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에 부쳐, 특히 대서특필하는 과학성에 대하여

훈민정음 해례본(왼)과 월인천강지곡(오)

 

 

오늘도 방송 같은 데를 보니 한글을 가리켜 "과학적" 운운하거니와 이 말이 부당함은 여러 번 말했다.

한글은 문자 체계다. 말이 아니다. 하지만 말과 밀접하니 그것은 말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탄생했다. 애초에 한글은 한국어(조선어)를 표기하기 위한 약속이다.

지구상에서는 갖가지 다양한 문자 표기 체계가 있다. 알파벳이 있고 한자가 있으며 히라가나 카타카나가 있다.
여타 문자표기 체계에 견주어 한글은 얼나다. 다시 말해 탄생 기점으로 보면 아주 어린 축에 속한다.

 

 

훈민정음 해례본

 

그리고 한글은 여타 다른 문자가 지금의 그것으로 정착하기까지 수백년 어쩌면 수천년의 지난한 세월에 필요했는데 견주어 한글은 마른하늘 날벼락처럼 우리에게 각중에 주어졌다.

이 두 가지 특징에서 한글은 여타 문자체계에 견주어 그 창제 동기와 과정, 그리고 그것을 만든 원리가 희한하게도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것이 한글이 여타 문자체계와 비교해 갖는 가장 큰 특징이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글이 여타 문자체계에 견주어 과학적이라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창제원리가 과학적이니 하는 따위는 전연 성립할 수 없다. 설혹 외국학자가 그런 주장을 했다 해서 그것이 성립할 수는 없다.

 

 

광화문 세종대왕상

 

그리고 혹자는 한글이 다른 문자체계에 견주어 배우기 쉽다해서 "과학적"이라 하는 모양이나, 과학이 과정의 단절과 축소와는 동어의가 될 수 없다. 그냥 다른 문자체계에 비해 습득이 빠를 뿐이기 그렇기에 그것이 과학적일 수는 없다.

한글이 과학적이라 함은 다른 문자체계는 덜 과학적이거나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전제를 동반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가 이야기하는 과학성을 다른 여타 언어도 다 갖추고 있다.


비교를 통한 특질의 간취에서 유발하는 차이를 그것의 과학성이라는 딱지를 붙일 수는 없다.

(2013.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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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 상주본 훈민정음 해례본.

 

무엇이 무엇에 대해 과학적이라는 말은 그 비교대상이 덜 과학적이라거나 비과학적임을 전제 혹은 평가를 기반으로 심는다.

묻거니와 한글과 비교하는 여타 문자표기체계는 비과학적인가? 알파벳이? 한자가? 히라가나가? 가타가나가? 아랍문자가?

성립할 수 없다.

 

한글날 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