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서원 9곳, 세계유산 등재 확실시(종합2보)
서원 9곳이 곡절 끝에 마침내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모양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자문기구(advisory body) 중 하나로,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 사전 심사를 담당하는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한국이 등재신청한 한국 서원들을 세계유산에 '등재해도 좋다고 권고(recommodation for inscription)'한 것이다.
소수서원
저 기사 본문에도 언급됐듯이 자문기구가 등재권고한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위 본회의에서 의장이 땅땅 방망이 두들기고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로 등재 심사가 끝난다. 세계유산위는 21개 위원국(state party)이 발언권과 심사권을 지니니, 방망이 두들기기 전에 각국 대표단은 미리 축하 메시지를 던져주는 관례가 있다.
여러 번 지적했지만, 세계유산에는 한글 명칭이 없다. 우리가 편의상 영어나 불어 명칭을 번역해서 사용할 뿐이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유엔이나 유네스코 같은 국제기구에서 한국어가 통용하지 않은 까닭이라, 이쪽에서는 영어 아니면 불어다. 간혹 스페인어나 독일어 등등이 사용되기도 하던데, 것도 임시방편이지 곧 죽어도 영어 아니면 불어여야 한다.
병산서원
그렇다면 이번에 세계유산 등재를 예약한 우리의 서원은 공식 명칭이 무엇인가?
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
물론 이것이 어중간에 약간 조정될 가능성은 상존하나, 변수가 없는 한 저리 갈 것이다.
이에서 착목할 점이 두어 가지가 있으니, 첫째 서원을 그대로 seowon이라 쓴 점이 하나요, 둘째 그 성격 규정이 아카데미에 가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언론 기사건 논문이건 미다시가 그 운명 절반 이상을 좌우한다. 그런 점에서 미다시는 잘 뽑아야 하며, 나아가 그 미다시에는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을 응축하기 마련이다.
저 제목 하나 정하고자 많은 이가 머리를 싸맸을 것이다. 서원을 그대로 써야 하느냐 마느냐도 토론이 있었을 것이며, 그것을 규정하는 그 하위 수식어도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 수고로움과는 별도로 이참에 우리가 새삼 고려해야 할 대목이 있다.
먼저 seonwon과 관련해 그것이 태동하고 번성한 본고장은 분명 중국대륙이라는 사실이다. 나아가 그것이 유학과 밀접하다는 사실도 새삼스럽지는 않으나 매우 중대하다. 그 유학 중에서도 송대 이후 번성하는 이학理學, 곧 성리학을 자양분으로 삼는다. 물론 반드시 성리학일 필요는 없으나, 송대 이후 서원이 등장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그 수식어로 Neo-Confucianism을 선택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흔히 신유학이라 번역하는 저 말에는 주자 주축인 성리학 만이 아니라, 양명학도 포함할 여지가 있는 까닭이다.
무성서원
그렇다면 하필 seowon인가? 모르긴 해도 중국과는 다른 특질을 무척이나 내세우고 싶어해서 저리 선택했을 것이다. seowon과 書院은 다르다. 이 다르다는 점을 등재 신청을 준비하는 쪽에서는 무척이나 강조하고자 했을 것이며, 그래서 굳이 한국 발음을 가져갔을 것이다.
왜? 중국의 그것과는 구별하는 한국 서원의 특질을 강조해야 했으니깐 말이다.
물론 이런 고의적인 용어 선택이 서원이 지닌 동아시아 공통 문화 유산으로서의 특징을 감쇄하는 역효과를 빚는 것도 엄연히 사실이며, 그것은 분명 문제다. 실은 나는 이 점에서 불만이 없지 않다.
같은 맥락에서 저 seowon을 설명하면서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라 해서 굳이 Korean을 쑤셔박았다는 점이다. 왜 쑤셔박았는가? 이는 다분히 중국의 書院을 의식한 까닭이다. 한국의 서원이라 해서, 이번에 등재 예고한 9곳만 해도 같은가?
돈암서원
다르다. 완연히 다르다. 그 연원 역사 모조리 다르다. 그럼에도 seowon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쑤셔박으려 하니, 더구나 그것을 국경 안에서 특징 짓자 하니 굳이 코리언을 쑤셔박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번에 등재예고한 9곳이 한 뭉탱이로 중국의 그것과 판이하게 다른 점도 뚜렷이 관찰하거니와, 무엇보다 중국에서는 신전 공간에 봉안하는 인물이 시종일관 초지일관 공자임에 견주어 한국의 그것은 공자는 안중에도 없어, 공자를 몰아낸 자리에다가 그네들이 오야붕 혹은 중시조로 추앙하는 귀신들을 가져다 놓는다. 도산서원이 신주단지로 봉안하는 퇴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저쪽은 공자이고 이쪽은 공자를 추종하는 다른 아성亞聖이라 해서 그것이 특질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저쪽에서는 빤스를 입는데 이쪽에서는 바지를 걸친 데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아랫도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듯이 저쪽에서 공자이고 이쪽에서 퇴계라 해서 그것이 차별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점들은 시종일관 고려해야 한다고 나는 본다.
마지막으로 아마도 거추장스러워서 그랬을 법한데 'Neo-Confucian Academies'라는 개념도 다시금 생각해야 한다. 아카데미? 이 말은 플라톤에서 출발한다. 그가 세운 사립학교 아카데미아를 뿌리로 삼는다. 그에서 학문의 전당을 흔히 무슨 아카데미라 하거니와, 그에 착목해 서양놈들이 알아묵기 쉬운 개념으로 아카데미라는 말을 들이댔다.
하지만 이건 추진단에서도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어니와, 서원은 크게 학교와 신전 두 가지 기능이 있으며,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 뺄 수가 없다. 유서가 깊은 조선의 서원은 하나 같이 그 출발 혹은 뿌리를 뒤져보면 祠다. 사당이라는 뜻이다. 물론 사당 시대에도 강학의 있기는 했지만, 서원을 뒷받침하는 절대의 기둥은 저 두 가지 중에서도 사당이다.
학교가 없어도 서원은 성립하지만, 사당이 없이는 서원이 있을 수가 없다. 이 점을 결코 망각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아마 등재의 편리성, 혹은 차별성 강조의 편리함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저 둘 중에서도 굳이 아카데미를 선택했다. 나는 조금 길어질지는 몰라도, 내가 정책 결정권자였으면, Neo-Confucian Shrine-academies라 했을 것 같다. 슈라인과 아카데미의 결합이야말로 나는 동아시아 문화권을 벗어나 세계사 시각에서 독특한 의미가 더 두드러진다고 본다.
내가 등재 신청서 원문을 자세히 열람한 것은 아니기에 감히 단언은 못하나, 그간 추진 과정 등등을 회고해 보면, 한국 세계유산 정책은 건축쟁이들 독무대다. 이 건축쟁이들이 시종일관 패권을 휘두르는 무대가 세계유산이요, 이코모스코리아니 하는 무대다.
미안하지만, 내가 지켜보는 건축쟁이들은 돼지껍데기다. 이 친구들은 건축물이라든가 그 건축물 개별이 구축해서 전체를 이룩하는 디자인에만 온통 관심이 쏠리는 바람에 정작으로 왜 사당이 뒤에 있으며, 그 사당에 하필 공자이며, 퇴계인지를 내가 보기는 모르는 사람들이다.
간단히 말해 저들 건축쟁이는 유형만 핥을 뿐, 그것을 추동 가능케 하는 전체의 거대한 집합인 무형을 전연 모르는 사람들이다. 미안하다. 내가 읽은 건축학자들 관련 논문이나 책이 모조리 그랬으니 말이다.
이런 결함을 보완하고자 언제나 역사학 혹은 동양철학 전공자를 빌려와 그네들과 이른바 협업이니 융합이니 하면서 버무려 짜낸다.
건축이란 무엇인가?
인문학 아닌가?
유감스럽게도 내가 보는 한국 건축학은 모조리 껍데기 안주였다. 뭐 말로는 자연과의 조화 운운하면서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듯하지만, 글쎄다, 내가 보는 건축학은 그러지 못했으니
내가 보고 들은 것이 짧았거나
혹 진짜로 그럴란지도 모른다.
(LEAD) Confucian academies-UNESCO
(LEAD) 9 Korean Confucian academies recommended for UNESCO World Heritage list
(ATTN: ADDS more details in paras 3-5, 8-9, more photos)
SEOUL, May 14 (Yonhap) -- Nine South Korean Confucian academies have been recommended for addition to the UNESCO World Heritage List, the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CHA) said Tuesday.
According to CHA, UNESCO's 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 (ICOMOS), an advisory group to UNESCO, suggested nine "Seowon," or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 be listed.
The final decision will be made at the UNESCO World Heritage Committee meeting in Baku, Azerbaijan, at the end of June, with the listings most likely to be made.
The UNESCO World Heritage Committee usually accepts ICOMOS' recommendations at its annual meeting.
If the Seowon successfully make it on the UNESCO list, South Korea will likely have a total of 14 World Heritage sites including Changdeok Palace in central Seoul.
Seowon refer to private Confucian academies in Korea established during the Joseon Dynasty (1392-1910) to honor renowned Confucian scholars as well as to educate youth. They were also key venues for discussing social and state affairs among local aristocrats during the Confucianism-dominated Joseon era.
The nine recommended academies are Sosu Seowon in Yeongju, North Gyeongsang Province; Namgye Seowon in Hamyang, South Gyeongsang Province; Oksan Seowon in Gyeongju, North Gyeongsang Province; Dosan and Byeongsan Seowon in Andong, North Gyeongsang Province; Dodong Seowon in Daegu; Pilam Seowon in Jangseong, South Jeolla Province; Museong Seowon in Jeongeup, North Jeolla Province; and Donam Seowon in Nonsan, South Chungcheong Province.
South Korea first applied for the registration of Seowon in 2015 but withdrew it a year later. At that time, ICOMOS turned down the application, saying that the Korean Confucian academies failed to show noticeable distinctive features in comparison with their Chinese and Japanese counterparts.
Since then, the South Korean government has made efforts to comply with ICOMOS' reviews and submitted an improved application in January last year.
This photo provided by the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on May 14, 2019, shows Byeongsan Seowon in Andong, North Gyeongsang Province. (Yonhap)
brk@yna.co.kr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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