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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다 보면 가끔 뜻밖의 수확을 거둘 때가 있다. 이 사진 속 글씨 또한 그런 수확이라 할 수 있겠다.
이 글씨를 쓴 사람은 백당白堂 윤경규尹庚圭(?-?)라는 이다.
낯선 이름인데, 대한제국시대 한성재판소 판사를 지냈다니 상당한 지식인이었다 할 인물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어지간한 기록에서도 싹 사라졌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글씨로는 명필이라고까진 못 하겠으나 꽤나 달필이고 낙관의 각도 깔끔하다.
어쨌거나 그가 오노小野라는 일본인 의사에게 글씨를 한 폭 써 주게 된다. 전지 크기가 족히 될 듯한 종이를 펼쳐놓고, 붓을 가다듬는다.
의사 양반에게는 어떤 글을 써 주어야 할 것인가...쿡 먹을 찍은 붓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무슨 글을 썼는가? 대강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가장 좋은 것은 세상을 고치는 것, 그 다음은 속됨을 고치는 것, 그 아래는 병을 고치는 것이라. 무른 사물의 이치란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지 않음이 없으니, 그러므로 황제의 술術은 온갖 풀을 맛보는 데서 말미암아 천지를 기울이는 데 이르렀도다. 운운芸芸하고(매우 많고) 총총葱葱한(엄청 많은) 것들이 다 사람을 널리 구하는 범위에 들어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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