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한시, 계절의 노래(61)
과거 급제 후(登科後)
당(唐) 맹교(孟郊) / 김영문 選譯評
지난날 비루한 삶
내세울 게 없었는데
오늘 아침 팔자 펴서
생각 또한 거침 없네
봄바람속 득의만만
말발굽 치달리며
장안 모든 꽃을
하루만에 다 보았네.
昔日齷齪不足誇, 今朝放蕩思無涯. 春風得意馬蹄疾, 一日看盡長安花.
중국 송(宋)나라 문호 소식(蘇軾)은 중당(中唐) 시인 맹교와 가도(賈島)의 시를 평하여 “맹교는 춥고 가도는 야위었다(郊寒島瘦)”라고 했다. 두 시인 모두 고통스러울 정도로 시어를 깎고 다듬는 것으로 유명했고, 처지 또한 불우했다. 하지만 이 시를 읽어보면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과거에 급제하여 기뻐 날뛰는 모습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하긴 후세에 시성(詩聖)이라 불린 두보도 끝내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음을 상기해보면 맹교의 기쁨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하물며 그가 과거에 급제한 나이가 무려 지천명(知天命)에 가까운 46세였다지 않는가? 당시에 46세라면 손자 볼 나이인데, 할아버지급 신참 진사(進士)가 과거에 급제했다고 환호작약하며 꽃구경을 다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이 시는 차갑고 곤궁한 맹교 시 풍격에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우리는 오히려 이런 별격 시를 통해 시인의 진솔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재미 또한 쏠쏠하다.(김영문)
과거제 유풍일까? 수능이 과거시험은 아닌데, 입격(入格)을 바라는 마음은 같아서리라. 어사화를 안치하고는 아들딸 대입을 기원하니 말이다.(김태식)
반응형
'漢詩 & 漢文&漢文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자가 말하기를 스승님은 약초캐려 가셨다고 하네 (0) | 2018.06.06 |
---|---|
볏잎 구르는 빗방울 (1) | 2018.06.06 |
한밤중까지 계속하는 도리깨질 (0) | 2018.06.05 |
비갠 후 새들의 오케스트라 (0) | 2018.06.04 |
술은 술로 풀어야 (1) | 2018.06.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