 아니고 심지어는 음식점과 같은 상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 오래된 상점이 없는 것은 자본주의의 역사가 짧은 탓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거의 비슷한 일을 하고 몰려다니는 기풍의 탓도 있다.
위 사진은 아래 기사에 나온 표본이다.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3/01/14/WGIPJR4PCZFRDGUPWM5J5YUOFY/
가톨릭 수도사가 한국에 파견나온 1913년 채집한 식물표본이라 한다.
우리나라는 이런 것이 거의 없다. 근대과학이 들어와 100년이 넘었는데도, 제대로 된 표본 하나 없다.
그런데도 최신기법에 열광하고 유행에 따라 자기 전공을 수시로 바꾼다.
한국학계에 대가가 나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지난달 올해 노벨상 수상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짧은 강연을 했었는데, 여기서 필자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노벨상이 타고 싶은가? 그렇다면 몰려다니기 전에 한 가지를 지긋하게 해라.
네안데르탈인 연구가 나올 때까지 서구인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화석인류 연구를 계속해왔는가를 잊지마라.
탄자니아 올두바이 협곡에는 지금 3대째 화석 인류 인골을 조사하는 집안도 있다.
이런 풍토가 정착하기 전에는 우리나라 노벨상은 힘들 것으로 본다.
*** 편집자注 ***
표본 부문에 대해 아래와 같은 반론이 있어 같이 싣습니다. 전재용 선생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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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서 표본에 관한 채집, 보존과 관련된 학문을 하는 곳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과학을 하는 사람들은 표본은 특히 식물 표본, 곤충 등 끊임없이 연구자들이 언젠가는 소용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채집하고 보존하고자 노력중입니다.
'제대로된 표본이 없다'는 것은 수정이 필요한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광릉수목원에만 가도 엄청나게 많은 식물표본이 있습니다. 다른 상당히 많은 기관과 대학에 상상을 초월할만큼 많은 표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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