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숭례문과 흥인지문이 있듯이, 평양에는 대동문과 보통문이 있다. 그 둘은 고구려 시절부터 있었다고 하지만, 당연히(?) 기단 위에 선 건물은 조선시대 것이다.
그 중 평양성의 서문 격인 보통문은 정면 3칸(14.8m), 측면 3칸(9.15m)의 중층 합각지붕건물로, 6세기 중엽에 처음 세워졌으며, 현재의 건물은 여러 차례 보수해오다가 1473년(성종 4)에 새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참고).
임진왜란 때도 불타지 않고, 뒷날 6.25 전쟁 때도 다치지 않아 신문神門이라고 불렸다는 이 보통문에 1933년 어느 날 밤, 시커먼 속내를 품은 이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보통문 1층에 걸려있던 '우양관又陽關'이란 현판을 노렸다. 누가 탐을 냈는지는 몰라도, 돈을 꽤나 집어주고 명했을 테니 저 커다란 현판을 뜯어냈겠지.
하여간 이 문제는 당시에도 꽤나 시끌시끌했던지, 평양경찰서에서 백방으로 탐문했던 모양인데 그 뒷일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하겠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양관' 현판의 모습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리건판사진으로 남아있다.
확대해서 살펴보니 해서楷書로 반듯하게 쓴 품이 결코 평범한 이의 작품은 아니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18~19세기 문인들이 그들의 글에서 보통문을 '우양관'이라고 일컫곤 했던 흔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 현판의 연대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옆에 있는 낙관까지 읽을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그 당시 카메라를 원망할 수야 없을 터.
지금은 저 '우양관' 현판이 어디에 남아있기나 할는지, 남아있다면 어느 순간 뿅 하고 나타나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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