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바늘구멍' 통과했던 이대호·황재균…양현종도 도전
Sports / 최인영 기자 / 2021-02-13 12:36:04
'스플릿 계약'으로 마이너리그서 빅리그 진입 시도
https://m.k-odyssey.com/news/newsview.php?ncode=179552412419571
나는 사글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지하 반지하 사글세 방을 전전했으니 그걸 전전하던 시절엔 꿈이 그 탈출이었다.
지하에서 살 땐 지하 탈출이 꿈이었고 그리하여 반지하로 올라섰을 적엔 지상이 꿈이었다.
그러다가 어쩌다 마침내 전세 엎쳐 작은 아파트를 하나 매집했는데 전부가 빚이었다. 그럼에도 희한한 게 빚이건 뭐건 일단 사고 나니 살아갈 방법이 생기더라. 나중엔 빚까지 갚았더라.
어찌됐건 가난이라면 이가 갈린다.
가난했던 사람은 누구나 비슷하다 보는데 그 가난에서 벗어났다 해서 그 가난한 시절의 분노가 쉬 사그라들 수는 없다. 언제까지나 분노의 원천으로 가난이 작동한다.
가난했다가 지금은 그런대로 사는 사람들이 언제나 가난한 시절을 얘기하는 까닭은 분노 때문이지 자랑하려 함이 아니다. 그건 분노다.
암튼 그런 내 경험에서 비롯하겠지만 나랑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한텐 매양 같은 말을 했다.
사글세로 시작한 인생 사글세로 끝난나. 사글세 탈출하는 날 마누라 붙잡고 울래 아님 빚을 내서라도 아파트로 시작할래? 아파트 사서 출발해라.
야구선수들한테 메이저리그는 꿈의 무대다. 옛날이야 언감생심이었지만 박찬호 이래 한국인도 잘만 하면 그짝에서 성공신화를 쓰기도 한다는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 실제 많은 한국선수가 그 문을 두들겼고 성공신화를 써내려간다.
저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내내 나로선 몹시도 씁씁하기도 하다. 남들이야 허파에 바람이 들어 저렇다 하겠지만 꿈은 천부인권이다.
어케든 저 무대를 밟고 내 꿈을 펼쳐보리란 꿈을 개꿈이라 하겠는가?
같은 시대 같은 투수로 군림한 류현진이 연일 신화를 쓰고 급기야는 몇년전 진출에 실패한 김광현까지 작년에 합류해 안착한 모습이 왜 부럽지 않겠는가?
함에도 내가 몹시도 씁쓸한 까닭은 그 진출방식이 사글세방에서 시작하는 신접살림 같기 때문이다. 정식 메이저리그 계약을 통해 높은 값을 받고 또 마이너리그행은 거부권이 있는 그런 유리한 조건에서의 계약과 양현종의 이번 계약은 출발에서 마이너리그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천양지차가 난다.
오로지 실력이라 하겠지만 그 실력도 실은 운빨이 십중칠팔이라 저와 같은 계약에서는 실수 혹은 실투는 용납될 수가 없다.
마이너리그에서 실력을 검증하고 메이저리그로 올라가겠다는 생각인데 스타팅라인 지점이 다르다. 백미터 달리기를 하는데 다른 친구들은 백미터 지점 혹은 오십미터 지점에서 출발하는데 양현종은 150미터 지점에서 요이땅을 해야 한다.
모쪼록 그럼에도 부디 좋은 성과로 보답받음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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