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직이라는 팔자에도 없는 복을 누리던 시절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총 4회에 이르는 신라도교 특강 기회를 주어 내가 생각하는 도교문화 중요성을 설파하려 한 적 있다.
나로서는 참말로 소중한 기회였으니, 이 자리는 당시 유병하 관장(현 한성백제박물관장) 특별 지시로 마련한 것이었다.
내가 이런저런 일로 가끔 저와 같은 특강 혹은 강연 비슷한 자리에 경주로 불려가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저쪽 영남 쪽에서 김태식 견제는 더 심하다는 걸 안다.
어디 그쪽에서 강연 한 번 했다는 소리만 들리면, 그쪽에서 신라 혹은 고고학으로 밥 빌어먹고 산다는 놈들이 김태식을 뭐하러 불렀냐며 항의하기도 한다는 사실은 내가 익히 들어서 안다.
여러 이유로 나를 경계하려 할 것이다 하면서 "내가 그리 두렵나" 하고는 매양 웃고 만다.
이것도 자주 말했지만, 도교 도교 한다 해서 내가 무슨 도교 특별 전문가가 되겠는가? 다만, 한때는 그 공부에 미쳐 날뛰었고, 그 과정에서 신라사에서 그것이 차지하는 위치가 막연히 알려진 것보다 더 막중함을 고고학과 문헌 모두에서 절감했으니, 그와 같은 강조는 그에서 격발한 몇 가지를 대서특필한 데 지나지 않는다.
저때도 저런 파격 자리를 제안해서 내가 유 관장께 사정이 이러이러한 데도 승님은 왜 날 불렀소 했더니만 이 양반 대답이 가관이라 "백수되고 할 일도 없을 텐데 한 번 떠들어 보라고. 당신이 그렇게 도교가 중요하다 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한 번 들어볼라고." 하더라.
나는 그게 고맙기 짝이 없었고, 그래서 아래 4강 프로그램을 짜서 미리 박물관에 제출하고, 원고 또한 나름 심혈을 기울여 썼으며, 관련 ppt도 나름 정성들여 만들었다고 기억한다. 하긴 뭐 그땐 백수 시절이라 뚜렷이 할 일이 없었으니, 그리 했을 것이다.
2017 국립경주박물관 신라문화와 도교 4강
제1강 4.4(화) 16:00~18:00 진 시황제·한 무제와 진흥왕의 山上 接神
제2강 4.11(화) 16:00~18:00 2. 葛洪과 《抱朴子》, 그리고 김유신
제3강 4.18(화) 16:00~18:00 3. 馬王堆 漢墓와 황남대총, 그리고 天神山古墳
제4강 4.25(화) 16:00~18:00 七世父母, 불교와 쟁투하는 도교
이 중에서 '7세 부모'를 부연하면, 저 표현은 신라 금석문에 보면 불상 발원기 같은 데서 더러 보인다.
이 7세 부모는 원래 불교, 특히 아함경에서 보이는 것으로 불교에서 말하는 7세 부모는 전세前世를 말한다. 과거 현재 미래라고 할 때의 그 전세 말이다.
한데 저 개념이 도교에서는 실제 자신을 기준으로 7대까지 올라가는 부모를 말한다. 이런 7세 부모가 위진남북조시대 도교 종파 중에서도 상청파에서 자주 보인다.
같은 말임에도 그 개념은 전연 다르다.
그렇다면 신라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아리까리하다. 이 점을 짚은 것이 제4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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