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차 말했듯이 애초 이 책 초고는 2001년 무령왕릉 발굴 30주년에 즈음해 모 출판사로 원고를 넘기고 초교 재교까지 봤다가 중단한 원고다.
그러다가 해직이라는 기대치도 않은 축복이 주어져 먼지 수북히 쓴 그 원고 뭉치를 끄집어 내고는 손질하고는 2016년 도서출판 메디치미디어를 통해 냈다.
그 16년 사이에 무령왕릉 역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고 나 역시 더러 논문이라는 형식을 빌려 무령왕릉과 관련해 기존 이해에 여러 균열을 냈다고 자부하는 터였다.
그런 무령왕릉이 내년 2021년 발견발굴 60주년을 맞는다.
나로선 이 책을 낼 적에 향후 10년간은 더는 무령왕릉 새로 나올 말은 없다고 자부했다.
시건방으로 비치겠지만 그만큼 나로선 모든 걸 쏟아부었고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물론 꼭 10년이겠냐마는 내심으로는 5년을 기약했다. 적어도 5년간은 이걸 뛰어넘을 무령왕릉 신설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자신했으니
그러고 보면 내년이 그 내심으로 기약한 5년이라 올해가 고작 두 달이 채 남지 아니했으므로 내 자신 혹은 예상은 달성했다고 본다.
올 연말부터 50주년에 즈음해 이런저런 무령왕릉을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되는 모양이라 어떤 신설들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가 하나 자신하거니와 무슨 주기에 맞추어 나오는 글 치고 좋은 글 못 봤다. 동전 넣고 쥐어짜내는 글은 보지 않아도 수준이 뻔하다.
학문은 아마추어리즘, 곧 인쑤지애즘과 동의어인 미침과 발분에서 비롯한다는 그런 신념을 나는 여전히 믿는다.
좋은 글은 돈주머니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늘, 아니 어제가 되었지만 어떤 자리 갔다가 유난히 무령왕릉 얘기가 나와 적어둔다.
기회가 주어지면 자료집 성격을 띠는 책 하나는 내년에 내어 봤으면 한다. 남겨둔 게 없지는 않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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