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나는 지금 동해안에서도 우리 국토의 맨 동쪽 여기 이 동쪽 밖에 다시 더 동쪽이 없는 끄터머리 동쪽인 영일군 장기갑의 끝 뿌다귀 제일 '가장자리'란 뜻으로 부르는 우리 속칭의 '섶사리 불레끝' 마지막 끝 바위 위에 올라 서서 두 팔을 허리에 짚고 끝없는 동해의 수평선을 내다본다.
노산鷺山 이은상李殷相(1903~1982)의 동해감초東海感草라는 글 첫 구절이다. 요새 이런 문체 구사했다가는 등재 불가요, 데스크한테 열라 깨진다.
나는 글의 문채성 회복을 부르짖는다. 저리도 가보고 이리도 가보고 해야 한다. 함에도 천편일률로 문장을 짧게, 간결하게 라는 구호 아래 질식한다.요컨대 개성의 회복이요 생명의 회복이 관건이라 할지니라.
덧붙이건대 노산 읽기 자체도 혁파해야 한다.
무슨 도덕주의자만 판을 치는지 그가 친일 행적을 보였다는 점만 후벼파서는 친일파란 딱지 붙이기에 여념이 없으니 어찌하여 노산을 하나로만 강요하는가?
친일에서 해방해야 한다.
(2016. 3. 12)
***
저 글이 아마 식민지시대에 썼을 것이다.
반응형
'ESSAYS & MISCELLAN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여정, 늙을수록 빛을 발한 할매 배우 (1) | 2021.03.16 |
---|---|
제국을 지향하는 오스카, WASP로 가는 그래미 (3) | 2021.03.16 |
수도권분산, 수도권의 지방분산인가 수도권 내의 재배치인가? (2) | 2021.03.13 |
번역 안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번역할 글이 없어서다! (0) | 2021.03.13 |
[고총고분, 그 환상의 타파를 위하여] (2) why를 궁구하지 않는 학문 (0) | 2021.03.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