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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10년 전에 짚어본 중국의 수중발굴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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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1호 고선박을 몽땅 들어올리는 크레인선



작금 수중고고학 분야에서 중국의 행보는 가히 고삐 풀린 망아지라, 어느 쪽으로 얼마만큼 튈지를 모르겠다. 

특히 근자 그네가 남해南海라 부르는 남중국 해역에서 시도한 명나라 시대 고선박 발굴은 지켜보는 이들을 경악케 했으니, 해저 1천500미터 뻘에 가라앉은 난파선 두 척을 그 해저로 내려가 조사하고, 유물을 인양한 것이다. 

그네가 공개한 조사 몇 장면을 보면 로봇이 도자기를 수습하는 장면이 있는데, 더 놀랍게도 사람이 직접 그 심해에서 조사를 했다고 하니, 이것이 경악할 노릇 아니고 무엇이랴?

그 전에는 같은 남해 해역이기는 하나, 가장 먼저 발견한 고선박이라 해서 남해1호南海1號라 이름한 송나라시대 침몰선은 아예 4천톤짜리 크레인선을 이용해 비록 수심이 얕기는 하나, 아예 선체 전체를 밑에서부터 삽자루로 흙더미 떠듯이 몽땅 들어올리는 괴이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폼내기 수중조사가 우리만의 전매 특허일 수는 없다. 중국친구들이다.



물론 이 방식이 세월호니 해서 현대 선박 조난사고 선박 인양에서는 흔히 보는 장면이기는 하고, 또 육상 발굴에서는 드물지 아니한 조사방식이기는 하지만, 해저 발굴에서 저런 방식을 동원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몽땅 덩이째 떠올리고선 그걸 실내 수장시설로 옮겨서는 하나씩 발굴하고, 더 놀랍게도 그 장면 하나하나를 관람객들한테 공개하니, 이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는 이런 양태가 부럽기 짝이 없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 혹은 20년 전만 해도 그네들은 외려 한국을 부러워했다. 왜? 이 수중발굴은 우리가 선수를 쳤기 때문이다. 

그런 한국을 중국이 가만둘 리 만무했으니, 막대한 투자에 힘입어 엄청난 장비를 착장하더니, 이제는 한국은 넘보다 볼 수도 없을 저만치 아주 멀리 중국 수중발굴을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물량공세 장비공세 중국



이 두 나라 행보에 등신 같은 짓을 한 데가 일본이다. 넋놓고 있다가 당했다.

하지만 이런 사태, 곧 한국이 불을 지르고 중국이 지핀 해저발굴은 이내 일본도 자극해 그쪽에서도 그런 움직임을 추동하는 힘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수중발굴을 둘러싼 동아시아 제국諸國 일련의 흐름들은 우리 스스로도 틈마다 정리할 필요가 있다. 

꼭 10년 전 한중일 수중발굴 사정이 어땠는지를 내가 저짝 회사에 일할 적에 짚은 적이 있다.

지금을 반추하는 의미에서, 혹은 지금이 오기까지 어떠한 단계에 있었는지를 엿보는 데는 그런 대로 요긴하다 해서 전문을 소개한다. 

 
<문화재 이야기> 중국, 980t급 수중전문 인양선 진수한 까닭
송고시간 2014-10-06 07:00  
"한국 의식…우리의 '누리안호'보다 모든 면에서 크게 만들어" 일본도 뒤늦게 뛰어들어, 3개국 선의의 해저발굴 경쟁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중국은 해저 문화재 탐사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중국이 자체 기술로 제작한 수중 인양 발굴 전문 선박인 '중국 고고(考古) 1호'를 취항한 일은 그 신호탄이라 할 만하다. 

고고1호는 이날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첫 출항에 나서 청일전쟁 당시 청나라 함정이 대거 격침된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앞바다로 향했다. 해당 해역에서 침몰 함정 잔해와 관련 유물 조사에 나섰다. 


누리안호. 이때까지만 해도 자랑이었다. 하지만..



이 선박은 면면이 화려하다. 엔진 대신 전기모터로 추진하며 길이 58m, 폭 11m, 배수량은 980t 규모다. 최고 12노트 속력으로 최장 1천 해리를 항해 가능하며 승무원 30명을 태우고 추가 보급 없이 30일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배에는 탐지용 멀티빔 소나, 해저 지형 소나, 문물 세척장비, 최대 5t짜리 물체를 인양할 수 있는 크레인 등을 장착했고 인양문물 보호실험실, 감압실, 작업용 단정 등도 갖췄다.  


고고 1호는 자국 근해는 물론이고 영토 분쟁 중인 시사(西沙)군도 해역에도 투입해 수중 문물 탐사·인양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중국 문화재 행정을 총괄하는 우리의 문화재청에 해당하는 국가문물국 리샤오제(勵小捷) 국장은 "현재 중국의 수중 문물은 도굴과 밀수로 크게 위협받고 있다"면서 "푸젠(福建)성, 광둥(廣東)성, 하이난(海南)성 앞바다 등 남중국해 얕은 해역에는 수중 문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체계적인 조사와 발굴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리 국장은 고고 1호를 투입해 장기적으로 '중국 수중문화유산 분포도'를 작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장강구長江口二號 출토 도자



고고 1호를 직접 운용할 국가문물국 수중문화유산보호센터 차이샤오밍(柴曉明) 주임은 "그동안 중국의 수중 문물 탐사는 주로 민간 어선을 빌려 진행한 탓에 매우 위험하고 효율성이 떨어졌다"면서 "수십년 숙원이던 고고 1호의 취역으로 중국의 수중 문물 탐사 능력은 단숨에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했다"고 평가했다. 

고고1호가 장착한 최신 시설, 그리고 그 취역에 대한 중국 당국자들의 평가를 유심히 바라보는 데가 있다. 다름 아닌 이웃 한국과 일본의 당국자들이다. 

뜻밖에도 중국 당국으로 하여금 수중 전문 발굴 인양선을 진수하게 한 직접 원인은 한국이 제공했다. 그런 징후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새나루호



무엇보다 고고1호 진수 계획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 당국자들은 한국 쪽 사정을 빠짐없이 조사했다. 한국은 수중, 특히 해저 조사를 문화재청 산하 목포 소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전담한다. 

우리의 해양연구소는 이미 2척의 수중발굴 전용 인양선을 보유한 상태다. 2012년 12월14일 취항한 290t급 '누리안호'와 2006년 11월, 아시아 최초로 진수한 19t 규모 FRP선박인 '씨뮤즈호'가 그것이다.

해양연구소 관계자는 "중국 국가문물국 담당자들이 특히 누리안호를 직접 조사해 갔다"면서 "이번에 그들이 취항한 '고고1호'가 누리안호보다 몇 배나 더 큰 이유는 우연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씨뮤즈호를 출항할 때 이것이 '아시아 최초의 수중 전문 인양선'이라고 자평했으며, 누리안호 진수 때는 '아시아 최대의 수중발굴 전용 인양선'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시아 최대라는 수식어는 불과 2년 만에 중국의 '고고1호'로 넘어갔다.


중국의 해저 조사



누리안호는 2010년 4월부터 6개월간 설계하고 그해 10월 착공해 2년 만에 완성을 보았다. 잠수장비, 유물의 인양·보관설비, 잠수사 감압챔버(잠수시 공기압을 조절하는 시설)와 발굴현장 감시 설비인 열영상관측시스템을 갖춘 수중발굴 전용 선박이다. 길이 36.4m에 폭 9m, 깊이 4m이며, 최대 14노트 속력으로 항해한다.

조사원 20여 명이 20일간 체류하면서 발굴조사를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씨뮤즈호와 누리안호는 이미 태안 마도 근처나 진도 오류리 해역, 그리고 옹진 영흥도 해역에서 혁혁한 성과를 냈다. 


한데 중국이 내세운 '고고1호'를 보면 모든 면에서 누리안호를 겨냥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규모가 훨씬 큰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선체 길이도 훨씬 길게 했으며, 최대 속력은 덩치가 큰 만큼 비록 조금 낮지만, 기타 잠수 장비나 조사원 상주 규모, 조사 일수 등등 모든 면에서 누리안호보다 앞서게 설계했음을 알 수가 있다. 


이런 장비로 심해까지 조사하는 중국



나아가 중국 당국이 '고고1호' 진수를 계기로 '중국 수중문화유산 분포도' 작성을 계획한 점을 주시할 수 있다.

이는 육지에서 작성하는 '문화유적 분포지도'처럼 바다에서도 이런 지도를 중국도 이제는 작성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한국에서는 이런 지도가 이미 작성돼 있다. 중국도 이에 자극을 받아서 이런 작업을 하겠다는 뜻이다. 


더불어 '고고1호' 진수를 중국 당국자들이 '중국의 수중 문물 탐사 능력은 단숨에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한 일로 평가한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이는 수중 전문조사선 취항을 계기로 혁혁한 수중발굴성과를 내는 한국을 그만큼 의식했다는 의미인 동시에 이제는 중국이 이 분야도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뜻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연근해에서 연이은 수중발굴로 개가를 올렸다. 그럼에도 수중 전문 조사선이 없어 중국 당국자의 말처럼 "주로 민간 어선을 빌려 진행한 탓에 매우 위험하고 효율성이 떨어졌"었다.

'고고1호'는 이제는 그런 한계를 벗어나게 되었다는 자신감의 발로인 셈이다. 


남해1호



그렇다면 일본은 이 분야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 거의 모든 면에서 대체로 일본이 가장 앞서고, 한국이 뒤를 따르며, 중국이 그 뒤를 맹추격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하지만 수중발굴조사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일본은 동아시아 3개국 중 가장 뒤처진 것은 물론 차라리 '후진국'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해양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에도 변화가 감지된다고 한다. 

연구소 관계자는 "해저 유물이 발견된 나가사키현에서 자체 추진하던 수중 전문조사선 제작 사업을 중앙정부에서 관장하기 시작했다"면서 "일본도 조만간 한국과 중국에 자극받아 본격적인 해양 문화재 조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해양 문화재 발굴을 둘러싸고 동아시아 3국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상대를 의식하는 선의의 경쟁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tae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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