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探古의 일필휘지

옛날 백과사전에 나오는 모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9. 7.
반응형



1. 고궁박물관 전시가 열리기 전도 모란이고 열린 뒤도 모란이다. 내년 봄을 기다릴 모란도 모란이고 낡은 책 속 모란도 모란이다. 그럼 글자로 된 모란을 만나보자.

2. <사문유취>는 송나라 때 축목祝穆 등이 편찬하고 원나라 부대용富大用, 축연祝淵 등이 보완한 총 236권짜리 유서(類書, 전통시대의 백과사전)다. 역사서술의 강목체처럼 부部 아래 목目을 두고 목마다 군서요어群書要語, 고금사실古今事實, 고금문집古今文集 3항項을 두어 각각 고서 속의 관련 문구, 역대의 고사故事, 여러 문집에 실린 관련 시문을 상세히 인용하고 있다. 하늘, 땅, 사람부터 초목, 버러지와 물고기, 예악문물, 역대의 제도, 관직, 심지어는 음식이나 그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으므로, 이 책만 보면 거의 모든 전고를 알 수 있어 글 지을 일이 많던 선비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책이었다.

3. 그런 만큼 <사문유취>는 예부터 판각되어 널리 보급되고, 지금도 흔한 축에 드는 고서다. 인터넷이 있는 지금 시대에는 사실 큰 쓸모가 없기도 하다. 하지만 간혹 가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본을 만나기도 한다. 지금 보여드리는 이 <사문유취>도 그런 책이다. 표지의 능화무늬를 보나 제첨을 쓴 솜씨를 보나 필시 어느 대갓댁 물건인데, 장서인을 누가 다 긁어내버려 주인이 뉘신지 알 수가 없다(꽤 유명한 분이었을듯). 표지를 넘기자 후집 권30, 화훼부의 첫머리가 바로 모란이다. 여윽시 화왕이렷다.

4. '군서요어'를 보니 "당나라 사람은 이를 일러 목작약이라 하였다(화보)"고 하고, 백거이와 구양수, 왕건(최수종 아님)의 시를 인용해놓았다. 하긴 모란이라면 앞의 둘은 늘 따라다닌다.

5. 여느 <사문유취>와는 달리 종이도 좋고 인쇄도 고급이다. 그러니 읽어보는 맛이 남다르다.

6. 다음 페이지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