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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환경이 만든 전통 - 중국의 전탑, 한국의 석탑, 일본의 목탑

by taeshik.kim 2021.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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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불탑 제작 재료를 기준으로 동아시아 3개국 전통을 구별할 적에 저와 같은 분류하거니와 꼭 맞는 말은 아니라 해도 대세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특징이라 할 만 하거니와 저 중에서도 중국은 워낙 땅덩이가 넓어 일률로 고정하긴 힘드나 그럼에도 현재의 그 광활한 중국 영토는 분열과 통일을 반복하기도 했지만 이 경우엔 통일이라는 관점에서 어떤 강렬한 문화동질성을 보인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 낙양 백사사탑. 이 친구들은 죽어나사나 벽돌탑이다. 

 



또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은 저와 같은 문화 특질 구분은 현재 남은 그 옛날 흔적으로 기준으로 한 것이라, 이 남은 흔적이란 곧 소실을 염두에 두어야 하니, 지금 흔적이 그렇다 해서 소실한 흔적까지 그런가는 냉철히 따져야 한다는 사실이니 그런 점에서 한국 불탑 전통은 기묘한 특성을 지닌다. 

 

한국은 재료를 구분으로 삼는 저 불탑 전통에서 조선시대 이전 목탑이라 할 만한 것으로 현존하는 것은 불탑이라 분류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 구분이 모호한 법주사 팔상전 정도만 남았을 뿐이요, 그 이전 목탑은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거니와, 그렇다고 해서 목탑이 없었느냐 하면 전연 사정이 달라 불교 도입 초창기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 공히 애초에는 목탑에서 출발했던 듯하거니와, 그러다가 일정 시점이 지나면서 석탑 일색으로 변모한다. 

 

그렇다면 왜 한국 불탑 전통이 이리 변해갔는지 중대한 의문을 유발하거니와, 이건 아무래도 화재의 위험성에서 찾아야 할 성 싶다. 다시 말해 초창기에는 열심히 목탑을 만들었으나, 걸핏하면 화재로 날아가버리는 바람에 에잇! 이래서는 아니 되겠다는 자성에서 상대적으로 그에서는 안전한 석탑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목탑으로 만들었다가 개피 본 경주 황룡사탑

 

 

이는 결국 저와 같은 불탑 전통을 확립하는 데 있어서 기후와 지질 조건이 얼마나 중대하게 작동하는지를 새삼 엿보게 하거니와, 한반도는 유독 화재 위험성이 더 강한 곳이라는 특질이 있다 할 것이다. 중국에서도 초창기에는 목탑을 제법 만들었던 모양이지만 이쪽 역시 화재 위험성에 상시 노출하다가 전탑으로 돌아섰으니, 전탑이란 곧 벽돌탑이라 왜 이리 벽돌 일색으로 돌아섰던가 하면 아무래도 이 지역 토질에서 찾아야 할 성 싶다. 특히 도자기나 벽돌 혹은 기와와 같은 건축자재를 구워내기 위한 진흙이 풍부한 중국 풍토가 전탑 전통을 확립한 제1 원흉으로 봐야 할 성 싶다. 

 

애초 불교 도입 과정도 그렇고, 그것이 정착해 가는 과정에서 한반도 영향을 직접 짙게 받은 일본 열도에서는 그때도 그렇고 이후에도 현재까지 불탑은 목탑 일변도를 지향하니, 그렇다면 왜 일본은 이렇게 갔던가?

 

 

자꾸 나무 태워 먹어 열받아 돌로 대체한 불국사 다보탑. 이것도 지진 한 방에 붕괴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시 쌓아올릴 수는 있었다. 

 

 

나는 두 가지로 본다. 일본도 지방에 따라 사정이 다를 것이나, 대체로 한반도에 견주어서는 산불이 거의 나지 않는 상대적 이점이 있거니와, 이는 한반도에 견주어서는 해양성 기후 영향으로 비가 자주 내리거니와, 그런 특성에서 상대적이긴 하지만 한반도와는 달리 화재 노출 위험성이 무척이나 낮다. 

 

덧붙여 일본 열도는 한반도에 견주에 결정적인 지질학적 단점 약점이 있으니 그것은 지진 다발 지역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툭하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는 일본 열도에서 석탑이나 전탑은 버텨낼 재간이 없다. 그것을 이기는 건축 재료는 오직 목재가 있을 뿐이다. 전근대에 목조건축만큼 지진을 잘 버텨내는 건축재료는 없다. 

 

 

동대사 금당. 지진에 버텨내는 힘은 나무가 최고였고, 이곳은 강수량도 많아 한반도보다는 화재가 훨씬 적다. 

 

 

결국 일본이 목탑 일변도로 간 것은 그것을 도입한 한반도 직접 영향에다가 기후풍토지질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 

 

그에 견주어 한반도는 상대적인 지진 안전지대다. 물론 이 또한 상대적이라, 고려 현종 시대에는 한반도 전체가 대지진으로 울렁거리고 그에 따라 그 튼튼할 것으로 보이던 석가탑 다보탑까지 무너져 내리는 대변란이 있었거니와, 그래도 그 기나긴 역사에서 지진은 일본 열도에 견주어서는 없다시피 했다 봐도 무방할 정도로 지진에는 안전한 구역으로 봐야 한다. 

 

누구나 아는 얘기, 하지만 자주 잊어버리는 기후풍토와 역사문화의 상관관계를 새삼스럽게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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