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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윤여정, 늙을수록 빛을 발한 할매 배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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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 감독 "윤여정은 나이와 상관없이 '젊은 사람'"
한미희 기자  / 기사승인 : 2021-03-16 11:57:57
복귀작 '바람난 가족' 이후 크고 작은 역할로 함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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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 감독 "윤여정은 나이와 상관없이 ′젊은 사람′"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1971년 영화 데뷔작 ′화녀′와 이듬해 ′충녀′까지 천재 감독 김기영의 페르소나로 최고의 전성기를 보낸 배우 윤여정(74)은 이후 결혼과 함께 오랜 공백기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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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기사 말미에 감독 임상수가 윤여정을 두고 "어려울 때 꺼내 쓸 수 있는 옆 주머니에 따로 찬 지갑처럼 언제나 마음 든든하게 내 편이 되어주는 배우"라고 평했다는데, 이 대목이 참 마음에 든다. 

 

이 할매는 내가 어릴 적에 소비한 배우는 아니다. 내가 좋아하며 소비하는 배우는 거개 나보다 나이가 10살 정도 많기 마련이지만, 이 할매는 내가 그렇게 대중문화 스타를 알아가며 즐기던 시대엔 브라운관에 없었다. 연배가 높기도 하지만, 그 이력을 보면 한창 내가 그쪽에 눈을 뜨기 시작하던 무렵에는 실상 은퇴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 자리를 메운 것이 정윤희 장미희 유지인이 대표하는 트로이카였다.

 

1971년 김기영 감독 '화녀'. 왼쪽이 윤여정 아닌가 싶다. 남자 배우를 보면 최무룡 남궁원이 보인다. 최무룡은 최민수, 남궁원은 홍정욱 아버지다. 

 

김수미 김혜자 여윤계 이런 할매들이야 내가 어릴 때도 할매 아줌마로 등장했으니, 또 이들이야 한 번도 브라운관을 떠난 적이 없으니, 그 친숙함이야 뭐라 하겠는가? 차이라면 대체 나한테 우상은 될 수 없었다는 사실.

 

그런 어느날 저 할매가 느닷없이 브라운관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등장이 어느 시점이었는지 기억에는 없으나, 안 보던 중년 아줌마가 느닷없이 나타나고, 또 느닷없이 안 보이는 데가 없이 이곳저곳을 누비기 시작하는 장면을 보고서는 좀 의아함이 있었다. 뭐 하다 나타난 아줌마가 저리도 많이 나오나? 이리 생각했다. 

 

덧붙여 저 할매는 발성이 사람들한테 편안함을 주는 사람은 아니다. 젊은시절에도 저랬는지 모르지만, 뭐랄까? 찢어진 창호지 파고드는 그런 소리라 참 배우로서는 안 어울린다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나 오스카 먹으러 가요 싱글벙글 할매

 

한데 나한테 의외였던 것은 연기는 참 잘한다였다. 뭐하다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이 연기는 저리 능청스레 잘하나 했다. 그가 한때 날리던 배우였다는 사실은 뒤늦게서야 알았다. 웬수 같은 조영남 따라 미국으로 가고, 이런저런 곡절에 결국 그와 이혼하고는 아마도 처참한 상태로 귀국해서 살 궁리한다 해서 다시 브라운관으로 복귀했는지는 모르지만, 저 할매 그에 얽힌 자기 사연 이런저런 데서 내뱉거나 인터뷰한 걸 보면 참 능청스레 잘도 하더라. 

 

내가 놀란 점은 보통 이런 곡절은 눈물 안 되박 뽑아내며, 분노에 이그러진 모습이지만, 저 할매는 그걸 속으로 녹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능글맞게도 그런 감정들을 잘 조절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그가 여느 한국배우도 가지 못한 길을 간다. 것도 칠순이 넘어 그 길을 개척했으니 말이다. 우리 세대에는 꿈만 같은 오스카상, 그 요상한 트로피가 주말의 명화 시작할 적에 화면을 휙 스치고 지나가는 그 트로피를 다투는 주인공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좋겠다. 저 꼬마녀석 울음보 터트리더만

 

내가 아직 미나리를 보지는 못했지만, 이 영화 작품성이야 다른 기회를 엿보기로 하고 저의 연기가 어땠을지는 보지 아니해도 우리는 안다. 할매더러 농익었다고 할 순 없겠지만, 그 능청스런 연기는 꼭 봐야만 하겠는가?

 

돌이켜 보면 저 세대 이른바 원로배우들이 다 그렇다. 역시 연기는 관록에서 나온다는 말은 맞는갑다. 저런 할매 할배들은 거개 배역을 보면 중심을 차지하지는 못한다. 그런 자리는 언제나 젊은배우 혹은 중견배우 차지라, 그들이 치고 들어갈 자리는 대개 조연인데, 그 역시 조연으로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 

 

본선 성적은?

 

한때는 시대를 주름잡다가 남자 잘못 만나 패가망신에 가까운 아픔을 겪은 그가 복귀했을 적에 그를 기다린 배역은 중년 아니면 노년 배우뿐이었으되, 새로운 시대 새로운 나이에 새로운 배역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농익은 연기로 소화해내는 저 세대 배우들이 새삼 존경스러운 날이다. 

 

부기...할매라 했지만, 뭐 할매겠는가? 내 큰누님보다도 어리니 누님이라 불러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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