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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해외문화재조사, 주변부 집어치고 중심을 칠 때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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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전이었으니, 문화재청에서 이집트 발굴참여를 심각하게 기획한 적이 있다. 이 움직임은 책임자가 다른 자리로 옮기는 등의 곡절에 내가 알기로 지금은 이런 움직임 자체가 없는 것으로 안다. 

 

이집트 발굴을 생각한 이유는 있다. 그 가장 큰 이유가 발굴시장이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이제는 이집트에 뛰어들 때가 되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당시 이 얘기가 나올 적에 이집트와 더불어 강구된 데가 있는데 그 어떤 움직임도 없었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폼페이유적이었다. 이집트 아니면 폼페이유적에 뛰어들어 볼만하다는 판단이었다. 

 

 

한국사회 내셔널리즘에 작동하는 강렬한 북방시원주의는 문화재 역시 중앙아시아로 이끌었다. 알타이, 그건 한민족 내셔널리즘이 빚어낸 영토 확대의 표상이다.  

 

 

이런 움직임이 그 어떤 추동력을 동반하지 아니한 채 중단 혹은 자최를 감추고 말았지만, 언젠가는 살아나리라 본다. 이제 한국고고학이 이런 시장에 뛰어들 때가 되었다.

 

언제까지 ODA에 기대어, 빈국 돕기 차원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개중에서 찔끔찔끔 배정한 예산 얻어타서 동남아니 시베리아로 진출해 우리가 무얼 복원하네 마네, 흉노 무덤을 팠네 마네 팠더니 우리 문화 시원이 예 있네 마네 하는 그런 사기는 그만쳐야 한다. 

 

물론 ODA에 기반한 이들 제3세계 권역 문화재 조사가 의미가 없겠는가? 우리 경제규모에 걸맞게 그런 일도 당연히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그에다가 언제까지 우리네 해외조사 역량을 몰빵할 수는 없다.

 

이집트가 열어줄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지 못한 채, 그럼에도 우리가 이집트 발굴시장을 진출해볼까 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홍보전략 때문이었다. 동남아 가서, 중앙아시아 가서 제아무리 좋은 조사하고 독수리 뒷다리 추적기 달아도 해외가 우리를 알아주지 않는다!!!

 

 

ODA 기반으로 한국문화재가 야금야금 진출한 동남아. 사진은 미얀마 바간. 

 

 

이제 우리도 이집트 미라 발굴로, 폼페이유적 발굴로 세계시장에 우리를 팔 때가 되었다!!!

 

바로 이 판단 때문이었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이유는 그에 아주 조금 관여를 한 까닭이다. 중단 혹은 절단난 이 계획은 팬데믹이 끝나고, 더불어 새정부가 들어서면 심각히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작금 한국문화재의 해외시장 개척은 무대를 보면 크게 중앙아시아와 동남아로 대별하거니와, 나름 특징이 있어 전자는 국기기관 주도 자체 예산 투입이며, 목표가 설레발이라 신라 적석목곽분 시원찾기를 표방하거나 한민족 시원은 저 광활한 북방에 있다는 환단고기주의가 잠재하는 반면, 후자는 ODA 기반이라 빈국돕기를 표방한다.

이 중 동남아 ODA사업은 그 시작과 개시에 내가 깊이 간여해 이룩한 성과라는 점에 내가 애착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근자 이 사업을 수행하는 한국문화재재단이 정리한 관련 책자를 냈는데 정작 이 사업이 어떻게 추진되어 성사되었는지는 쏙 빠져 앙코 빠진 찐빵이 되고 말았다. 

 

 

문화재 ODA의 시작 라오스 홍낭시다

 

 

이 사업의 착안과 개시를 증언할 사람도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다. 문화재청도 모르는 음모가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내가 두어 번 이곳저곳에 싸지른 적은 있으나, 언제 기회를 엿봐서 그 내막을 폭로하고자 한다. 

 

반면 전자 중앙아시아는 실은 이 움직임을 선도한 데는 국립중앙박물관이라, 그 고고부가 일찌감치 몽골을 주목하고서는 한동안 합동조사라는 형식을 빌려 재미를 봤으니, 이후 문화재청이 뛰어들면서 박물관은 저 뒤안으로 쳐져 버리고, 지금은 문화재청이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를 앞세워 물량공세를 벌이는 형국이라, 크게 고고학 조사와 천연기념물 조사 두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몽골고원 가서 멀쩡한 독수리 때려잡아 다리몽댕이에다가 추적기 달아놓고서는 그 독수리가 철원평야에 겨울에 나타났니 마니 하는 설레발전략이 다 그에서 비롯한다. 

 

 

프레아피두 이젠 지업다고 그 인근 코키리테라스로 옮아간 한국문화재. 

 

 

이런 일들이 어찌 의미가 없을 수 있겠는가? 다 의미가 있고, 다 소중하고 다 국제협력이라는 관점에서 무시못할 성과를 낸다. 

 

다만 그뿐인가? 바로 이에서 우리도 이제는 해외문화재 침투전략을 일정 부분 수정해야 한다. 우리도 이집트를 쳐서 미라를 발굴하고, 폼페이 가서 화산재 밑에서 탄화한 말과 타다 만 로마제국 수레를 발굴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문화재학이 이런 성과를 냈노라고, 해외 유수 언론에다 대놓고 동네방네 선전해야 한다. 

 

크게 먹어야 한다. 놀려면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 

 

***

 

나선화 문화재청장 재임시절에는 아잔타석굴에 문화재청이 참여해 협업하는 문제가 잠깐 의사타진 차원에서 논의된 적이 있다. 이내 이 일도 흐지부지하고 말았는데, 이것도 나로서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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